[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헤딩 금지가 축구장에서 뇌진탕을 몰아낼 수 있을까?

미국 축구연맹(USSF) 10세 이하 선수에게 훈련과 경기에서 헤딩을 금지했다. 11세와 13세 사이에 있는 선수들은 헤딩할 수 있는 횟수를 제한했다. 이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기된 소송에 대한 해결책의 하나다. 축구 선수를 자녀로 둔 부모들은 축구 경기 중에 선수들의 머리 부상을 막기 위한 조치가 부족하다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원고 측 대표인 스티브 버먼은 “(미국 축구연맹이 발표한) 새로운 안전수칙이 소송의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에 소송을 취하할 것이다”라며 “어린 선수들의 안전에 기여한 게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미국 축구연맹의 헤딩 금지 및 제한 조치가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헤딩은 정말 위험한가?
헤딩이 위험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웨스트브로미치앨비언의 공격수 고 제프 애슬(Jeff Astle)은 헤딩의 위험성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입에 오르는 이다. 헤딩에 특히 능했던 애슬은 지난 2002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망 원인은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인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으로 밝혀졌다.

유족들은 애슬이 축구선수 생활을 할 때 헤딩을 많이 했기 때문에 이 병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그들의 주장은 억지가 아니다. CTE는 머리에 자주 충격을 받으면 생길 수 있는 병이다. 보스턴 대학과 스포츠 레거시 연구소가 뇌가 가벼운 충격을 반복해서 받으면 CTE, 기억상실과 같은 퇴행성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애슬이 선수생활을 할 때는 기술수준이 떨어져 공이 물을 흡수했기 때문에 현재 선수생활을 하는 이들보다 헤딩을 할 때 뇌에 전해지는 충격이 컸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공인구는 무게가 420~445g 사이여야 한다. 이 정도 무게는 성인에게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애슬이 활동하던 시기의 공은 이보다 200g 정도 무거웠고 탄성도 떨어져 충격이 더 컸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인 정태석 제일정형외과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센터장은 성인과 성장기에 있는 유소년은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첨단 기술의 결정체가 된 공이 성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아직 근육과 골격이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은 유소년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뇌를 보호하는 두개골과 머리를 지지하는 목의 근육과 근력이 완전하지 않다. 목근육이 약하면 헤딩을 할 때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 목근육이 머리를 완벽하게 지지하지 못하면서 공이 머리에 제대로 맞지 않게 되고, 그러면 두개골 안에 들어 있는 쉽게 이야기해서 ‘젤리와 같은’ 뇌가 흔들리게 된다. 어릴 때는 뇌의 용적이 작기 때문에 흔들릴 공간도 더 크다고 보면 된다. 뇌가 흔들리는 것도 문제지만 뇌의 수많은 신경회로가 찢어질 수도 있다.”

정 센터장은 “헤딩 금지가 뇌진탕 예방효과를 낼 것이라고 확신하고, 예측하기는 어렵다”라며 “다만 앞서도 언급했듯이 유소년들이 성인보다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은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충격을 받고, 그게 10년, 20년 동안 누적된다면 분명히 좋지 않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미국 축구연맹의 결정은 유소년 야구 선수들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서 투구수를 제한하는 것과 큰 틀에서는 같은 의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대한야구협회는 유소년 선수들의 혹사를 막기 위해 투구수 제한을 두고 있다. 초등대회에서는 3이닝, 중등대회에서는 4이닝만 던질 수 있게 했고, 제한 이닝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투구수가 60개가 되는 순간 자동적으로 교체되도록 했다. 그리고 60개를 던진 선수들은 다음 경기에 투수로 뛸 수 없다. 고등대회의 제한 투구수는 130개이고, 130개를 던진 선수들은 3일 동안 무조건 쉬어야 한다.


헤딩 제한, 헤딩 기술 저하로 이어질까?
헤딩 제한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들이 거의 비슷하게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헤딩 제한이 유소년 선수들의 기술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 유소년팀 감독은 “다른 부분은 다 좋은데, 그런 결정이 선수들의 기술습득을 어렵게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가장 기술습득을 잘 할 수 있는 시기가 10세 무렵인데, 이때 헤딩을 훈련에서도 못하게 하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이러한 지도자들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한준 기자가 쓴 ‘메시조립법’에 따르면 메시는 이미 만 12세에 현재와 같은 기술수준을 갖췄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나아가느냐가 성인 시기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10세까지 헤딩을 금지시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크게 걱정하지 않는 지도자도 있다. 장외룡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위원장은 “헤딩을 금지한다고 해도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자세와 감각이다. 공이 아니라 스폰지나 풍선과 같이 뇌에 충격을 주지 않는 것으로 훈련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공이 날아오는 것에 대한 이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헤딩을 해야 하는 지만 이해하면 된다. 공으로 하는 것은 그 시기가 지난 뒤에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오히려 발 기술에 집중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혁준 전 미얀마대표팀 수석코치도 “머리 골격이 완벽하게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헤딩을 하는게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라며 “헤딩 기술은 상대적으로 늦게 배워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분위기도 이와 거의 비슷하다. 기술에 대한 걱정은 크지 않다. 이들은 헤딩 기술에 대한 걱정보다는 선수 건강에 더 큰 고려를 하고 있다.

헤딩 제한과 헤딩 기술의 상관관계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설명할 수 이는 없다. 결과적으로 이 부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헤딩 금지 혹은 제한에 대해서는 특별한 지침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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