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손목에 구단 엠블럼을 문신으로 새긴 수비수 곽희주(34, 수원삼성)는 현역 선수로 수원의 창단 20주년 레전드에 선정된 유일한 선수다. '곽대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팀의 투혼을 담당하는 수비수였다. 2003년 수원에 입단해 2013년까지 총 11시즌 동안 수원만을 위해 헌신한 곽희주는 2014년 축구 인생의 황혼기를 맞아 새로운 경험을 위해 해외 무대로 떠났다.

결과적으로 곽희주는 일본과 카타르 무대에서 자리 잡지 못했다. 2015년 프로 인생의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돌아온 것은 고향과 같은 팀 수원이다. 올 시즌 10경기에 출전한 곽희주는 기분 좋은 복귀골까지 터트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플레잉코치로 1년 계약을 맺은 곽희주는 경기장 안보다 밖에서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시즌 초반 수비 불안을 지적 받던 수원이 스플릿라운드 진입 전까지 우승 가능성을 남겨둘 수 있었던 과정에는 선수단의 정신적 구심점이 되어준 곽희주의 존재가 있었다. 특히 많은 수비수들이 곽희주를 통해 플레이에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수원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올 시즌 마지막 세 경기를 준비하고 있는 곽희주를 만나 수원을 떠나있던 1년, 그리고 돌아와 보낸 1년의 이야기를 물었다. 오늘이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온 몸을 던지던 곽희주는 경기장 밖에서 차분하고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풀어낼 줄 아는 지적인 인터뷰이다. ‘풋볼리스트’가 곽희주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한다.

#1. 고백: 수원 떠난 1년, 일본-카타르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Q. 프로 생활을 하면서 수원이라는 한 팀에만 있다가 해외에 나갔다.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우선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서 가장 힘들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부분에서 생각하고 갔던 것 보다 계획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 보다는 내게 많은 경험이 됐다. 지금도 만약 그때와 같은 상황이 온다고 하면, 당연히 해외 무대로 나가보겠다는 생각을 할 것 이다.

Q. 구체적으로 해외 무대에서 경험하고 싶었던 것은 어떤 부분인가?
사실 나는 원래 선수보다 교육자로의 욕심이 더 컸다. 2007년에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던 당시에도 강단에 올라가서 얘기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난 어려서 너무 많이 맞으며 축구를 하는 환경에 있었다. 후배들이나 아이들에게는 그런 환경 만들어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친구들 모두 축구가 삶인데, 매일 하는 축구를 즐겁게 해야 한다. 운동 자체가 힘든 것도 있지만 즐거운 방향으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그런 시스템에 대한 경험을 하고 싶었다. 유럽도 좋지만 아시아의 일본 같은 경우 우리와 체형도 비슷하고 이웃나라다. 해외의 좋은 다른 프로그램을 많이 흡수하는 곳이다. 축구를 하면서 배울 수 있는 여건이라 일본을 택했다.

Q. 일본에서는 출전 기회가 없었다. 리그컵만 두 차례 뛰었다. 무슨 문제가 있었나?
시즌 시작 전에 세 달간 몸을 만들지 못하고 있었다. 앞서 다른 팀으로 이적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 팀에서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여러가지로 엉키면서 지체됐다. 동계 훈련을 했다면 몸이 빨리 올라 왔을텐데 훈련 시작이 늦어지면서 몸의 균형이나 생활 습관 등이 무너져 있었다. 그래서 다시 경기에 뛸 수 있는 체력 상태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Q. FC도쿄에서 한국 선수라는 점에서 텃세가 있지는 않았나?
동등한 대우를 받았다. 당시 감독에게 많이 배웠고, 감독의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다. 내가 준비되면 감독이 나를 분명 불렀을 것이다. 내가 봐도 준비가 안되었기에 뛰지 못한 것이다. 준비 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이 좀 느렸다. 당시 내 포지션에 일본 선수 세 명 있었다. 일본 대표 선수인 모리시게 마사토가 그 중 한 명이었다. 또 한 명은 유스 출신으로 2부리그팀에 임대를 다녀온 선수였다. 그 신인 선수를 보면서 깨달았다. 수비는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음이 절박해야 한다. 자기 역할에 혼신을 다하는 선수였다. 내가 주전 경쟁에서 이기려면, 그 선수 보다 배고파야 했다. 막상 프로의 마지막을 길을 걷는다는 생각으로 오다 보니 그 부분에서 쉽지 않았다. 훈련에 매진했지만 기회가 많이 오지는 않았다.

Q. 일본 J리그에서 원했던 경험을 했나?
응용에 대해 알게 되었다. 기본 틀 안에서 우리 환경에 맞게 어떻게 응용해야 하는 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시간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일본도 자신들의 프로그램 속에서 메시 같은 선수를 키우는 결과를 아직 내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벨기에는 그런 부분에서 분명한 성과가 있다. 일본도 이런 경험은 부족하다. 일본 축구는 스텝을 중요시 한다. 골키퍼나 수비, 공격 모두 스텝 맞추기를 중심으로 준비한다. 기본기는 프로에 올 때 이미 다들 좋아서 따로 더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잔실수가 없다.

Q. 한 시즌을 채우지 못하고 카타르 알와크라로 옮겼다.
아내가 둘째를 임신을 했다. 몸이 좋지 않아서 혼란스러웠다. 양가 부모님도 돌봐주시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운동 보다는 가족이 먼저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팀에 양해를 구하고 휴가차 한국에 들어왔다. 그때 내 포지션에 외국 수비수도 데려왔고, 내 몸 상태도 떨어졌다. 내가 다시 가서 하기에도 어렵고, 팀에 피해를 준다는 생각에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 그 해는 그냥 보내자는 생각도 했는데 도와주려는 분들이 많아서 카타르에 가게 됐다.

Q. 카타르 축구는 어땠나?
카타르는 과정 보다는 결과를 중시한다. 우리 팀은 약팀이었고, 선수진이나 시설 등이 많이 부족했다. 난 감독이 원한 영입이었는데, 4~5경기를 못 이기다 보니 감독은 물론 스태프 전체가 바뀌었다. 다른 감독이 오면서 모로코 추신의 중앙 수비수를 데려왔다. 감독이 바뀌기 전까지는 경기에 계속 뛰었는데 한 경기도 못 이겼다. 그때 문타리도 카타르에 있었는데, 일단 수비 하기에 바빴다. 중동은 압박 자체가 안된다. 한국 선수들은 나가서 압박을 하려고 하지만 혼자서는 안된다. 다 같이 압박하는 개념이 없다. 자연스럽게 지역 방어로 바뀌는 식이다. 계속 당하니까 누구할 것 없이 모든 선수가 위협적이었다.

Q. 어떻게 보면 프로 선수 경력에는 잃어버린 1년이 된 것은 아닌가?
힘들었지만 경험이 됐다. 씩씩해졌고, 이제 어른이 된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이런 경험이 팀에 오니 바탕이 되고. 내가 군대를 안갔다왔는데 다녀오니, 꼭 나쁜게 아니구나 생각 든다. 작은 것, 사소한 것에 대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당연한 듯 여긴 것들에 대한 감동이다. 2013년에는 그런 감동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다녀오니 그런 감동이 다시 예쁘게 자리 잡으며 새로운 꽃이 피고 있는 것 같다. 일본과 카타르에서 1년 동안 출전한 경기에서 한번도 못이겼다. 그러다 수원에 와서 선발로 뛴 첫 경기에서 이겼다. (주/ 곽희주는 6월 17일 제주 원정 경기에 올 시즌 첫 선발 출전을 했고, 후반 36분 득점하며 4-3 승리의 결승골을 넣었다.)

#2. 분석: 수원 수비 불안? 실제 실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

Q. 떠나 있는 동안 수원은 2014시즌에 리그 준우승을 했다.
일본에 갔을 때도 수원 경기는 항상 봤다. 수원이 안될 때는 나도 힘들었다. 휴가 중에는 숙소도 한번씩 가서 선수들도 보고 서정원 감독님도 뵀다. 지금은 선수들의 생활 습관과 태도가 좋아졌다. (염)기훈이가 주장을 맡아 솔선수범 했다. 기훈이의 태도가 좋아서 어린 선수들이 보면서 그런 분위기가 자리를 잡아갔다. 프로 선수라면 당연하게 가져야 하는 태도인 데 그걸 예전에는 잘 몰랐던 것 같다.

Q. 올 시즌 초반 수원은 매 경기 실점하며 수비 불안을 지적 받았다.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기도 했지만 같은 선수가 말하는 것은 솔직히 힘든 부분이다.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 부담을 갖지 말라는 얘기를 주로 해줬다. 다만 언론에서 계속 수원이 골을 먹는다는 보도를 하다보니 선수들이 더 부담을 가졌다. 사실 그때 기록을 보면 수원이 매 경기 실점은 했어도 전체적으로는 실점이 적은 팀에 속했다. (주/ 실제로 현재 수원은 12개 클래식 팀 중 최소실점 4위다.)

Q. 많은 수원 수비수들이 곽희주에게 수비를 배웠다고 말한다.
후배들이 좋게 평가해줘서 고맙다. 나 역시 같은 포지션 경쟁자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역할을 한 것 뿐이다. 팀은 한 사람을 위해 돌아가는 게 아니다. 경쟁자가 잘해야 단단한 조직이 만들어진다. 내가 경기에 뛰지 못한다고 해도 준비를 잘 해야 한다. 내가 준비를 열심히 하면 다른 선수들도 긴장하고 준비하게 된다. 그러면 팀이 자연스럽게 강해진다. 기존 주전 선수들이 준비를 안하면 내가 뛰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그런 경쟁의식을 느끼라고 의도한 부분이 있다. 내가 준비를 하면서 준 위기감이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Q. 전술적으로는 수원 수비가 안정된 구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2014시즌 준우승을 할 때 (김)은선이가 틀을 잘 잡아 놓았다. 그 포지션에서 공격적으로 나갈 때와 수비적으로 들어올 때에 대한 포지션 개념을 만들어 놓았다. 은선이가 부상 당한 뒤에 (조)성진이가 그 역할을 잘 받아들였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수들을 잘 도와주었는데, 그게 수비수 입장에서는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수비수가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부분에 대해 은선이가 잘 만들어놨다. 성진이는 중앙수비수 출신이기에 또 그 역할을 잘 이해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이렇게 해주면 좋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요구하는 대로 당연한 듯이 도와줬다. 수비수의 실수를 메워주기 위해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당연히 해주는 분위기가 잡히면서 수비가 안정됐다.

#3. 조언: 같은 경기를 세 번 봐야 큰 그림이 그려진다

Q. 평소 경기 분석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찍어 놓은 경기 비디오를 처음 볼 때는 그냥 같이 관전하게 된다. 우선은 내가 잘하는 것을 보게 되더라. 그 경기의 일부분만 보게 된다. 같은 경기를 두 번째 보면 생각하면서 본다. 다른 선수의 움직임, 그리고 조직이 보인다. 그 다음에 세 번째로 봐야 전체적인 게 보이더라. 그래서 습관적으로 한 경기를 하고 나면 세 번씩 본다.

같은 장면을 본다고 해도 처음에는 내 주변만 봤는데 두 번째는 좀 더 큰 부분, 세 번째는 전체 조직이 보이니까 재미를 느꼈다. 분석하며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습관이 됐다. 본격적으로는 2012년부터 습관을 들였다. 스태프에게서 영상 받아서 태블릿PC나 노트북에 넣어서 보고 있다. 매 경기 우리가 상대하는 팀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그렇게 한 경기씩 보는 게 쌓이면 어느 순간전체 K리그 팀의 성향을 알 수 있게 된다.

Q. 복귀전이 매우 자연스러웠고 플레이가 좋았다. 걱정은 없었나?
그런 걱정을 사실 많이 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준비뿐이다. 준비에 실패하면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준비에 모든 것을 맞췄고, 항상 뛸 수 있도록 준비했다. 목표나 한계점을 정하지 않고 힘 닿는 만큼 준비하자고 생각한 것이 선발로 처음 나간 경기에서 승리하는 결과로 나왔다. 출전한 경기는 이기고 싶었다. 지난 해 1년간 한 번도 이기지 못했기에 개인적으로 더 의미를 부여했다.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간절함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곧 슈퍼매치가 열리는데, 그 경기도 내겐 마지막 슈퍼매치라는 생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앞으로 축구 인생을 어떻게 더할지 모르지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

Q. 복귀전은 좋았는데 불안한 부상이 잦았다.
불운했다고 보기 보다는 나 역시 정확한 해결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내 컨디션과 나이에 맞춘 운동 방법을 찾고 연구해야 한다. 조금씩은 느끼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찾아서 내가 선수 생활을 하는 안에 확신 갖는다면 앞으로 지도자를 하게 되어도 큰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훈련 방법에 대해 알고 깨달아야 한다.

#4. 진단: 어린 선수들의 당당한 소통이 필요하다

Q. 최강희 전북 감독이 1위를 지킨 것은 전북이 못 이길 때마다 수원도 못 이겼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엇이 문제였나?
우리에게 기회가 여섯 번 정도 왔다. 냉정하게 보면 우리가 준비가 안된 것 같다. 고비를 넘기는 일은 어느 누구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다. 선수단 전체가 알고 공감했다면 순위가 바뀌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게 정말 아쉽다. 이렇게 많이 놓치는 경우도 드물다. 지금 보다도 어느 순간에는 징크스가 될까 더 걱정이다. 우리는 이런 정도의 팀이라 단정할까 걱정이다. 어린 선수들이 더 준비하고 분발해야 한다. 그 부분이 아직도 수원의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Q. 권창훈 같은 경우 올 시즌 돋보이는 어린 선수다.
(권)창훈이는 생활 태도나 운동 준비에 대해서는 많은 점수 주고 싶다. 그런데 조직 안에서는 자기만 잘한다고 그 조직 전체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동료들과 얘기 하고 소통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지금 잘하고 있지만 더 여유 있게 축구를 바라보고, 그런 부분에 대해 동료들과 소통을 하고, 얘기를 많이 주고 받았으면 좋겠다. 자기 것만 한다고 축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소통이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창훈이 말고도 경기에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 모두가 지금 많이 소통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얘기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조직 안에서, 많은 선수들이 있는 곳에서 얘기를 하려면 준비를 해야 한다. 형들도 있고 많은 선수들 앞에서 나설 수 있는 용기가 조금 아쉽다. 일본에서 뛸 때 보니 그렇더라. 선수들이 각자 손을 들고 자기 생각과 다르면 얘기를 한다. 경기에 누가 나오고 말고를 떠나 할 얘기는 한다. 지금 그런 부분에서 무언가 얘기를 하라고 하면 어린 선수들 중에는 얘기하는 선수가 없더라. 고참은 고참이니 당연히 얘기하고, 또 당연한 얘기만 한다. 한 두 사람만 하면 어느 순간 잔소리가 된다. 그렇게 소통이 멈추는 경향이 생긴다.

#5. 고언: 화려한 프로 인생, 행복을 지키기 위해 최선이 필요하다

Q. 은퇴 시점을 고민할 시기인 것 같다.
지금은 아직 계획이 없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내년에 어떻게 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올해 3경기가 남았는데, 그 경기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 세 경기에 목표를 잡고 남은 걸 다 던지겠다는 생각으로 내 자신을 후회 없이 몰아붙여야 한다. 그래야 갑자기 은퇴한다고 해도 후회되지 않을 것 같다. 벨기에 U-17 대표팀 감독이 자신을 교육자라고 했는데, 나도 그 생각에 공감한다. 그렇게 산다면 어디를 가도 행복할 것 같다. 프로팀이 아니라 수원시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도 그런 마음을 갖고 한다면 행복하게 축구계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다만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아빠가 축구 선수였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 뛰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 그런 부분은 조금 아쉽다.

Q. 선수로 뛰기 위한 몸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인가?
마음을 먹으면 독하게 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 돌아오면서 생각이 바뀐 부분이 있다. 선수 생활만 생각해서 더 뛰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만든다면 충분히 더 할 수 있다. 그런데 플레잉 코치라는 타이틀로 왔기 때문에 연습 태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선수들이 다칠까봐 피하게 되는 부분도 있고, 그러면서 경쟁의 측면에서 어려운 부분도 있다. 죽기 살기로 달려들다가 선수들이 다치면 코치를 겸하는 입장에서 조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은 어린 선수들이 잘 크고 있고, 내가 못한 것을 이 선수들이 만족시켜줄 수 있다. 후배 선수들의 활약을 통해 대리 만족을 하고 있다. (연)제민이, (민)상기, (구)자룡이를 보면 그런 마음 들더라. 교육자의 마음과 비슷하다.

Q. 좋은 수비수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포메이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포백이 공을 주는 것 만으로 빌드업이 끝나는 게 아니다. 움직임에 대해 이해를 잘 해야 한다. 그 모든 것은 다 연습에서 나온다. 연습의 방향, 목표를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

Q. 우승 희망이 사라져서 마지막 3경기에 대한 동기 부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침체된 분위기 없지 않아 있다. 마음이 지친 것 같다.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걱정하면 지고, 설레면 이긴다’는 말이다. 계속 걱정하고 있다면, 이기지 못한다. 설레기 위해서는 우선 생활이 기쁘고, 운동을 하면서 기뻐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설렘을 찾아야 한다.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그 마음을 찾아야 한다.

목표도 정해야 한다. 강팀을 상대로 3연승하는 것, 혹은 무실점 경기를 하겠다거나, 다득점 경기를 하자는 방향을 정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일정은 시즌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조건일 수 있다. 시즌이 끝나면 새로 시작하기 전까지 3개월의 시간이 있다. 마무리하기 전에 좋은 결과를 내게 되면 그 3개월의 기간 동안 좋은 기운으로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다. 그런 기운이 컨디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경기를 실패한다면 그 3개월이 정말 괴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목표 잘 잡고 동기 유발을 해야 한다.

Q. 지난 프로 생활을 돌이켰을 때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나?
지금 이 생각을 갖고 (홍)철이 나이로 가고 싶다. 성남전을 마치고 철이와 같이 도핑 테스트를 했다. 따로 한 시간 반 정도가 더 걸려서 얘기를 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불면증이 있어서 늦게 자는 편이었다. 밤 11시에 자려고 누워도 두 세시가 되야 잠이 들었다. 지금은 수면 패턴을 찾았지만, 이렇게 잘 잔 것이 채 1년도 되지 않았다. 지금은 10시 반에 무조건 잔다. 그래서 아침 8시 반에 일어나서 생활한다. 이렇게 해보니 그 아침 시간이 행복하더라. 전에는 밤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런 얘기를 철이에게도 해줬는데 자기는 아직 내 나이가 되려면 8년이나 남았다며 끄덕 없다고 하더라. 그에 대한 대답은 안했는데, 이 자리를 통해 얘기를 해주고 싶다. 내가 가장 후회되는 것이 그 때라고. 그때 더 많은 것을 얻고 배울 수 있었는데 정체되었던 그 시간이 아깝더라.

축구도 축구지만, 생각하는 부분에서 더 긍정적으로 만들고,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프로 선수가 되면 좋은 차를 타고, 그런 차를 타면서 기쁘다고 생각하고, 의미 부여를 한다. 내가 열심히 해서 이런 차를 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감동이 사라지면 무너진다. 선수도 무너지고 마음도 무너지고 모든 것이 무너진다. 선수들은 승부의 세계에서 늘 쫓기듯 산다. 나도 그런 게 힘들었다. 이길 때도 있고 질때도 있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마음 속에 내상을 입었던 것 같다. 아마 다른 선수들도 정신적으로 그런 것을 다 같고 있을 것이다.

Q. 축구 선수가 되면 많은 목표와 꿈이 생긴다. 지금 결국 가장 크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요즘 드는 생각은 행복이다. 지금 머리 속에는 아기랑 가족이랑 자전거를 타고 호수 공원 한 바퀴를 돌고, 아기의 미소 보는 것이 행복하다. 축구도 이런 행복을 찾으려고 한 것이 아닐까. 운동이 잘되었을 때, 오늘 운동을 최선 다해 마치면 느껴지는 마음이 행복이다. 개운함 속의 행복. 반대로 운동을 못하고, 실수 많이 하고 나면 욕도 먹는 것도 먹는 것이지만, 운동을 못한 것에 대해 우울해지게 된다. 행복 하려면 최선이 필요하다.

사진=풋볼리스트, 수원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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