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빅손(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루빅손(울산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현재 K리그에서 ‘제2의 박지성’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한국이이 아닌 스웨덴인이다. 울산현대의 루빅손은 끈기, 전술 수행 능력, 지능, 여기에 결정력까지 겸비해 선두팀 주전으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하나원큐 K리그1 2023’ 4라운드 현재 울산은 전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최다득점(8) 최소실점(2)을 동시에 기록했다. 그 중심에 루빅손이 있다. 윙어 루빅손은 2골 1도움으로 주민규와 함께 팀내 최다 공격포인트(3)를 기록 중이다. 리그 전체에서는 아사니(광주, 4)에 이은 공동 2위 그룹이다. 공격 포인트의 순도가 높다. 개막전에서 라이벌 전북현대를 꺾은 역전골을 넣었다. 첫 선발 경기였던 4라운드 수원FC전에서 처음 선발 출장해 83분을 소화했는데, 선제골을 넣고 주민규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루빅손의 장점은 끈기와 집중력이다. 일단 플레이스타일을 보면, 공격 포인트 이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부분이 전방 압박이다. 상대를 못살게 수는 능력이 탁월하다. 홍명보 감독이 윙어들에게 늘 주문하는 플레이다. 경력 전체를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모국 스웨덴의 7부 리그에서 시작해 1부에 자리 잡고 스웨덴 대표팀까지 소집됐으며, 울산 이적을 통해 해외 진출까지 이뤘다.

루빅손은 이미 동료들에게 박지성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루빅손에게 서면으로 질문을 보냈더니 역시나 성실한 대답이 돌아왔다.

- K리그에 데뷔하자마자 개인 활약상도, 팀 성적도 매우 좋다. 최근 성적에 대한 소감은?

포르투갈에서의 프리 시즌 동안 경미한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그래서 시즌이 시작한 이후 매 경기, 매 시간이 새로 합류한 팀인 만큼 동료들에 대해서, 팀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 이해하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임했다. 그러한 것들이 개인적인 플레이와 팀적인 플레이 양측에서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 같다.

- 활동량과 전방압박의 강도가 인상적이다. 본인과 비슷한 플레이스타일의 선수를 꼽는다면? 일반적으로 페드로 로드리게스, 박지성, 디르크 카윗 등을 연상하는데. 특히 한국에서는 박지성에 빗대곤 한다. 박지성을 알고 있나? 현재 라이벌 전북현대의 단장이라는 점도 아는지?

내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 정확히 보신 것 같다. 말씀하신 선수들과 스타일이 비슷하다. 우리 캡틴(정승현)이 종종 '스웨디시 박지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럽에서 훌륭한 커리어를 보낸 선수와 비교되는 것은 당연히 기쁘다. 내가 플레이 하는 동안은 위와 같은 수식어가 어울리는 선수가 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비록 박지성이 상대팀, 라이벌의 디렉터일지라도.

- 이런 플레이스타일은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프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스스로 계발한 것인가?

아마 태생적인 근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누군가 나에게 1 대 1을 붙어서 이기거나 우리 팀의 압박을 너무 쉽게 풀면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 이런 본능과 노력이 잘 어우러져서 지금과 같은 플레이 스타일이 나온 것 같다.

- 7부리그부터 1부리그까지 올라왔다. 7부시절의 운동 환경은 어땠나? 다른 직업이 있어야만 축구를 계속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맞다. 나는 7부 리그에서 부터 차근차근 올라왔다. 7부 시절에는 일주일에 딱 세 번 팀 훈련을 진행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위해 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당시에는 프로 선수에 대한 간절한 소망까지는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충실하게 임하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프로에 대한 열망을 간직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다.

- 지금처럼 뛰어난 선수로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했던 순간이 있다면?

2부 리그 팀에 스카우트 되면서 모든 것이 변한 것 같다. 스웨덴의 프로 축구에서 나를 뽐낼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어느 정도의 헌신과 집중이 프로에서의 성공을 가져오는지에 대해서 깨닫게 된 것 같다.

- 아직 경기를 많이 치르진 않았지만 볼 키핑과 득점력 면에서도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더 보여주고 싶은 건?

상대 배후 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만큼이나 1 대 1 상황을 더욱 맞이해 보고 싶다.

- K리그의 기존 스웨덴 선수 중에는 이케아에서 사 온 미트볼을 아침으로 먹는 경우가 있던데, 본인이 한국에서 터득한 생활 요령이 있다면?

이케아의 미트볼을 먹는다. 하지만 아침으로는 먹지 않고 아침엔 오트밀을 주로 먹는다. 이 루틴은 15년 전부터 했었다. 그리고 가능한 많은 한국 음식을 먹으려고, 시도하려한다. 나는 새로운 문화와 나라에 대해서 배우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항상 도전하고 싶다.

- 동료나 팀 스태프 중에서 부쩍 친해진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보야니치(같은 스웨덴 출신)와 제일 친하다. 사실 한국 선수들과 더욱 친해지고 싶은데 아직 언어의 장벽을 넘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한국 동료들과 더욱 시간을 보내며 이런 부분은 쉽게 해결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한국어를 배울 것이고, 한국 선수들이 영어를 이해하는 정도가 점점 나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 홍명보 감독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

만나고 나서 왜 그가 위엄 있고 능력 있는 감독인지 느끼게 됐다. 정말 훌륭한 감독이다. 전술, 관리는 물론이고 팀에서 개인과 그룹을 관리하는 능력도 상당히 뛰어나다.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은 선수 개인이 흥분을 가라 앉혀야 할때 그리고 본인의 진가를 발휘할 때를 균형있게 조율해주는 좋은 감독이다.

- 개인상에 대한 욕심이 있는 편인가? 올해 목표가 있나?

독자와 팬들은 물론 지루한 대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팀이 최대한 많은 우승을 거머쥐는 것이 내 유일한 목표다.

- 스웨덴 대표팀에 선발된 적 있지만 뛴 적은 없다. A매치 데뷔가 목표인가?

맞다. 대표팀에 선발은 됐지만 코로나로 인해 합류하지는 못했다. 그 이후로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은 내게 정말 큰 꿈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 아마추어에서 축구를 시작하는 어린 선수들에게, 프로 데뷔에 성공한 선수로서 해 줄 말이 있다면?

당신이 정말 축구를 좋아한다면 계속 플레이하고 계속해서 꿈꾸길 바람다. 당신의 축구 여정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큰 뜻이 있다면 쟁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반드시 쟁취해라. 그것이 아니라면 친구들과 즐겁게 경기하는 것 또한 축구를 충분히 즐기는 방법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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