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서울이랜드FC는 서울 스포츠 역사가 담긴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 큰 의미를 부여해 왔다. 지난주부터는 잠실의 상징적인 존재 한 명이 서울이랜드에 새로 합류했다. 이웃 잠실야구장에서 10여 년 동안 활약했던 치어리더 강윤이다.

LG트윈스의 상징적 치어리더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강윤이는 지난해 겨울 발목 수술을 받고 은퇴했다. 올해 7월, 치어리딩에 대한 열망과 SK와이번스의 제안이 만나 강윤이의 복귀가 성사됐다. 새로운 홈구장 인천에서 활동하면서도 잠실 팬들에게 응원을 받던 강윤이는 지난 22일부터 다시 잠실을 홈으로 활동하게 됐다. 서울이랜드가 치어리더를 도입하며 강윤이를 영입했다.

경기를 앞두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강윤이, 차영현, 장세희, 김보미 치어리더와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강윤이는 잠실로 돌아온 기분을 묻자 미묘한 감정이 담긴 말투로 이야기했다. 잠실에 서는 건 은퇴 선언 후 처음이었다.

“잠실에 오게 될 줄은 몰랐어요. LG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서울이랜드를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서울이랜드에서 같이 하게 됐냐고 먼저 물어보시는 분이 많더라고요. 잠실에서 다시 보게 돼 반갑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어요. 감동 받고 왔어요”


환영만 있는 건 아니었다. 기존 축구팬들은 축구장 분위기를 깨지 말라고 부탁하거나, 때론 엄포를 놓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FC서울, 울산현대, 제주유나이티드 등 여러 축구팀이 치어리더를 도입한 상태지만 여전히 팬들은 축구장 문화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강윤이를 비롯한 치어리더들은 야구, 농구, 배구장에서 활동해 왔지만 축구는 처음이다. 축구팬의 경계심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야구 등 그동안 해 왔던 종목과 달리 쉬는 시간이 없잖아요.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딱 정해져 있는데 축구는 갑자기 공이 어디로 갈지 모르니까, 응원할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걸 잘 생각하고 준비해 왔어요. 팬들이 불편하시지 않게 할 생각이에요.”

이날 한 관계자는 “서울이랜드가 특정 리더 없이 관중 전체가 한 덩어리로 응원하는 문화를 지향한다고 들었다. 서포터가 응원 리더 역할을 일반적 구단들과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서 다른 축구팀 치어리더에게 물어보지도 못했다.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 왔다”고 밝혔다. 서울이랜드는 관중 대부분이 E석 스탠드에 몰려 있다. 좁은 공간에 밀집돼 있는 관중을 상대하면 되므로 다른 축구장보다 치어리더들에게 유리한 환경이다.


치어리더들의 활동은 입장하는 관중들과 스킨십을 나누는 하이파이브 이벤트로 시작됐다. 경기에 결장한 칼라일 미첼, 김영근과 함께 입장하는 팬들을 맞이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관계자는 “자신을 반가워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끝까지 눈을 맞추며 미소를 보내는 모습이 프로페셔널했다”고 했다. 경기 시작 전 치어리더 공연, 하프타임 행사 보조 등 다른 종목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이어졌다.

특이한 모습을 보인 건 경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전반전 초반까지 단상에 서 있던 치어리더들은 관중석으로 걸어들어가 팬들 사이에서 함께 응원했다. 응원 리더가 없는 서울이랜드에 맞추고 팬들과 교감을 형성하는 동시에, 치어리더들 스스로 축구장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느끼려는 시도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치어리더라는 직업의 매력을 물었다. “응원하는 분들 앞에서 제가 하나의 소리를 유도하면, 다들 똑같은 소리를 내 주시잖아요. 제가 박수를 한 번 치면 다들 똑같은 마음으로 박수를 쳐 주시고. 그 소리가 정말 웅장하게 날 때면 소름이 돋기도 해요. 처음엔 마냥 재미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같이 응원해주신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사진= 서울이랜드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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