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강원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강원FC 주장 김동현은 선배들을 보고 배웠던 대로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28일 서울 누리꿈스퀘어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A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10월 1일 시작되는 파이널 라운드를 앞두고 올 시즌 파이널A에 오른 6개 구단 감독과 선수단 대표가 참가해 시즌 막바지 순위 싸움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1997년생 김동현은 올 시즌 K리그1 최연소 주장이다.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강원에서 중심을 잡으며 팀을 이끌고 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도 80년대생 베테랑 이청용(울산현대), 신진호(포항스틸러스), 오반석(인천유나이티드), 정운(제주유나이티드)이 각 팀 대표로 나선 가운데, 동갑내기 송범근(전북현대)과 함께 유이한 90년대생으로 참석했다.

'어린 주장' 선임에 처음에는 우려도 있었지만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 김동현에 대한 내부 평가는 호평 일색이다. 직접 김동현을 주장으로 선임한 최용수 강원 감독은 미디어데이 본 행사에서 "위아래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선임했는데, 잘하더라. 기대 이상으로 책임감이 있는 선수다. 주장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데뷔하자마자 리그 최고의 '영 플레이어' 중 한 명으로 떠오른 신예 윙백 김진호는 '풋볼리스트'와 인터뷰에서 빠르게 프로 무대에 적응한 비결로 선배들의 도움을 꼽으며 가장 먼저 김동현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경기장 안팎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고 프로 선수로서의 자세를 가르쳐준 김동현에게 감사를 표했다.

당사자인 김동현은 자신도 도움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을 해왔다며 공을 선배들에게 돌리고 있다. 미디어데이 본 행사 전 '풋볼리스트'와 만나 김진호의 인터뷰를 전해 듣고는 "말해주는 건 쉽다. 받아들인 사람이 잘한 거다"라며 "나도 그렇게 배웠다. 프로 생활을 시작했을 때 김광석 선배님의 몸 관리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나이에 주장직을 맡은 것에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는 "부주장 임창우 선수나 이웅희 선수를 비롯해 고참 형들이 잘 도와주신다.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형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답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다음은 김동현 인터뷰

- 파이널 라운드에 임하는 각오

시즌 초부터 노력한 게 결실을 맺어 기쁘다. 최근 경기를 보면 비기는 경기 없이 화끈한 축구를 하고 있다. 상대 팀들이 시즌 초에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거기에 맞춰 준비를 잘하겠다.

- 5위에 오르면 구단 역대 최고 순위를 경신할 수 있다. 4위까지 올라가면 FA컵 결과에 따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기회도 얻을 수 있다.

1차 목표였던 파이널A 진입을 달성했는데, 4위권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 선수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고 있다. 팬분들도 여기에 만족하지 않으실 거다. 모두 기존 구단 최고 성적인 6위보다 높은 곳에서 시즌을 마무리하길 원하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ACL까지 나갈 수 있다. 최대한 노력해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

김동현, 발샤, 양현준(왼쪽부터, 이상 강원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동현, 발샤, 양현준(왼쪽부터, 이상 강원FC).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강원은 시즌 중반 강등권까지 추락하며 위기를 겪었는데, 6월 말 18라운드 제주전(4-2)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작년과 비교해 선수 구성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승강 플레이오프에 가면서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들이나 미흡했던 부분이 시즌 중반까지 이어졌던 것 같다.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이 소통하면서 개선해나갔다. 제주전을 이기고 그 다음 경기 성남FC전까지 이기면서 승리하는 맛을 알았다. 힘든 상황에서 이기면서 팬분들도 더 열광적으로 응원해 주셨다. 그때부터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1승이 승리를 놓치는 데 익숙해졌던 분위기를 반전하는 계기가 됐다.

- 바닥을 치고 올라와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6위로 올라서며 파이널A 진입까지 확정 지었다. 자력으로 진출하기 힘든 상황이었는데

선수들은 다른 경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일단 우리 경기를 이기고 나중 일은 하늘에 맡기자고 이야기했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최선을 다하니까 하늘에서 좋은 결과를 내려주신 것 같다.

- 파이널A에서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2012년 이후 승리가 없는 울산일 것 같다

힘든 경기들이 있었다. 막바지 골을 넣었는데 그 이후에 다시 결승골을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린 이전과 다르다. 결과가 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힘없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부딪혀보겠다.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 올 시즌 강원에 주목받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최근 인터뷰한 김진호가 주장 김동현에게 프로 선수로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많이 배웠다고 하더라.

나도 그렇게 배웠다. 포항에 처음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을 때 팀에 김광석 선배님이 계셨는데, 몸 관리하시는 거 보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연차가 쌓이면서 후배들에게 몸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게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말을 해줬다. 한순간에 바뀌긴 힘들겠지만 1년 차부터 익숙해지면 그게 쌓여서 선수로서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말해주는 건 쉽다. 스스로 바꿔야 한다. 나는 소스를 제공해 줬을 뿐 받아들인 사람이 잘 받아들인 거다. 후배들이 또 그 후배들에게 조언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또 다른 후배 양현준은 최근 대표팀에 다녀왔다

정말 좋은 기회였고, 현준이는 기회를 받을 만한 실력을 보여줬다. 경기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거기까지 간 것만으로도 박수 쳐줄 일이다. 경기에 뛰기 위해서는 운이나 타이밍도 따라야 한다. 현준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많은데 이번에는 운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처럼 계속 잘해줬으면 좋겠다.

- 후배들을 잘 아우르고 있는 것 같은데, 주장으로서는 어린 나이다. 힘든 점이 있을 텐데

주장으로 임명되고 나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축구는 휘슬이 울리고 시작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시작하기도 전에 너무 큰 걱정하지 말고, 어떤 어려움이 생기든 한번 부딪혀보자고 생각을 바꿨다. 부주장 임창우 선수나 이웅희 선수를 비롯해 고참 형들이 잘 도와주신다.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형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힘들면서도 감사한 시간이다. 아직 끝나지 못했지만 좋은 시즌을 보냈다. 잊지 못할 2022년이 될 거 같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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