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무스 회이룬(아탈란타). 게티이미지코리아
라스무스 회이룬(아탈란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아탈란타가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8위 추락을 딛고 이번 시즌 정상권 경쟁력을 회복했다. 전보다 과감해진 유망주 육성 전략이 눈에 띈다.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2022-2023 이탈리아 세리에A 7라운드를 치른 아탈란타가 AS로마에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35분 스트라이커 라스무스 회이룬이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 수비수들을 유인한 뒤 민첩한 발재간으로 공을 빼내 중앙으로 내줬다. 오버래핑한 조르조 스칼비니가 구석을 노린 정확한 중거리 슛으로 득점했다. 측면으로 빠져 어시스트하는 장신 공격수, 미드필더로 배치됐다가 골까지 넣은 중앙 수비수의 조합이었다. 둘 다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

경기력은 로마가 오히려 우세했다. 실점 후 로마는 일방적인 공격을 몰아쳤다. 하지만 결정력이 심각하게 부족했다. 특히 주전 스트라이커 태미 에이브러햄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하는 등 혼란스런 경기였다.

이로써 아탈란타는 5승 2무로 나폴리와 나란히 승점 17점을 쌓았다. 공동 최다승점이고, 골득실에서 나폴리에 밀린 2위다. 아탈란타는 지난 5년을 대표하는 돌풍의 팀으로 떠오른 뒤 3시즌 연속 리그 3위를 기록했다가 지난 2021-2022시즌 8위로 추락한 바 있다. 이번 시즌 초반 기세는 부활에 성공한 듯 보인다. 밀란과의 무승부, 토리노 및 AS로마전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지난 7경기 대진이 유독 쉬운 것도 아니었다.

이번 시즌 아탈란타의 특징은 유망주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아탈란타는 탁월한 스카우팅과 유스 시스템을 갖춘 팀이지만, 어리고 전도유망한 선수들은 오히려 비싸게 팔고 저렴한 몸값의 경험 있는 선수들로 1군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토트넘홋스퍼 소속인 데얀 쿨루세브스키(20세에 매각),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아마드 디알로(19세에 매각) 등이 어린 나이에 판 선수들이다.

이번 시즌은 달라졌다. 유망주 육성에 신경을 쓰고 있으며, 스카우트에 정평이 난 팀답게 영입 성공률이 높다. 특히 아탈란타가 발굴한 원석 회이룬이 주목 받고 있다. 회이룬은 덴마크 태생의 19세 유망주 공격수다. 북유럽 출신이고 192cm 장신인데도 민첩한 몸놀림이 가능하다는 점부터 왼발잡이라는 것까지 노르웨이의 세계 최고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을 연상시킨다.

회이룬은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데뷔했는데, 두 번째 시즌인 2021-202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에서 반년 동안 231분만 소화하고도 5골을 넣었다. 이를 본 오스트리아의 슈투름그라츠가 올해 1월 재빨리 영입했고, 반년 동안 리그 주전으로 뛰며 13경기 6골을 기록했다. 이번 시즌 초반에도 컵대회 포함 8경기 6골 3도움으로 펄펄 날고 있었다. 막 주목받으려는 시점에 아탈란타가 과감하게 영입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공격수에게 1,700만 유로(약 236억 원)를 베팅했다.

회이룬은 현재까지 204분 뛰며 1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지난 몬차전에서 세리에A 데뷔골을 넣었는데, 땅볼 크로스를 향해 돌진하면서 발을 쭉 뻗어 마무리하는 것이 홀란과 판박이였다. 덴마크 매체들은 회이룬과 홀란을 비교하는 분석 기사를 수없이 쏟아내고 있다.

자체 육성 센터백 유망주인 스칼비니는 지난 시즌부터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로마 상대로는 중앙 미드필더로 깜짝 선발 출장해 골까지 넣으며 화제를 모았다. 스칼비니보다 먼저 주전 자리를 차지한 유스 출신 센터백 칼레브 오콜리도 21세에 불과하다.

우디네세에서 영입한 프랑스 윙백 브란돈 소피가 20세, 살레르니타나에서 온 미드필더 에데르송이 24세, RB라이프치히에서 영입한 윙어 아데몰라 루크먼이 25세다. 지난해 23세에 영입했던 중앙 미드필더 퇸 쾨프메이너르스는 1년에 걸친 적응기 후 이번 시즌 주전 자리를 꿰차고 4골 1도움으로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아탈란타의 세대교체는 사건사고 덕분에 이뤄지고 있다. 주전 센터백 호세 루이스 팔로미노가 시즌 개막 직전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이 검출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공격형 미드필더 조십 일리치치는 코로나19가 창궐했던 기간부터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계에서도 손꼽힐 기량을 발휘하다가 갑자기 경력이 꺾인 뒤 2년 가까운 경기력 난조 끝에 아탈란타를 떠나 은퇴가 유력하다. 미드필더 레모 프로일러는 노팅엄포레스트로 이적했다. 프로일러를 제외한 둘은 본의 아닌 전력 손실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각 포지션의 30대 선수들이 빠지고 20세 언저리의 젊은 선수로 대체한 셈이 됐다.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의 유연한 전략과 각 선수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혜안은 새로 영입한 유망주가 높은 확률로 만개하게 만들어 준다. 가스페리니 감독은 로마전에서 미드필더 마르턴 더론을 스리백의 스토퍼로 기용하고, 수비수 스칼비니를 오히려 중원에 배치하는 깜짝 카드로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후반전에는 스칼비니를 빼고 오콜리를 투입하면서 더론을 다시 미드필더로 전진시키는 등 유연한 변화를 보여줬다.

아탈란타는 지난 시즌 8위에 그치며 이번 유럽대항전을 아예 불참한다. 세리에A에 집중하며 다시 한 버 4위권 진입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진출권을 노릴 자격이 충분한 시즌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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