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관중 문화가 거칠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김민재는 매주 전쟁 같은 경기를 치르고 있다.

2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의 스타디오 아르테미오 프란키에서 2022-2023 세리에A 3라운드를 가진 피오렌티나와 나폴리가 0-0 무승부를 거뒀다. 나폴리는 앞서 흔들리던 팀 엘라스베로나, 몬차를 대파했지만 조직력이 출중한 피오렌티나는 공략하기 어려웠다. 2승 1무로 리그 선두는 지켰다.

경기 후 감독, 선수 등 여러 명이 흥분한 모습을 중계 화면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피오렌티나 팬에게 뺨을 맞을 뻔했다. 비록 피오렌티나에서 일한 적은 없지만, 피렌체 지역은 스팔레티 감독의 고향이다. 어려서부터 피오렌티나 팬이었던 걸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오렌티나 팬들은 동향의 감독에게도 가차 없었다.

경기를 마무리하던 스팔레티 감독은 나폴리 벤치 바로 뒤 자리의 한 팬에게 심한 말을 들은 듯 성큼성큼 다가가 난간 위로 고개를 내밀고 일대일로 대거리를 시작했다. 두 중년 남성은 서로 물러나지 않고 말싸움을 벌였는데, 팬은 이야기 와중 오른손을 휘둘러 스팔레티 감독의 뺨을 후려칠 뻔했다.

경기 후 스팔레티 감독은 ‘다즌’을 통해 “벤치 뒤에 있던 피오렌티나 팬들의 무례에 대해 이야기해도 되겠나?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우리를 모욕했다. 바로 옆에 어린이들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들이 한 말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다. 믿을 수 없는 표현이었다. 어머니를 계속 모욕했는데 우리 어머니는 아흔이시다. 그 인간들은 분탕질이 아주 프로 수준이었다”라고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매 경기 상대 팬들의 야유와 비하에 시달리는 나폴리 공격수 빅터 오시멘 역시 경기가 끝난 뒤 잔뜩 흥분한 표정이었다. 오시멘 역시 특정 관중을 가리키며 화를 내려는 기색을 보였지만 동료들이 달래면서 끌고 가 분쟁은 없었다.

이탈리아 관중 문화는 유독 거칠다. 잉글랜드가 1980년대 훌리건의 준동 때문에 참사를 겪은 뒤 축구장을 청정구역으로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고, 독일의 경우 혐오 발언이나 정치적으로 잘못된 구호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기 때문에 사회문제로 발전하진 않는다. 반면 이탈리아는 여전히 상대팀을 공격할 수 있는 말이라면 있는 대로 끌어다 쓰는 관중이 흔하다. 엘라스베로나를 상대하는 서포터라면, 베로나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라는 걸 인용하며 “줄리엣은 창녀”라고 외치는 식이다.

일부 극성 축구팬들은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발언, 지역차별 역시 축구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욕설의 일부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 이런 독특한 정서가 유독 인종차별을 뿌리 뽑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은 뒤늦게나마 커지고 있지만 부모에 대한 모욕처럼 단순 욕설의 경우 여전히 제어하기 힘든 상태로 남아 있다.

김민재가 리그 안에서 더 존재감이 커지고, 상대 서포터들의 표적이 되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역시 욕설과 모욕이 날아들 수 있다. 이탈리아 축구장 역시 변화하는 중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보다 속도가 느리기에, 김민재가 잘 대처해야 할 숙제로 곧 던져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 ‘가체타 델로 스포르트’ 인터넷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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