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우(왼쪽). 베이징궈안 홈페이지 캡처
강상우(왼쪽). 베이징궈안 홈페이지 캡처

[풋볼리스트] 허인회 기자= 강상우(베이징궈안)가 마침내 중국슈퍼리그에서 데뷔골을 신고했다. ‘돈값 해야 되는 외국인 선수’라는 부담에 억눌려있던 득점포가 드디어 터져 나왔다.

강상우는 지난 17일 우한장강을 상대로 후반 17분 팀의 2번째 골을 기록했다. 역습 상황에서 동료 공격수 장위닝의 패스가 뒤쪽으로 빠지며 템포가 늦춰진 가운데도 특유의 발재간으로 수비수를 벗겨낸 뒤 골망을 흔들었다. 포항스틸러스 시절부터 전매특허 세리머니였던 ‘보여주잖아’ 동작까지 오랜만에 선보였다. 불과 5분 뒤에는 장위닝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 헤딩골을 어시스트했다. 이날 1골 1도움 활약을 펼친 강상우는 통계전문 ‘소파스코어’ 평점 8.3을 받아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 베이징 구단에 합류한 강상우의 이번 시즌 공격포인트는 13경기 1골 3도움이다. 앞서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도움만 2개 기록하는 등 골이 좀처럼 터지지 않아 마음 고생이 심했다. 사실 주포지션이 왼쪽 풀백으로 수비수 특성상 골을 많이 넣기 힘들고, K리그 시절에도 다득점을 하는 선수는 원래 아니었다. 윙포워드로 포지션을 변환한 상주상무 시절 이외에는 단일 시즌 3골이 최다였다.

하지만 비싼 이적료를 주고 데려온 외국인 선수에 대한 기대감은 상상 이상으로 컸다. 최근 사임한 셰펑 전임 감독은 강상우에게 ‘용병다운 모습을 보여달라’며 골을 부탁했다. 강상우에게는 큰 부담감으로 이어졌다.

18일 ‘풋볼리스트’와 전화 인터뷰를 가진 강상우는 “한국에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부담감이었다. K리그에서 뛰며 생활하던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생각나더라. 나도 내 실력을 분명히 알고 훈련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도 막상 경기장에서는 발휘가 안 될 때 많이 답답했다. 특히 골, 감독님이 나한테 원하는 것이 골이었는데 해결이 안 되니까 속상했다”고 지난 심정을 밝혔다.

결국 베이징 구단 코칭스태프는 강상우를 풀백이 아닌 왼쪽 공격수로 올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강상우는 1골 1도움을 기록한 우한장강전에서 공격적인 임무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슈팅 4회(유효슈팅 2회), 크로스 3회, 키패스 1회 등 유의미한 수치를 남기기도 했다. 강상우는 “공격적인 모습 보여달라고? 그래, 그냥 슈팅 마음껏 때려보고 공격해보자는 심정으로 임한 경기였다. 마음 편하게 먹고나니까 자신감이 차올랐고 좋은 경기력까지 나온 것 같다”며 웃어보였다.

부담감을 내려놓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냐고 묻자 강상우는 “조선족 형들 덕분”이라고 강조한 뒤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형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주고 부담 갖지 말라는 조언도 많이 해주셨다. 통역해주시는 형을 비롯해서 우리 팀 선수인 지충국(츠중궈) 형, 박성(퍄오청) 형, 김태연(진타이옌) 형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대답했다. 

이어 감사한 사람들을 더 나열했다. 강상우는 “처음 중국에 도착해서 베이징으로 넘어가기 전 3주간 격리한 뒤 샤먼 지역에서 3일을 또 체류해야 했다. 그때도 지인 소개로 만난 조선족 형, 동생이 나를 많이 챙겨줬다”며 “아, 그리고 우리팀 골키퍼 저우더하이라는 친구가 나를 많이 챙겨준다. 동갑이라는 이유로 데리고 다니면서 밥도 사주더라. 외국에 와서도 고마운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이제 중국 생활이 너무 편하다”고 말한 강상우는 “이제 내가 경기장 안에서 뭔가 보여줘야 할 차례다. 특히 지금처럼 팀이 어려울 때는 내가 더욱 더 잘해줘야 한다는 것을 안다. 시련을 극복하면 선수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하지 않을까?”라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사진= 베이징궈안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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