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잘 하고 싶고, 잘 보여주고 싶고, 좋은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울산현대의 김광국 대표이사는 최근 화제가 된 입단 화보를 향한 세간의 호평에 이렇게 반응했다. 울산은 지난 27일 헝가리 국가대표 공격수 마틴 아담을 주인공으로 한 오피셜 화보를 공개했다. 최근 축구팬들에게는 입단을 공식을 알리는 오피셜만큼 선수가 해당 팀의 유니폼을 입고 찍은 ‘옷피셜’에 대한 반응이 큰데 울산은 아예 화보를 기획한 것이다. 

지난 11일 울산 입단을 확정한 마틴은 20일 입국했다. 비자 문제로 열흘가량 소모된 탓에 처음 울산이 입단 보도자료로 낸 이미지는 합성 사진이었다. 그런데 울산은 선수가 팀에 합류하고도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식적인 입단 사진을 내지 않았다. 특별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7일 공개한 입단 화보에서 마틴 아담은 울산현대의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의 다양한 장소에서 실제 일하는 근로자와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바이킹을 연상시키는 외모에 거구(190cm, 95kg)의 체형은 현대중공업 곳곳의 거대한 선박, 크레인의 이미지와 부합했다. 어린이 체격에 맞먹는 대형 공구를 든 마틴의 비주얼은 압도감을 줬다.

울산은 전문 촬영팀을 동원해 찍은 고가의 화보와 영상을 클라우드를 통해 외부에 무료 배포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헝가리의 미디어와 소셜미디어(SNS)에도 배포되는 것을 원했다. 주한 리스트 헝가리 문화원의 협조를 받아 SNS에 올라가는 영상과 사진에 헝가리어 캡션을 기재하고, 보도자료를 헝가리어를 번역해 배포했다. 

김광국 대표는 “마틴 아담은 울산을 위해 일하고 응원하는 모든 이들의 숙원인 우승을 위해 많은 공을 들여 영입한 선수다. 기존에는 전북이 적극적인 여름 영입을 통해 우승의 향방을 바꾼 일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거기에서도 지고 싶지 않았다. 헝가리 대표팀의 차세대 스트라이커고, 유럽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대표팀 감독이 직접 마틴의 이적을 설명할 정도로 자국에서는 울산행이 화제였다. 그런 만큼 한국과 헝가리 양쪽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K리그와 울산현대를 알릴 수 있는 컨텐츠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획에 참여한 팬앤미디어팀의 강한 프로는 구단 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소개했다. 그는 “목적이 확실했기에 준비 또한 철저하게 이뤄졌다. 현대중공업 문화홍보팀과의 사전 미팅, 답사는 기본이고 구단이 섭외한 촬영팀과 현대중공업 사진 부서가 함께 촬영 장소, 조도, 구도를 모두 확인하기도 했다. 낮 시간에 이뤄지는 촬영에는 햇빛이 중요하기 때문에 실제 촬영 시간과 맞춰 모든 리허설이 진행됐다”며 치밀한 준비를 소개했다. 헝가리에서 마틴을 주인공으로 한 여러 이미지와 포스터를 레퍼런스 삼아 특징을 잡기도 했다. 

마틴의 반응은 어땠을까? 강한 프로는 “그동안 울산이 기획했던 모든 오피셜 사진과 영상들을 보여줬다. 선수가 팬에게 처음 자신을 드러내며 환영을 받고 활약을 기원하는 구단의 전통이라 소개하니 선수도 적극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울산 구단은 마틴이 작업복을 입고 찍는 장면에서는 실제 근로자들이 착용하는 액세서리 정보를 파악, 공장 근처 상점에서 구매했다. 마틴 아담이라는 노란색 한글로 박힌 명찰을 시작으로 보호구와 안전장비도 선수의 사이즈에 맞게 준비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축구와 관계없는 작업복과 소품을 건넸을 때는 마틴도 당황했다는 후문.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는 순간부터 카메라에 집중하며 한 컷 한 컷에 몰두하는 모습에서는 선수의 프로페셔널함을 느꼈다고 한다. 

울산은 2020년을 기점으로 모기업의 이미지가 담긴 장소나 연고지인 울산의 다양한 스팟에서 선수들의 입단을 알리는 오피셜 화보를 찍고 있다. 김광국 대표이사는 “이런 컨셉의 화보는 제주유나이티드가 K리그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제주가 원조다. 우리 구단은 그런 아이디어를 차용한 게 맞다”라며 타 구단의 노력을 먼저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새로운 걸 창조할 능력이 없다면 리그 안의 동업자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해 보고, 우리만의 것을 재창조하는 것도 좋다고 강조하고 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일상적인 구단의 상징물이나 트로피 앞에서 촬영을 해도 팬들은 충분히 납득하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왜 울산은 유독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이런 기획을 하는 것일까?

김광국 대표이사는 “팬들이 더 좋은 것, 더 특별한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은 팬프렌들리를 지향하는 구단이고, 팬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우승이라는 목표와 더불어 반드시 해내야 하는 미션이다. 우승도 어떤 의미에서는 팬덤 확대를 폭발시키는 계기다. 거대한 팬덤을 지닌 구단이 되는 게 우리의 목표인데, 그런 목표를 위해 최대한 우리 속 안에 있는 걸 많이 드러내고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년 연속 내놓고 있는 팀 다큐멘터리 '푸른파도'도 같은 의도를 위한 컨텐츠다. 시즌 중 리얼타임에 가깝게 공개되는 푸른파도를 통해 팬들은 울산현대라는 팀 내부의 사정과 스토리, 진심을 보다 빠르게 이해한다. 김광국 대표이사는 “요즘 표현으로 치면 울산에 스며들게 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의 스토리와 진심을 보여드린다. 당연히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경기라는 것이 우리가 원한 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 푸른파도를 통해 어떤 사정으로 인해서 패했는지, 선수가 혹시 작은 부상을 참고 뛴 건 아닌지, 어떤 변수가 발생해서 우리가 어려운 경기를 했는지를 속속들이 보여드리면 팬들이 패배조차도 공감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울산은 K리그의 명문이지만 창단 후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우승이라는 성과에만 몰두하는 팀이었다. 90년대 중후반의 짧은 르네상스를 제외하면 많은 스타 플레이어와 적은 관중이라는 아이러니 속에서 리그 우승 직전에 고배를 마시는 팀이라는 이미지만 쌓여 갔다. 2015년 부임한 김광국 대표이사가 조직 확대, 팬 프렌들리를 위한 브랜딩 강화와 밀착 서비스,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 것은 더 이상 축구단이 장날에 구경가는 게 아닌, 돈을 낸 팬들이 그 값을 치른 만큼 만족을 하고 돌아가게 만들겠다는 프로 스포츠의 기본 생리를 다져가겠다는 의지였다. 축구단과 스포츠가 모기업 부서와 사회 환원을 하는 것을 넘어 그 자체로서의 기업과 산업으로 인식되는 시대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그 결과 최근 3년간 울산은 팬덤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연고지인 울산의 팬층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수도권에서도 울산의 이미지와 컨텐츠, 스타 플레이어를 소비하는 팬이 늘고 있다. 홈과 원정 모두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아 팀을 응원한다. 울산은 그런 분위기에 호응하기 위해 이번 동아시안컵으로 인한 휴식기 동안 팀 내 많은 구성원이 팬들과 만나는 활동을 가졌다. 홍명보 감독은 울산 지역내 다양한 축구동호회와 경기를 갖는 ‘홍명보를 이겨라’에 참여 중이고, 선수들은 지역 내에서 사인회와 사회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된 푸른파도2 홍보를 위한 대형 LED 광고 기념행사에 구단 마스코트인 미타와 주장 이청용이 참석해 수도권 팬들의 환영을 받았다. 

김광국 대표이사가 강조하고 있는 거대한 팬덤을 지닌 전국구 구단으로의 성장. 울산은 그 목표를 위해 끊임없는 아이디어와 노력으로 K리그의 흥행을 선도하는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광국 대표이사는 “계속해서 뭔가를 시도하는 우리 프런트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라며 팀 내 구성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더 노력하고, 더 시도하겠다. 우리는 더 칭찬 받고 싶고 더 많은 팬을 끌어 모으고 싶은 팀이다”라며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울산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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