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K리그 여름이적시장에 또 한명의 예상치 못한 대어가 등장했다. 감바오사카 소속의 전 국가대표 중앙 미드필더 주세종이 국내 복귀를 진지하게 고려하며 복수의 팀과 교감 중에 있다. 생애 두번째 월드컵 무대에 나서기 위한 희망을 잡으려 하는 주세종은 작년 9월 이후 멀어진 A대표팀에 다시 승선하기 위해 꾸준히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찾는 중이다.

주세종은 2020시즌을 끝으로 K리그를 떠나 J리그에서 뛰고 있다. FC서울에서 감바로 이적하며 1년 6개월째 일본 무대를 누볐다. 하지만 기대했던 J리그 생활은 험난했다. 감바는 주세종 영입을 주도한 미야모토 츠네야스 감독을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5월 경질했다.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마츠나미 마사노부 육성강화부장은 미야모토 감독만큼의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감독 교체라는 거대한 팀 내 변화만 있었던 게 아니다. 작년 3월 일본을 강타한 코로나 집단감염에서 주세종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었다. 부상으로 고생한 2020시즌을 제외하면 프로 데뷔 후 승승장구하던 주세종의 커리어에 큰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 와중에도 A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주세종을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3선 미드필더로 정우영(알사드), 손준호(산둥 타이산), 주세종을 중심으로 활용해 왔다. 주세종은 벤투 감독 부임 초기부터 정우영과 함께 중용된 선수다. 작년 9월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1, 2차전 당시 정우영이 귀국 비행기에 코로나 확진자가 탑승한 탓에 자가격리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자 곧바로 주세종을 대체 발탁했을 정도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벤투 감독도 주세종이 감바 이적 후 출전 시간을 확보하며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작년 9월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주세종에게 벤투 감독은 “A대표팀에 꾸준히 오려면 현재와는 달리 꾸준히 경기를 나서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주세종의 선택은 감바에 남아서 경쟁하는 것이었다. 2022시즌부터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토모히로 카타노사카 감독도 동계훈련 기간 중 주세종에게 우선 신뢰를 보냈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가시마앤틀러스와의 경기에도 선발 출전했다. 하지만 감바는 가시마에게 1-3으로 패했고, 주세종이 빠진 2라운드에서도 세레소 오사카에게 패하고 말았다. 3라운드에 선발로 복귀한 주세종은 우라와레즈를 상대로 팀이 시즌 첫 승(1-0)을 거두는데 기여했다. 

흐름을 타야 하던 시점에 또 변수가 생겼다. 4월 초 주세종은 두번째 코로나 확진에 걸리고 말았다. 외지에서 겪는 또 한 번의 자가격리, 그리고 컨디션 회복은 고달팠다. 그 여파로 4, 5월 리그 경기 출전 명단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4월 2일 나고야전 출전을 마지막으로 리그에서는 나서지 못하고 6월 들어 일왕배 경기를 중심으로 출전 중이다. 

일본에서 고전과 고생을 이어가는 사이 A대표팀은 서서히 멀어졌다. 2022년 들어 세 차례 소집한 벤투호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 나서며 처음 본선 무대를 밟고,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은 ‘카잔의 기적’에서 큰 역할을 맡았던 주세종으로선 목표로 했던 두번째 월드컵 출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주세종에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 이대로 A대표팀과 월드컵에서 멀어지느냐의 위기가 있지만, 동시에 지난 6월 A매치에서 정우영 외의 또 다른 3선 미드필더를 확보해야 함을 확인한 대표팀의 상황이 기회다. 이 타이밍에 주세종은 감바를 떠나 꾸준히 경기를 나설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모색 중이다. 

일본 내 이적도 옵션이다. 실제로 주세종을 원하는 팀이 존재한다. 그러나 주세종은 한국으로의 복귀에 좀 더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숙하고, 편안하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A대표팀에 돌아갈 수 있길 바라고 있다. 최근 손준호 역시 같은 목적으로 K리그 복귀를 타진하며 전 소속팀 전북현대로의 단기 임대를 추진하고 있다. 

K리그 내 팀들 다수도 이런 주세종의 움직임을 알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K리그1 3~4개 팀이 관심을 나타냈다. 그런데 변수가 있다. 전소속팀인 FC서울을 제외한 K리그1 팀으로 이적할 경우 보상금이 발생한다. 현재 K리그는 보상금 규정을 폐지했지만, 기존 보상금 세대에 한해서는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다. 즉, 주세종이 지금 시점에 서울이 아닌 K리그1 팀으로 이적할 경우 보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은 현재 여름에 활용 가능한 자금을 외국인 스트라이커 영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런 가운데 다른 K리그1 팀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지만, 이적료에 준하는 주세종의 보상금은 여름이적시장에서 감당하기엔 부담감이 따르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선수 측은 K리그2까지 폭 넓게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K리그2의 경우 보상금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게다가 벤투 감독은 A대표팀의 선수 관찰과 선발에 있어 K리그2까지 시야를 두고 있다. 최근 6월 A매치 기간에 선발된 조유민(대전)이 대표적이다.

K리그2 팀의 경우 주세종을 품기엔 연봉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보상금이 없다는 점이 메리트다. 올해의 경우 승강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여름이적시장도 각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임하는 만큼 K리그2에서도 연봉을 투자해 주세종 영입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주세종 측은 “선수가 두번째 월드컵 출전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라면 굳이 1, 2부를 따지지 않으려고 한다. 가장 좋은 옵션을 고려하며 K리그 복귀를 알아보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감바오사카도 그런 선수의 뜻을 알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순조롭게 풀 수 있는 상황이다”라며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A대표팀으로 갈 수 있는 문을 다시 열겠다는 선수의 의지를 간접 전달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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