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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F] TV 속의 K리그 ② K리그 중계는 재미없다는 편견
풋볼리스트 | 승인 2015.05.06 11:50

[풋볼리스트] 축구에 대한 모든 것, ‘채널F’가 개국했다. 단어 뜻 그대로 독자 여러분과 축구 사이를 잇는 ‘통로’를 지향한다. 글은 여전히 좋은 매개체지만, 글과 사진으로만 담아낼 수 있는 내용은 한계가 있다. ‘풋볼리스트’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다. 글과 사진, 영상 그리고 인포그래픽 등 여려 매개체를 모두 사용해 독자에게 더 다가서려는 시도다. <편집자주>

KBS가 진행한 올 시즌 슈퍼매치 중계에 대해 축구 팬들의 호평이 많았다. 물량 공세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제작 현장에서는 이 같은 물량 공세가 지속되기 어려울 뿐 더러, 물량 공세만으로 중계 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 한다. 게다가 중계는 직관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열성 팬들의 주장도 상존한다.

한 관계자는 “유럽을 방문해 UEFA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봤는데 지루해서 잠깐 졸았다. 그런데 그 경기를 TV 화면으로 다시 보니 박진감 넘치는 명승부로 탈바꿈되어 있었다”며 ‘직관 우위론’에 다른 의견을 냈다. ‘물량 결정론’에도 반박이 가해졌다. 정작 유럽 축구 리그 역시 매 라운드 모든 경기에 최첨단 장비를 모두 투자하지는 못하는 환경이라고 한다. ‘카메라 대수’를 늘리는 것이 ‘마법의 열쇠’가 아니라는 것이다. K리그 중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민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중계의 질은 장비가 아닌 사람에서 결정된다

KBS의 슈퍼매치 중계는 ‘K리그 중계’의 척도가 될 수 없다. K리그 32년 역사상 최대 물량이 투입된 사례다. 평소에는 어떨까? 현재 K리그 중계 제작을 가장 많이 하는 방송사는 스포티비다. 스포티비는 라운드별 대표적인 경기에는 대형 중계차와 카메라 9대를 투입한다. 그 외의 경기에는 소형 중계차와 3~5대의 카메라가 투입된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사 간의 제작 예산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카메라 대수는 중계의 질을 따질 때 가장 자주 화두로 떠오르는 항목이다. 카메라가 많다는 것은 곧 중계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 상황뿐만 아니라 관중들의 모습, 감독의 표정, 벤치에 앉은 선수들의 모습까지 다양한 장면을 담을 수 있다. 김찬헌 SBS PD는 “월드컵은 28대를 쓴다. 28대면 뭘 찍어도 재료가 많다. 카메라 수가 적으면 그만큼 PD가 선택할 수 있는 그림이 적다. 카메라 한 대가 여러 가지 역할을 소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계방송을 제작하는 PD들은 카메라 대수가 중계의 질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요소라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한다. 김기현 KBS PD는 “보통 기자들이 기사를 쓸 때 카메라 대수를 가지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건 잘못된 개념이다. 유럽 방송사들도 비슷한 숫자의 카메라를 쓴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도 빅매치에는 많은 카메라를 투입해 각별한 신경을 쓰지만, 일반 경기에는 K리그 제작 환경과 비슷한 수준의 장비로 중계를 진행한다는 얘기다. 유럽의 경우 이런 일반 경기에서도 중계의 질을 지적당하는 문제가 거의 없다.

축구 중계를 담당하는 PD들은 K리그 중계의 근본적인 문제로 인력 숙련도를 지적했다. 현재 국내 방송사는 축구 전문 중계진을 구성할 수 없는 여건이다. 스포츠를 주로 다루는 인력도 있지만 음악,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해야 하는 사람도 많다. 슈퍼매치에 투입된 양성진 카메라 감독은 축구 중계를 즐기고 경험도 많은 편이지만, 하루 전인 금요일 새벽 팽목항에서 세월호 1주기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고 급히 수원으로 올라왔다.

슈퍼매치와 같이 12명의 카메라 감독이 투입될 경우, 이 중 4~5명만이 축구 중계에 익숙한 인원이다. 나머지 인원은 경기 당일에서야 선수 숙지를 하고 중계에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MBC 스포츠도 자체 제작 인력이 없고, MBC의 자회사인 MBC C&I가 제작을 담당한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숙련도와 전문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프사이드를 잡을 때는 타이트하게 잡아선 안된다”고 알려줘야 할 정도로 축구 종목 자체에 이해가 적은 이들도 있다.

모든 카메라 감독이 리그와 경기의 흐름을 읽고 필요한 장면을 알아서 잡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김종민 스포티비 PD는 “모든 카메라 감독이 앵글을 어떻게 잡는지는 알지만 팀이나 선수의 스토리를 다 파악하기는 어렵다. PD가 일일이 콜을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울산 공격이 잘 안 풀리는 상황이라면 벤치에 앉아 있는 김신욱을 잡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일해 KBS PD가 지적한 부분도 같다. 박 PD는 “어떤 선수를 잡아달라고 말한 뒤 잡으면 이미 늦는다.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타이밍에 그 선수를 보여주지 못하게 되는 거다. 그럴 때 엄청난 스트레스다”라고 말했다. 모든 제작진이 경기에 대해 고른 이해도를 갖고 있지 않은 여건 상, 좋은 호흡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호흡이 헝클어지면 아무 의미 없는 화면이 TV로 송출되는 일도 발생한다.

유럽과의 결정적 차이는 ‘인력 숙련도’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인력 숙련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홍우승 한국프로축구연맹 마케팅팀 과장은 “1, 2, 3번 카메라가 잡는 화면을 시청자들이 많이 본다. 1번은 풀, 2번은 풀인데 줌인, 3번은 줌인이다. 그게 중계방송의 70~80%다. 이번에 KBS랑 이야기 한 것도 1, 2, 3번 카메라 감독의 중요성”이라고 말했다.

유럽리그의 경우에는 축구 전문 중계진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경력도 길다. 호흡이 잘 맞을 수밖에 없다. 중계의 질을 가르는 데는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PD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내 야구 중계만 보더라도 이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는 인기가 높은데다 경기가 자주 열리기 때문에 같은 중계진이 꾸준히 투입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한국프로야구 중계는 미국프로야구(MLB) 중계 수준을 거의 따라 잡았다. 규모의 한계는 있지만 인력 숙련도는 이미 동등하다”고 입을 모은다.

K리그는 주말에만 열리는 종목의 특성상 전담팀을 꾸려 운영하는 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스포티비의 경우에는 경기 마다 외주 인력을 섭외해 중계진을 꾸린다. 직원으로 팀을 꾸리면 고정비용이 발생하고, 그만큼 제작비에 부담이 가기 때문이다. 외주 인력 역시 주중에는 다른 장르를 소화하기 때문에 선수 숙지 등 경기 이해도 면에서 한계가 있다. EPL의 경우에는 프리랜서 스태프가 많다. 축구 중계로만 받는 급여가 비교적 높기 때문에 축구 중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EPL과 같은 유럽 리그가 인건비를 포함해 중계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시청률이 높고, 중계권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K리그 중계에 투입되는 예산이 적은 것도 결국 수익성의 문제다. 야구 중계에 비해 시청률이 낮고, 투자가 덜 되는 것이다. 김찬헌 SBS PD는 “투자가 되고 광고도 들어와서, 스태프도 고정으로 꾸리고 고정 시간도 가지면 우리도 (EPL 수준의 중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축구만 전담으로 제작하는 스태프가 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은 연출자도 마찬가지다. 결국 현장 스태프를 모두 지휘하는 인물이 연출자다. 최종적으로 연출자의 축구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좋은 축구 중계를 만든다. 축구 전문 카메라 감독이 없는 것처럼 축구 전문 PD도 없었다. KBS의 경우 그동안 축구 중계를 전담하다시피해 온 백정현 PD가 올해부터 현장을 떠나고 박일해 PD가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KBS 스포츠국을 통틀어 축구 중계의 베테랑 PD는 한 명 넘게 존재하기 힘들다. 축구에 전념한 적 없는 한국 방송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하다.

이러한 여건은 다른 방송사도 다르지 않다. PD뿐 아니라 음향 감독, 특수효과 담당자 등 대부분의 인력이 다양한 종목을 두루 섭렵한다. EPL 생방송이 단 몇 분만에 오프사이드 라인을 보여주는 그래픽을 제작하는 건 담당자가 오프사이드 규정을 잘 알고 있고, 관련 그래픽을 만든 경험이 많아서 가능하다. 역시 축구 팀과 비슷하다. 특정 포지션이 아니라 전 포지션에 걸친 발전이 있어야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카메라 감독 뿐 아니라, 중계에 투입되는 전 인력의 숙련도가 높아져야 한다.



각도의 비밀

경기장 구조도 자주 지적되는 부분이다. 경기 전후에 만난 관계자들은 K리그가 아직 중계에 충분히 친숙한 환경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말한 대표적인 근거는 경기장 구조다. K리그 중계는 카메라가 지나치게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각도에서는 선수들의 옆모습보다 정수리 쪽이 많이 잡히기 때문에, 시청자가 관중석에 있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몇몇 구장에서는 중계 카메라를 놓기 가장 좋은 자리를 귀빈석이나 기자석이 차지하고 있다. 유럽 경기장은 시야가 가장 좋은 자리에 카메라를 설치하도록 관련 시설이 준비된 경우가 많다. 반면 K리그는 매번 카메라 위치를 협의해야 한다.

K리그 중계의 가장 큰 당사자인 동시에 책임자인 프로축구연맹 측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스카이박스와 귀빈석 사이 공간에 돌출 구조물을 세워 중계 카메라를 놓는 방안을 서울시설관리공단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경기장 구조를 일부 바꿔서라도 더 박진감 있는 중계를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기 시작했다. 연맹이 직접 투자금을 내서라도 각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 보여줄 것이냐, 잘 보여줄 것이냐

2015년 현재 K리그는 보고 싶은데 중계가 없어서 볼 수 없는 상황은 아니다. 스포티비 및 지역SO의 생방송을 포함하면 TV 생중계율이 97%,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한 생중계율은 100%다. K리그 클래식뿐 아니라 챌린지 경기도 원한다면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KBS 1TV가 월 2회 지상파 중계를 고정적으로 진행하면서 대외 노출도를 신경 쓰는 후원사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프로축구연맹 마케팅팀의 홍우승 과장은 “스포츠케이블에는 야구가 겹치는 시기와 시간대가 많다. 그럼에도 지금 연맹에 중계가 없다고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축구팬들의 불만은 이제 중계의 수준에 집중되고 있다. 전 경기를 제작 중인 스포티비의 김 PD는 “제작비를 많이 투자해서 한 경기라도 많은 사람이 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작비를 작게 해서 모든 경기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오히려 역효과다. 신규 팬들을 끌어들이려면 한 경기라도 A매치 수준으로 제작해 K리그가 재미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포티비는 K리그 클래식 경기 제작에 편당 1,300만원을 쓰고 있다. 중계 경기수를 줄여 경기당 2,000~3,000만원을 투자한다면 라운드 당 1~2경기는 지금보다 제작 퀄리티를 높일 수 있다. 연맹의 홍 과장도 “빅매치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동의했다. KBS를 통한 고정 중계는 이 같은 방향성에 부합하는 방식이다.


영상 - 프로연맹이 말하는 K리그 중계의 미래

연맹은 스포티비에 중계 제작 지원금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중계 제작 퀄리티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고민 때문이기도 하다. 질 좋은 중계를 위해 중요한 것은 중계화면 뿐 아니라 내용 구성 측면에서도 보강이 필요하다. 김찬헌 SBS PD는 K리그 경기를 중계할 때 PD 입장에서 스토리를 만드는 과정에 과거 영상 및 자료 등 아카이브 구축이 안되어 있는 점을 아쉬운 부분으로 꼽았다. 야구는 3년 전부터 이미 영상 자료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연맹은 올해부터 K리그 아카이브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홍 과장은 “중계가 안 되는 경기도 스포티비가 제작은 한다. 전 경기 피드를 확보하고 있다. 제작 지원금을 주고 있는 만큼 좋은 화면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어떤 선수가 몇 년 전에 넣은 골을 생중계 중에 바로 찾아서 비교하는 영상을 바로 내보낼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방송국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이들이 좋은 중계를 할 수 있는 준비를 연맹에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경기 통계 분석 프로그램 대행사를 선정해 올해부터 각종 데이터를 통해 경기 전술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작업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노력이 당장 결실을 맺을 수는 없다. 연맹과 방송사 모두 3년 간 꾸준한 중계와 투자, 콘텐츠 생상 작업이 이어져야 시청자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더불어 꾸준한 중계 제작이 K리그 중계방송의 질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PD와 카메라맨 등 제작 스태프의 실력과 노하우 향상에도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국가 대표팀 뿐 아니라 K리그도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목표점으로 보고 있다. “일단 올 한 해지만, 지속적으로 되려면 3년은 해야 한다. 러시아월드컵까지 이어가서,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이 난다면 연맹과 방송사 모두 윈-윈(WIN-WIN)이다. 지속적인 중계 뒤에 러시아월드컵에서 정점을 찍어주면 K리그를 바라보는 일반 팬들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에필로그 : 초호화 중계, 그리고 무엇이 남았나

사상 최대 규모의 장비와 지원이 투입된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 시청률은 전국 1.7%(AGB닐슨)였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실시간으로 이 경기를 지켜본 최대 시청자 수는 3만 5천명 수준이었다.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에 KBS도 연맹도 조금은 당황했다. 봄 날씨가 찾아온 토요일 오후 시간에 대체적으로 TV 시청률이 낮았다는 점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4월 25일 중계된 인천유나이티드와 포항스틸러스전의 시청률은 1.3%로 하락, 5월 2일 전북현대와 수원전은 2.0%로 상승했다. 유의미한 분석을 하려면 더 많은 표본이 필요하다.

여름이 되면 K리그 경기 시간이 저녁으로 옮겨진다. 홍우승 연맹 과장은 “더 이상 시간 조절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관중을 떨어트리는 사유가 될 뿐이라 지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야구 시간을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당장 약속된 KBS 1TV 고정 편성도 장담할 수 없다. 주말 저녁 시간대에는 KBS 1TV 역시 ‘동행’, ‘다큐 공감’, ‘열린음악회’, ‘도전 골든벨’ 등 인기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K리그 중계를 위해 무조건 시간을 내어주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취재=한준, 김환, 김정용, 권태정 기자
영상=김정남, 류보형 PD
그래픽=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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