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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F] TV 속의 K리그 ① K리그 중계, 시작과 끝 27시간
풋볼리스트 | 승인 2015.05.06 11:48


[풋볼리스트] 축구에 대한 모든 것, ‘채널F’가 개국했다. 단어 뜻 그대로 독자 여러분과 축구 사이를 잇는 ‘통로’를 지향한다. 글은 여전히 좋은 매개체지만, 글과 사진으로만 담아낼 수 있는 내용은 한계가 있다. ‘풋볼리스트’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한다. 글과 사진, 영상 그리고 인포그래픽 등 여려 매개체를 모두 사용해 독자에게 더 다가서려는 시도다. <편집자주>

서울 합정동에 사는 A씨는 2002 한일월드컵을 보고 자란 월드컵 키드다. A씨는 터키와의 3위 결정전을 ‘직관’하며 ‘CU@K리그’ 카드섹션을 함께 했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13년이 지나 성인이 된 A씨는 K리그 홍보 대사를 자처한다. “축구팬이라면 K리그를 사랑해야지!” A씨는 식당 TV 화면을 K리그 중계 채널로 돌렸다. 지인들은 시큰둥했다. 주말 밤 마다 유럽 축구 중계를 즐겨 보는 B씨는 “옛날 자료 화면을 보는 것 같아 재미가 없다”며 눈을 돌렸다. 야구광 C씨는 “중계 수준이 떨어진다”며 B씨와 합세해 조목조목 비교를 시작했다. A씨도 밋밋하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TV 중계에 할 말이 없었다. “직접 경기장에 가서 직관을 하면 다르다”며 경기장으로 가보자고 친구들의 손을 이끌었다. 선뜻 나서려는 이는 없었다.

씁쓸하게 집으로 돌아온 A씨는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 접속해 한국 방송사들의 축구 중계 수준을 성토하는 글을 남겼다. A씨 같은 축구 팬들은 적지 않았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한 누리꾼이 “K리그는 투자가 부족해서 중계 수준이 떨어진다. 카메라 대수 투입이 유럽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안 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A씨는 방송사 시청자 게시판에 찾아가 K리그 중계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호소했다. 물론, 바뀌는 것은 없었다. A씨는 자주 경기장을 찾고,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날에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K리그 경기를 시청한다.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중계 동시 시청자 숫자는 약 35,000명(4월 18일 수원삼성 대 FC서울 기준). 5,100만 인구의 0.0069% 만이 A씨와 같은 K리그 중계 경기를 보고 있다. 13년 전 붉은악마와 함께 ‘CU@K리그’ 카드섹션을 함께 했던 A씨의 추억은 이제 환희가 아닌 분노가 됐다.

정말로 국내 축구 중계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일까? 대체 K리그 중계의 무엇이 문제이기에 ‘재미없다’는 편견을 지우지 못하는 것일까? A씨의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풋볼리스트’가 K리그 중계 제작의 현장을 찾아갔다. 우리 ‘TV 속의 K리그’, 그 실체를 들여다보려 한다.

경기 하루 전, 중계는 이미 시작!



영상 - K리그 중계, 영상과 음향 맡은 제작진의 고민은?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 킥오프 시간까지 약 25시간을 앞둔 4월 17일 오후 2시.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이미 경기 중계를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사전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KBS(한국방송)는 슈퍼매치 중계를 위해 총 16대의 카메라를 동원했다. 케이블 방송에서 8대를 동원하는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많은 물량이다. 공중파 야구 중계와 비슷한 수준. 올해 K리그엔 보통 14~18대의 카메라가 동원되고 있다.

KBS가 타 방송사에 비해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2011년 도입한 국내 최대 규모 중계차에 모든 카메라를 실을 수 있고, 대부분 자체 장비와 자체 인력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케이블 방송사가 사용 중인 중계차는 보통 6~8대의 카메라를 실을 수 있어 8대 이상 동원하면 추가 비용이 커진다.

많은 장비를 동원할수록 준비는 바빠진다. 국내 경기장은 대부분 중계를 고려한 설계가 부족하다. 해외 주요 경기장은 중계 케이블이 ‘빌트인’ 형태로 매설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국내 경기장은 그런 설비가 없다. 카메라를 16대 쓰려면 중계차부터 각 카메라까지 16가닥의 긴 케이블을 꺼내 연결해야 하는 복잡한 작업을 해야 한다. 최대한 관중들이 걸려 넘어지지 않을 위치에 케이블을 배치해야 한다. 총 길이가 수천 미터에 달한다. 카메라 설치 위치도 정해져 있지 않다. 매 경기마다 카메라 대를 설치하고 장비를 조립해야 한다. 스틸야드(포항스틸러스 홈 경기장)와 같은 전용구장에서는 관중석을 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홈팀과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준비가 마무리되어 가는 컴파운드(compound, 복합체, 여러 대의 중계차가 주차해 중계를 준비하는 곳)를 둘러봤다. 빅버드에서 원정팬 출입구로 들어가 원정 응원석으로 가다보면 큰 차량 여러 대를 만날 수 있는데, 이 곳이 바로 컴파운드다. 메인 중계차, 슈퍼 슬로모션을 책임지는 차량 2대, 버추얼 카메라를 위한 차량 1대, 장비 차량 2대, 인력을 운송한 추가 차량 등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축구를 비롯한 대형 야외 이벤트를 중계할 때 KBS가 운영하는 ‘이동 지휘소’다. 중계차 안에서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시험 작동해가며 제대로 설치됐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중계 기술진은 이날 주요 카메라 중 일부를 설치해 문제점을 분석해가며 경기 당일에 대비했다. 특히 크로아티아 업체에서 임대해 시험 운용중인 버추얼 리얼리티(VR) 카메라가 생방송 화면 위에 자연스럽게 그래픽을 덧씌울 수 있는지 앵글을 이동시켜가며 확인했다. 설치 작업은 이튿날 아침에 재개되어 경기를 약 3시간 앞두고 마무리됐다. 특수 장비인 ‘지라프 헤드’ 카메라(무선 조종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각도를 찍는 장비)가 지붕 바로 아래에 설치됐다. VR 카메라는 N석과 골대 사이 공간에 배치됐고, 국내 프로 스포츠 중계 사상 최대 수준인 5대의 초고속 카메라도 각 위치에 설치됐다.

K리그, 어떻게 TV로 배달되나



영상 - 2015년 K리그 지상파 중계, 정교하고 숨가쁜 현장 속으로



슈퍼매치의 열기가 서서히 달궈지던 전반 20분, 메인 중계차에 들어가 제작 장면을 지켜봤다. 중계진 중 12명이 중계차 안에서 정신없이 생방송에 집중하고 있다. 주로 들리는 건 이날 중계를 총 지휘한 박일해 PD의 지휘 소리다. 지휘자는 “스리(3번 카메라) 스탠바이, 원 바이, 세븐 바이” 등 끝없이 카메라 번호를 불러가며 다음 장면을 스태프들에게 예고하고, 직접 기기를 조작해 송출 화면을 전환한다. 옆 방에서는 3명의 비디오 감독이 쉴 새 없이 영상을 보정해 박 PD에게 넘기고, 슬로모션을 담당하는 PD 4명은 각자 판단에 따라 적합한 슬로모션을 만들어놓고 박 PD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차두리가 공수 양면에서 아주 빠르네요!” “정대세가 핵심입니다!”
연출자는 다른 스태프들을 지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태프들이 경기 흐름을 이해하기 쉽도록 해설도 덧붙인다. 카메라 감독이 영상을 놓칠 때 연출자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박PD는 “XX 감독님 이렇게 잡아주시면 내가 곤란한데”, “지금 (공 잡은 선수) 따라가야 돼! 좋아요. 감사”라고 이야기하며 카메라 감독에게 실시간으로 지령을 내렸다. 생방송 현장 중에는 욕설이 난무하는 경우도 많다. 연출자와 카메라 감독의 관계는 벤치 위의 감독과 그라운드 위의 선수와 닮아 있었다. 좋은 경기를 위해서는 이들의 호흡이 중요하다.

경기 흐름에 대한 연출자의 판단은 곧 중계 화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PD는 경기 초반 서울이 본격적으로 밀릴 듯한 느낌이 들자 “서울은 해법이 없네요. 볼 데드(Ball Dead, 공이 밖으로 나가는 경우) 되면 최용수 감독 잡을게요”라며 최 감독의 초조한 얼굴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의 해석을 반영했다. 몰리나의 프리킥에 수원 노동건 골키퍼가 실점하자 벤치의 정성룡 골키퍼를 잡았다.

득점이나 부상 등 중요한 순간이 되면 슬로모션을 담당하는 인원이 분주해진다. 각자 붙잡고 있던 화면을 편집해 순식간에 슬로모션을 만든 PD 4명이 차례로 다른 각도의 슬로모션을 내보내며 연출자의 다음 지시를 기다린다. 90분 동안 정신없이 이 작업을 반복하며, 경기 흐름에 따라 조금씩 카메라 구도나 슬로모션의 비중을 바꿔나가는 것이 연출자의 역할이다.

생방송은 90분 동안 경기만큼이나 정신없이 흘러간다. 이날 중계에 투입된 총 인원은 52명이다. 하프타임과 경기 앞뒤 영상을 포함해도 약 2시간 정도 되는 생중계를 위해 많은 인원이 하루 이상 매달린 셈이다. 이는 국내 축구 방송 중에선 여건이 좋은 편에 속한다. 경기 며칠 전부터 계획에 따라 준비할 수 있는 건 국내 프로 스포츠 중계에서 보기 힘든 장점이다. 그러나 해외 중계에 비해서도 좋은 여건이라 말하긴 힘들다. 52명은 충분하지만, 25시간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나의 좋은 축구 중계를 위해 들어가는 공력은 생각 보다 훨씬 크다.

취재=한준, 김정용, 권태정, 김환 기자
영상=김정남, 류보형 PD
그래픽=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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