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하성민(28, 울산현대)은 진화하고 있다. 울산 역시 마찬가지다.

울산이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5’에서 무패 행진으로 3위를 달리고 있는 것은 중앙의 하성민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개월 간의 카타르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하성민의 선택은 울산이었다. 부주장을 맡은 하성민은 팀에 헌신하는 플레이로 명가재건을 꿈꾸는 울산의 주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울산이 치른 7경기에 모두 선발출전했다.

올해 윤정환 감독이 부임한 울산은 변신을 꾀하고 있다. 탄탄한 수비로 실리축구를 펼치며 ‘철퇴축구 시즌2’를 그리고 있다. 하성민은 올해 들어 울산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성민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새 감독님의 전술에 적응해가는 단계예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긴 하지만, 팀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진다는 느낌이 있어요. 작년과는 다르게 쉽게 지지 않는 팀이 된 것 같아요. 정신적으로도 강해졌고요.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좀더 간절히 뛰도록 요구하세요. 희생정신을 강조하시고요. 선수들이 뭔가 하려고 하는 의지? 그런 게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하성민은 윤정환 감독의 축구를 과감히 최강희 감독과 비교했다. 하성민은 2008년부터 전북현대에서 뛰며 최강희 감독의 지도를 받은 바 있다. 하성민은 현재 ‘1강’으로 분류되는 전북을 울산이 뛰어 넘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윤정환 감독님의 축구는 최강희 감독님 축구의 업그레이드 버젼인 것 같아요. 3~4년 뒤면 최 감독님도 윤 감독님한테 이기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두 감독님 모두 조직적이고 희생적인 축구를 원하시는 겉 같아요. 그런데 윤 감독님은 거기서 테크닉까지 원하시죠. 경기 운영이나 패스의 질 등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세요. 3~4년 뒤에 제가 울산에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1강 체제를 윤 감독님이 뒤집을 수 있다고 봐요.”

하성민이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롤모델로 삼아온 선배는 김남일, 김상식과 같은 터프한 선수들이다. 이제 하성민은 1990년대 최고의 테크니션이었던 윤정환 감독의 지도 아래서 자신이 한 단계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팀의 변신에 발맞춰 자기 자신 역시 업그레이드되는 것이 하성민의 목표다.

“감독님이랑 같이 운동하면서 많이 배워요. 선수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테크닉을 여전히 갖고 계세요. 같이 운동에 참여하는 게 일부러 보여주시려는 의도인 것 같아요. 패스의 질이나 타이밍을 배우고 싶어요. 미드필더로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노력하다 보면 좋아질 거예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는 느끼는데 아직 멀었어요. 더 많이 노력해야죠.”

지난해 카타르에서 6개월 간 중동 축구를 경험했던 것은 하성민에게 프로 선수로서 노력하는 방법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원래 목표대로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었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중동축구를 경험하며 느낀 것은 K리그가 정말 빠르고 수준 높은 리그라는 거예요. 선수들이 빠르고 끈질기고, 어느 팀이든 쉽지 않으니까요. 중동은 좀 널널한 편이예요. 경기 스타일도 그렇고 생활에서도 그렇다 보니 선수가 나약해진달까요? 프로선수로서의 자세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이렇게 하면 안되겠구나’를 느끼고 왔죠(웃음). 돈이 다는 아닌 것 같아요. 그때 조성환 선수랑 같이 생활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성환이형이 개인 훈련하는 걸 따라 하다 보니 프로페셔널함을 많이 배웠죠. 중동에서 한국 선수들을 인정해주는 것도 그런 부분인 것 같아요. 부지런하고, 열심히 하는 거요.”

카타르 생활을 끝내고 선택한 팀은 울산이었다.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된 하성민은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했고, 올해 초 재계약했다. 윤정환 신임감독 체제 하에서도 팀의 주축이 돼 전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울산은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내가 열심히 안 하면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신욱이, (김)승규, (김)치곤이 형 등 쟁쟁한 선수들이 많잖아요. 경기 나갈 때면 항상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열심히 안하고 잘 못하면 저 선수들한테 민폐구나. 그러다 보니 간절한 마음으로 뛰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제는 두 가지 마음이에요. 내가 주축이 돼야 한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좋은 선수들 옆에서 잘 해야죠. 죽기살기로.”

하성민에게는 떠나지 않는 수식어가 있다. 하대성(30, 베이징궈안)의 동생이라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형의 존재는 하성민에게 큰 그늘이자 자극제였다.

“형이 K리그(FC서울)에서 워낙 잘 했으니까 비교 받는 것은 당연하죠. 어렸을 때는 실력 차이가 너무 나서 라이벌 근처도 못 갔죠. 형은 형 또래 중에 최고라 불렸으니까요. 저는 그냥 보통 수준의 열심히 하는 선수 정도였죠. 형은 워낙 잘하고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아서 부러웠어요. 형은 축구만 했고 저는 다른 데도 관심이 많아 친구들과 돌아다니기도 했어요. 그게 차이였던 것 같아요.”

하성민은 이제 형의 그늘을 벗어나 형을 뛰어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형과의 맞대결을 상상하며 한 단계 진화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제는 라이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제가 더 간절하니까요.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제가 더 강하다고 생각해요. 1~2년 뒤면 제가 하대성 선수보다 더 높이 평가 받지 않을까……(웃음) 이렇게 지르고 봐야죠. 전 자신 있어요. 활동량 부분에서는 형보다 좋다고 생각해요. 형보다 1~2키로미터는 더 뛸 수 있어요. 테크닉이나 경기운영면에서는 아직 형한테 멀었어요. 팀을 이끌고 가고 경기 흐름을 바꾸고 하는 건 아직 형을 못 따라가는 것 같아요. 더 노력해야죠. 형이 다시 한국으로 복귀해서 같이 붙어볼 때쯤에는 제가 많이 업그레이드돼 있을 거예요.”

하성민에게 2015년은 특별한 시즌이다. 변화된 팀에서 주축 선수로서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7월에는 아들이 태어날 예정이다. 지난해 말 결혼한 후 마음의 안정까지 더한 하성민은 다가올 아들과의 만남에 잔뜩 설렌다. 인터뷰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갈 생각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들이 태어나는 해인 만큼 특별한 시즌이예요. 개인적으로도 정성을 많이 들이고, 노력도 많이 하고 있어요. 느낌이 좋아요. 팀도 점점 강해지고 있고요. 앞으로가 더 기대돼요.”

사진=울산현대/FC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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