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에서 가장 대표적인 경기인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 매치’가 오히려 다른 경기보다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중계를 제작, 방송한 KBS도 예상하기 힘들었던 현상이다.

지난 18일 열린 슈퍼매치는 KBS1을 통해 중계됐다. 이번 시즌 K리그 중계를 꾸준히 편성하기로 한 KBS가 세 번째로 내보낸 경기다. 앞서 방송된 전북현대-성남FC, 포항스틸러스-울산현대 경기가 2% 중반대를 기록했기 때문에 슈퍼 매치는 조금 더 높은 3%를 넘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슈퍼매치는 과거 간헐적으로 중계될 때도 3%를 넘긴 적 있는 경기다.

기대 시청률이 높기 때문에 KBS도 이 경기 중계에 평소 이상의 장비를 투입했다. 경기장 천장에 부착하는 ‘지라프헤드’ 카메라가 동원됐고, 슬로모션을 더 부드럽게 재생할 수 있는 초고속카메라가 A매치 중계보다 많은 5대 투입됐다. 이 경기를 시청한 축구팬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었고, 찬사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슈퍼매치 시청률은 집계 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7~2.1% 수준에 그쳤다. 기대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중계를 제작한 KBS 관계자는 이유를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시청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번 시즌 중계한 다른 경기들보다도 훨씬 낮은 건 예상 밖의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나들이 철이었고 날씨가 좋아 TV를 본 사람이 적을 거라는 분석을 내놓았으나, 관계자는 “그런 시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순간 시청률 추이도 지난 경기들과는 달랐다. 앞선 포항과 울산의 대결 결과는 울산의 4-2 승리였다. 6골이 나는 동안 시청률은 요동쳤다. 골이 집중적으로 터지는 시간에 순간 시청률이 상승하며 전체 평균 시청률도 끌어올렸다. 그런데 슈퍼 매치도 수원의 5-1 승리였기 때문에 골의 개수는 같았지만, 득점으로 인한 시청률 상승 효과가 미비했다. 구체적인 현상을 들여다봐도 답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다.

관계자가 내놓은 가설 중 하나는 지역별 선호도다. 슈퍼 매치의 지역별 시청률을 보면 서울 외의 지역이 크게 떨어졌다. 슈퍼 매치는 사실 전국의 축구팬에게 가장 관심 있는 경기가 아니라, 서울 지역의 축구팬만 좋아하는 경기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시즌 KBS가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경기 전, 전반 후 영상도 효용을 다시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KBS는 각 라이벌전의 스토리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을 위해 경기 소개 영상을 준비했다. 특히 하프타임에 영상을 집중적으로 틀어 전반전이 끝난 뒤 빠져나가는 시청자를 붙잡아놓으려 했다. 그러나 이 영상의 흡입력이 없다면 ‘스토리의 배경 설명’이 아닌 다른 내용의 영상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청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많기 때문에 겨우 3경기만 치른 상태에서는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KBS는 25일 3시부터 인천유나이티드와 포항스틸러스의 경기도 중계한다. 이 경기 시청률에 따라 슈퍼 매치 시청률의 의미가 달라진다. 인천 경기가 의외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수도 있고, 슈퍼 매치와 함께 하락세를 탈 수도 있다.

올해 K리그 중계를 연출하는 박일해 KBS PD는 “스포츠는 늘 열리고 있으니 내킬 때마다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쪼개서 시청해야 하는 어엿한 프로그램이란 인식을 주고 싶다. 우연히 중계를 튼 사람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다가가야 한다. 올해는 K리그의 친숙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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