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레프트백은 한국 축구사에서 늘 주목받았다. 왼발을 정교하게 쓰며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 선수가 가치는 높다.

그런 면에서 최근 눈에 띄는 차세대 레프트백 중 한 명은 부천FC1995의 조현택이다. 신갈고를 졸업하고 2020년 울산현대에 입단한 그는 2021년부터는 부천에서 임대 생활을 하고 있다. 프로 첫 해 울산에서 단 한 차례도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그가 K리그2 무대로 와서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 

2부 리그지만 2001년생의 젊은 선수가 경기를 할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은 쉽지 않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날카로운 왼발을 자랑하던 그는 올 시즌에는 피지컬적인 성장에 오른발 경쟁력까지 추가 중이다. 축구 인생 시작점부터 왼발 스페셜리스트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양발을 잘 쓰는 장면을 보여주며 K리그2  선두 경쟁을 하고 있는 부천의 돌풍과 함께 호평 받고 있다. 부천에서의 활약은 원소속팀인 울산의 미래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이자, 23세 이하 대표팀의 경쟁력으로도 연결된다. 

조현택과의 인터뷰에서 나날이 발전하는 퍼포먼스의 원동력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현재보다는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겸손과 향상심이었다. 최근 K리그 내에서도 자리 잡아가고 있는 젊은 선수의 임대 이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는 조현택과 긴 이야기를 나눠봤다. 

- 부천의 상승세가 놀랍고, 그 중심에는 조현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아뇨. 그건 아닌 거 같아요. 저는 항상 지금 상황에 만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형들이 잘해 주셔서 이기는 경기가 대부분이에요. 올해도 그런 패턴인 것 같아요. 

- 작년에 부천은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결국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올 시즌은 현재 치열한 선두 경쟁 중이죠. 무엇이 이런 극적인 변화를 낳았나요?
작년 초반의 부진은 핑계일 수 있지만 부상자가 너무 많아 저희 전력을 100% 발휘 못했습니다. 한번 연패가 시작되니까 그걸 뒤집을 분위기 반전을 가져오기 너무 어렵더라고요. 작년 후반기부터 전술 완성도부터 시작해서 선수들 의지까지 다들 하려는 자세가 강했습니다. 안에서 경험한 입장에서 볼 때 어느 한 명 빠짐없이 훈련장에서부터 이미 100%를 보여줬어요. 훈련이 끝나면 이영민 감독님께서 “이렇게 다들 열심히 해주니까 나도 가르치는 맛이 난다”고 하실 정도였어요. 그게 올 시즌의 퍼포먼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 조현택 선수의 프로 3년차 과정도 극적입니다. 임대 얘기부터 해볼까요? 선수로서 운명을 바꾼 신의 한 수 같습니다. 기회를 찾아 K리그2로 향한 선택의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1년차에 경기는 못 뛰었지만, 울산에 남아 2년차에 다시 도전해 볼까는 생각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경기 출전을 통해 경험을 쌓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에이전트의 현실적 조언이 컸어요. 울산에서 유스 디렉터를 하시면서 저를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신 분이 이영민 감독님이었어요. 나중에 알게 됐지만, 팀 내부에 계시면서 저를 좋게 평가해주셨다고 에이전트가 알려주더라고요. 그걸 믿고 부천으로 가서 도전하자는 각오로 임대를 결정했습니다. 

- 작년에 성장세가 가팔랐습니다. U22룰의 혜택 여부와 상관 없이 확실한 주전으로 올라섰습니다. 
저는 제가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처음에는 부족함이 더 드러났는데, 그럼에도 감독님이 믿고 기용해 주셨어요. 그 부분 때문에 경기 후에는 항상 제 플레이를 리뷰하고, 부족한 점을 찾아서 발전시키려고 노력을 했어요. 시즌 초반에 센터백으로 잠시 경기를 뛰었는데, 그 역시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데뷔전(충남아산)과 그 다음 안양전까지는 측면을 보다가 센터백 형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제가 3백의 왼쪽 센터백으로 이동했거든요. 윙백과는 다르게 공을 차는데 여유가 있고, 뛰는 양도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까 경기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시야가 늘었어요. 그렇게 여유가 생기니까 윙백을 볼 때도 그런 부분을 생각하며 플레이를 하니까 이전에 안 되던 것도 풀리더라고요. 

- 같은 팀에서의 2년 임대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선택입니다. 어떤 판단으로 올 시즌도 부천에서 임대를 이어가는 걸 택했나요?
작년 후반기부터 부천이 경기력이 좋아지는 걸 느꼈습니다. 저 역시 팀 안에서 제 자신의 퍼포먼스가 올라온다는 걸 느꼈어요. 무엇보다 부천이라는 팀의 색깔이 저한테 잘 맞다고 느꼈어요. 포메이션과 전술, 그리고 형들이 동생들 기죽지 않게 내부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셨습니다. 부천에서 1년 더 하지 않겠느냐고 했을 때 마음이 갈 수 밖에 없었죠. 울산으로 돌아가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냉정하게 볼 때 아직은 경쟁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했어요. 작년에 함께 하면서 올해는 부천이 뭔가 될 것 같다는 기대, 그리고 제 자신이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측면에서 1년 더 임대를 연장해 계속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 경기를 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어린 선수들에게 임대 이적의 이로움을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잘 하면 좋은 기회지만 냉정한 면도 크다고 봐요. 하부 리그로 임대를 와서도 경기를 못 뛰면 원소속팀에서의 이미지가 더 안 좋아질 수 있거든요. 그래도 해볼만한 도전이라고는 얘기하고 싶습니다.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K리그2도 절대 얕볼 수 없는 무대거든요. 내가 1부 리그에 있던 선수인데라는 생각을 지우고, K리그2의 개성과 팀의 특징을 빠르게 확인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해요. 그래야만 여기서 기회를 찾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처음부터 측면 수비를 봤었나요?
중학교까지는 측면 공격수와 최전방 공격수를 봤어요. 신갈고에 입학하면서 측면 수비수로 확실히 전환했고, 사정에 따라 간간히 센터백을 봤어요. 지도자 분들의 조언으로 포지션을 바꾸게 됐죠. 부모님도 그렇고, 저 역시 처음에는 수비 포지션으로 내려가는 걸 반기지는 않았어요. 공격수를 보면서 나름 재미를 많이 봤는데 갑자기 수비로 가라고 하니까 처음엔 거부감이 있었죠. 그러다가 고3 올라갔을 때 처음 연령별 대표팀에 뽑혔어요. 그때부터 포지션을 바꾸길 잘했다고 스스로가 받아들였습니다.

- 올해도 한층 더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제는 왼발 뿐만 아니라 오른발을 사용하는 슈팅이나 패스도 날카롭습니다. 
선수 생활 초반부터 왼발잡이로 출발을 했습니다. 경기 때 얼리 크로스를 주로 활용하니까 상대가 제 왼발을 저지하려는 게 보이거든요. 제가 공을 잡으면 이제 상대 선수들이 “왼발 왼발”을 외치며 막으라고 해요. 그래서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오른발을 잘 못 쓰는 척 속이면서 양발을 다 활용하려고 합니다. 전남 원정에서 오른발로 득점을 해서 쾌감을 느꼈어요. 대전전 때도 오른발로 골대를 맞췄거든요. 오른발을 계속 연습하면 제 경쟁력이 한층 더 올라설 수 있겠다는 걸 체감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훈련에서도 왼발보다 오른발 감이 더 좋으니까 형들이나 코치 분들이 오른발이 낫겠다고도 해요.

- 팀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의 주요 패턴 중 하나가 조현택의 정확하고 빠른 왼발 킥이 공간을 찾아내면 한지호, 박창준, 은나마니가 그 전진패스를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이제는 그 패턴을 간파했음에도 계속 어려움을 겪는데 비결이 있나요?
제가 공간으로 때려주는 킥의 타이밍도 중요하지만 받아주는 선수의 움직임도 중요하거든요. 동료들이 수비를 잘 떨치고 나아가지 않으면 그 패턴을 우리 소유의 공격으로 만들기는 어려워요. 제 스타일은 이제 형들이 잘 아니까, 저하고 눈만 마주치면 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안 보는 척하면서 발 밑으로 잡은 뒤에도 바로 때려요. 저한테 가장 많은 요구를 하는 선수가 은나마니에요. 자기 앞쪽 공간으로 주면 경쟁에서 자신이 있다고 해요. 창준이 형, 지호 형, (이)시헌이 형, 요르만 모두 제가 잡으면 공격적으로 공간으로 빠지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제 장점을 동료들이 이용해주니까 감사하죠. 

- 현 시점에서는 부천의 승격을 얼마나 확신하고 있나요?
솔직히 동계훈련 동안 시즌을 준비할 때는 중위권이나 플레이오프를 목표로 하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즌 끝까지 하나가 돼 지금 페이스대로 간다면 다이렉트 승격까지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감독님께서는 경기 후 얘기하세요. 승리는 우리가 잘해서 나온 결과가 맞지만, 그래도 계속 도전하는 입장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세요. 부천은 매 순간 도전자의 입장에서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동기부여가 꺾이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광주를 비롯한 경쟁자들을 잡겠다는 생각보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고 결과를 가져오는 게 현재 부천의 팀 정신입니다.

- 올 시즌이 끝나면 선택의 시간이 올 겁니다. 부천과 다시 함께 할 수도 있지만, 울산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2년 전 울산에서는 1경기도 못 뛰었는데, 현재 흐름으로 성장해 돌아가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울산에서의 경쟁력에 대한 생각을 늘 하면서 부천에서 집중하고 있어요. 현재의 제 경기력에 대해 절대치로 만족하는 게 우선 같아요. ‘과연 지금 상태에서 울산으로 가면 경기를 뛸 경쟁력이 있을까?’라고 스스로에 물어봅니다. 아직은 확신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상태인 것 같아요. 제가 계속 노력을 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도, 울산으로 돌아가서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가 되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이 분명해서죠. 부천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그런 미래까지도 준비하고 싶습니다. 

- 23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조현택 선수를 계속 주목하고 있습니다.  
황선홍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언제 어디서든 지켜보고 있으니까 늘 준비하고 있으라고. 각급 대표팀은 좋은 자극이더라고요. 23세 대표팀에는 다양한 연령의 선수들이 있어요. 나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FC서울의 이태석 선수 같은 경우 정말 배울 점이 많은 동료거든요. 그래서 항상 좋은 걸 느끼고 올 수 있습니다. 그런 기회를 잡으려면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야죠.  

- 프로 3년차니까 영플레이어에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기도 해요. 
생각은 하고 있는데, 아직 지금 단계에서의 퍼포먼스로는 후보에 오르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공격포인트든, 경기장에서의 내용이든 더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향상심이 상당하네요. 한편으로는 지나친 겸손 아닐까요?
승부욕이 강한 편이에요. 훈련조차도 내기에서 지면 분해하거든요. 이건 부모님 영향이 큰 거 같아요. 어머니가 육상 선수를 하셔서 그런지 그 영향이 있었어요. 어려서부터 축구 선수로 성장할 때도 부모님이 마냥 격려해주시기보다는 냉정하게 지적도 하고, 다그치기도 하셨어요.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학창 시절에 안심하는 순간 항상 경기력이 떨어졌거든요. 높은 집중력의 텐션을 유지하려고 해요. 상처가 나도 그걸 통해서 한층 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칭찬도 감사하지만, 비판에도 늘 열린 생각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영민 감독님 역시 “너에 대한 기대가 크니까 여기서 안주하지 말라”는 말씀을 계속 하세요. 무조건 경기 뛴다는 생각이 지금 제일 위험하니까 항상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라고 지적하시죠. 

- 프로 선수로서의 정체성이나 문화는 부천에 와서 형성이 됐습니다. 부천에 어떤 마음을 갖고 있나요? 
선수들 전체가 정말 잘 어우러지고 있는, 융합이 잘 된 팀입니다. K리그2는 물론이고 K리그1 어떤 팀에도 그 부분은 밀리지 않습니다. 베테랑 형들부터 막내들까지 정말 이 팀에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원소속팀으로 돌아가든, 남든 부천에서의 경험과 추억이 정말 제 선수 생활에서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 같습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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