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지난 2월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 원정 0-1 패배 이후 각성한 토트넘홋스퍼는 리즈유나이티드전 4-0 대승을 시작으로 애스턴빌라를 상대한  32라운드까지 무려 35골을 7경기에서 몰아쳤다. 그런데 지난 16일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과 치른 33라운드 홈 경기에서 0-1로 졌고, 볼 점유율도 48%에 그쳤으며, 유효 슈팅을 단 하나도 기록하지 못하는 등 부진했다.

최근 영국 언론은 2022년 들어 엄청난 양의 골을 합작하고 있는 손흥민, 해리 케인, 데얀 쿨루세브스키의 공격 트리오를 현재 프리미어리그 최고라고 평가했는데, 이 세 명이 브라이턴과의 경기에는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영국 시간으로 낮 12시 30분에 열린 경기라 강한 햇살 속에 더워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게 핑계라면 핑계라며, 선수들의 경기 템포가 늦어 상대 압박을 공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브라이턴의 압박 그물은 실제로 매우 강력했다. 그레엄 포터 감독은 두 명의 제로톱으로 사실상 정통 9번 공격수 없이 좌우 윙백을 포함하면 미드필더를 7명이나 배치한 축구로 토트넘이 공을 돌리거나 측면 공략할 수 없도록 공간을 없앤 축구를 했다. 그렇게 토트넘 공세를 무력화한 뒤 상대가 허점을 보인 후반 45분에 놀라운 집중력으로 결승골을 넣은 것이다.

브라이턴은 토트넘전 승리에 앞서 아스널과 32라운드 원정 경기도 2-1로 이겼다. 하지만 토트넘은 아스널전보다 토트넘전에 더 강력한 수비를 구현했고, 공격 기회는 아스널전보다 적었다. 아스널전에 2골을 넣은 브라이턴은 실제로 토트넘과 경기 기대 득점이 0.8골로 1골을 넣을만한 충분한 기회를 만들지는 못했다.

후스코어드닷컴 토트넘 브라이턴 평균 포지션
후스코어드닷컴 토트넘 브라이턴 평균 포지션

포터 감독이 토트넘의 공격 전개를 막기 위해 준비한 3-5-2 포메이션 구조는 이렇다. 우선 스리백은 포백과 유기적으로 혼용된다. 마르크 쿠쿠렐라, 루이스 덩크, 조엘 펠트만을 스리백으로 뒀는데, 쿠쿠렐라과 펠트만은 모두 주 포지션이 풀백이다. 쿠쿠렐라는 포백의 레프트백, 펠트만은 라이트백에서 주로 뛴다. 두 선수 모두 스리백의 측면  센터백으로 상대 사이드 공격과 하프스페이스 침투를 커버하며 수비에 주력했다.

중원은 3미들이 구성됐다. 모이세스 카이세도, 이브 비수마, 파스칼 그로스가 배치됐는데, 카이세도가 간헐적으로 하프스페이스 공략을 위해 전진 플레이를 펼치지만 기본적으로 중앙 지역에서 공을 소유하고 연결하거나 중원 압박 그물의 일원으로 경기했다. 비수마와 그로스도 비슷한 역할로 중앙에 있었다.

공격은 주로 좌우 윙백이 했다. 벨기에 대표 레안드로 트로사르는 사실 2선 공격수에 가까운 선수인데, 왼쪽 윙백 자리에서 가운데로 들어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겸했다. 오른쪽 윙백 타리크 램프티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발빠른 오버래핑이 좋은 윙백이다. 수비력에 약점이 있어 최근 주전 경쟁에서 밀렸으나 이날은 토트넘이 윙백의 오버래핑을 핵심 공격 루트로 사용하기에 측면 주도권 싸움을 위해 투입됐다.

투톱 자리에 공격형 미드필더인 알렉시스 마칼리스터르, 중앙 미드필더 에녹 음베푸를 배칠한 것이 브라이턴의 수적 우위 축구의 핵심이 됐다. 마칼리스터와 음베푸는 본래 미드필더라 전방 압박 시에 매우 좋은 움직임을 보였고, 여기에 좌우 윙백도 높은 곳에서 함께 토트넘의 후방 빌드업이 측면으로 이어지는 걸 방해했다.

비트윈더포스트 토트넘 브라이턴전 패스맵
비트윈더포스트 토트넘 브라이턴전 패스맵

토트넘은 기본적으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인 로드리고 벤탄쿠르와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를 통해 전환 내지 전진 패스를 하는데, 토트넘의 후방 빌드업이 이 자리까지 오더라도 브라이턴의 3미들이 수적 우위를 점하는데다 두 명의 제로톱이 함께 에워쌌다. 게다가 두 명의 윙백이 미드필드 위치에서 함께 압박해 패스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레길론과 이메르송 로얄의 오버래핑도 힘들었는데, 우선 대부분 수비 영역으로 내려와 공을 받거나, 혹은 상대 윙백의 공격을 막아야 하니 공격으로 올라가는 데 시간이 걸렸고, 커버해야 할 거리가 길었다. 그래서 대부분 평소처럼 윙어 위치가 아니라 자기 진영에 위치를 잡고 있어야 했다.

윙백의 위치가 낮다는 것은 결국 토트넘의 스리톱이 중앙 지역에 모여서 경기할 수 없고, 직접 상대해야 하는 수비수의 숫자가 늘어나는 걸 의미한다. 윙백의 오버래핑 시에도 윙백과 측면 센터백의 협업 수비를 당해 공을 빼앗기거나 백패스했다. 이는 측면 공격수 손흥민, 쿨루세브스키도 마찬가지로 겪은 일이다.

이로 인해 쿨루세브스키도 평소 보다 많이 내려와 거의 오른쪽 윙백 위치에서 경기했다. 공을 쥐고 올라가거나, 올라가서 공을 받아도 속도와 완력이 좋은 쿠쿠렐라를 뚫지 못했다. 쿠쿠렐라는 속도는 물론 침착한 대인 수비력을 갖춰 쿨루세브스키가 아무 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쿨루세브스키가 고립된 가운데 케인의 10번 역할도 통하지 않았다. 문전으로 진입하면 덩크가 잘 막았고, 2선으로 빠지면 비수마가 커버했다. 손흥민이 가장 높은 곳에서 침투를 준비했지만 거의 공이 오지 않았고, 몇 안되는 기회에 슈팅할 때도 브라이턴 수비 숫자가 워낙 많이 블로킹에 막혔다.

전방압박을 빠르고 세밀한 패스로 통과하고, 롱패스로 통과할 경우에는 세컨드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데 토트넘은 그런 체력과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최근 연승으로 긴장감이 떨어지고, 애스턴빌라전 후 이틀의 휴일동안 선수들의 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느낌도 있었다. 물론 낮 시간 더위 속에 치른 경기가 평소보다 토트넘 선수들의 몸을 무겁게 만들기도 했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안토니오 콘테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구조적 문제 속에 손흥민은 토트넘이 기록한 5개의 슈팅 중 그나마 유효했던 문전에서 두 차례 블로킹에 막힌 슈팅을 했다. 개인적인 경기력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손흥민 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었다. 콘테 감독은 후반전에 쿨루세브스키, 벤탄쿠르, 손흥민을 차례로 교체하며 루카스 모우라, 해리 윙크스, 스테번 베르흐베인을 투입했다.

쿨루세브스키와 벤탄쿠르가 경고를 한 장씩 받은 상황이라 앞의 두 교체는 이해할 수 있다. 0-0 상황에 후반 43분에 교체한 것이니 손흥민을 뺀 것도 이해가 불가능한 선택은 아니다. 못 이기더라도 승점 1점은 얻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베르바인이 들어가고 실점했으며, 후반 추가 시간 1분 케인의 결정적 헤더 패스로 맞이한 1대1 기회를 허무하게 놓쳤다. 손흥민을 교체하기 보다 로얄과 레길론 중 한 명을 빼고 베르바인을 투입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 수 있다. 콘테 감독의 결정도 아쉬웠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후스코어드닷컴 캡쳐, 비트윈더포스트 토트넘 브라이턴전 패스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