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허인회 기자= 포항스틸러스 선수들은 원정으로 치른 결승전에서 홈 관중의 압도적인 응원과 야유가 가장 대처하기 어려운 요소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24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위치한 킹 파흐트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전에서 포항이 알힐랄에 0-2로 졌다. 통산 4회 우승에 도전했던 포항은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사우디아라비아 홈 팬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기로 유명하다. 특히 킹 파흐트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은 약 68,000명 수용이 가능한 대형 구장이다. 지난 10월에는 일본 대표팀 주장 요시다 마야가 이 구장에서 홈 팬들의 야유와 조롱을 참지 못해 충돌하기도 했다. 포항은 알힐랄전을 대비하기 위해 함성 소리를 틀어 연습경기를 치르는 특단의 조치까지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만 명 이상의 홈팬들이 운집한 경기장의 열기는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 이날 풀타임을 뛴 풀백 박승욱은 “경기 전 DJ까지 동원해서 홈 관중을 흥분시키려고 분위기를 띄우더라”라고 설명했다. 전반전을 1-0으로 앞선 채 마친 알힐랄은 하프타임에도 클럽에서 나올 법한 일렉트로닉 음악을 크게 틀어 달아오른 분위기를 유지했다.

주장 강상우도 혀를 내둘렀다. 강상우는 “무슨 콘서트장 온 것 같았다. 가장 힘들었던 건 우리가 공을 가지고 있을 때였다. 거대한 야유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이어졌다. 코너킥을 차러 갈 때는 바로 옆에서 야유가 쏟아지니까 주심의 휘슬 소리가 하나도 안 들렸다. 그리고 선수들끼리 소통이 아예 안 되게 만들더라. 정신이 하나도 없고 답답했다. 우리 팬들이면 참 좋았을 텐데, 다른 편 관중이라 너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압도적인 분위기와 더불어 주심의 판정까지 대체적으로 알힐랄의 편이었다. 후반전에 마테우스 페레이라가 박승욱에게 파울을 범한 뒤 공을 주지 않고 풋살에서나 볼 법한 기술을 쓰는데도 주심은 카드 없이 구두 경고만 줬다. 반면 포항 선수에게는 비교적 쉽게 카드를 내밀었다. 상대 슈팅을 막으려던 전민광의 팔에 공이 스쳤는데 주심은 곧장 옐로카드를 꺼냈다. 의도성이 없는 것처럼 보였고 강상우도 항의했다. 하지만 주심의 표정은 단호했다.

결국 포항은 원정의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12년 만의 왕좌 탈환에 실패했다. 그러나 박수 받기에 충분한 행보였다. 올해 주축 선수가 떠나고, 부상자가 여럿 발생하는 등 힘든 상황 속에서도 결승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준 포항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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