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국가대표팀). 서형권 기자
손흥민(국가대표팀).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고양]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의 전술이 실제로 뻣뻣하고 단조로웠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같은 포메이션으로 시작하는 듯 보여도 경기 중 운영이 바뀐다.

11일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가진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1-0으로 승리했다. 전반 36분 황희찬이 페널티킥으로 결승골을 넣었다. 최종예선 5경기 무패(3승 2무)를 이어간 한국(승점 11)은 이란(승점 13)에 이은 조 2위를 유지했다.

슛이 공격수 두 명에게 집중돼 있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손흥민이 7회(이하 ‘FotMob’ 기준), 조규성이 5회 시도했다. 그밖에는 미드필더 정우영, 이재성, 황인범이 모두 2회씩 시도하는 등 여러 선수에게 분산됐다.

손흥민은 슛만 뻥뻥 찬 게 아니라 경기 내내 종횡무진 상대 진영을 헤집고 다녔다. 각종 세부기록에서 모두 최상위권이다. 동료에게 만들어 준 득점 기회가 6회로 압도적인 1위였는데, 전담키커라서 쉽게 기록이 쌓인 측면도 있지만 코너킥이 부정확했다면 올릴 수 없었던 수치다. 드리벌 성공 횟수도 3회로 1위였다.

그 다음으로 돋보인 건 김민재의 기록이었다. 김민재는 정확한 패스를 74회 연결해 1위를 기록했고, 성공률은 94%였다. 드리블 성공은 2회로 경기 2위였다. 오히려 태클 성공이 한 번도 없었다.

손흥민이 공격의 중심으로서 파괴력을 보일 수 있었던 건 측면에 머무르지 않았던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날 한국의 포메이션은 4-1-4-1로 흔히 표기됐다. 손흥민은 황희찬과 함께 좌우 측면을 맡아 원톱 조규성을 지원하는 역할처럼 보였다.

경기가 시작되자 손흥민은 프리롤에 가까웠다. 속공 상황에서는 가장 위협적인 위치라면 어디서든 나타났고, 지공으로 전환되면 측면 공격을 하기보다 조규성과 함께 문전에서 공을 기다리는 장면이나 후방으로 내려가 패스를 받으려는 모습이 번갈아 보였다. 측면보다 중앙에서 뛴 시간이 길었다. 손흥민이 마무리는 못했지만 동료의 땅볼 크로스를 문전에서 받을 수 있었던 장면, 호쾌한 중앙 돌파를 보여준 장면 모두 윙어 역할에 같혀 있었다면 불가능했다.

이날 한국은 손흥민을 중심으로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손흥민이 자주 중앙으로 가는 대신 황희찬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좀 더 측면에 머물렀다. 한쪽 측면이 비면 이재성 등 미드필더나 풀백이 적극적으로 전진해 메웠다. 여기에는 이재성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이재성은 공이 살아나올 수 없는 사지일지라도 꼭 필요한 위치라면 일단 이동해 팀 포진을 맞추곤 했다. 원톱 조규성도 약간 투박할지언정 최전방에서 팀에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경기 내내 노력했다.

한국 공격이 위력적이었던 두 번째 이유는 공수전환이 빨랐다는 점인데 이때는 황인범의 비중이 컸다. 황인범은 최근 벤투 감독의 축구가 답답증에서 벗어나 위력을 되찾게 한 가장 중요한 선수다. 수년에 걸쳐 여러 인터뷰에서 “과감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자기 최면을 걸듯 말해온 황인범은 성공률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과감한 전진 패스와 침투를 통해 팀 전체의 공격 속도를 끌어올렸다. 유일한 골도 황인범이 문전으로 침투하며 얻어낸 페널티킥이었다.

벤투 감독이 기용하는 선수는 거의 변화가 없다. 한때 쓸 선수만 쓴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때는 그 선수들로 매번 뻔한 공격패턴은 반복했기 때문에 위력이 떨어졌다. 최근 완성도가 높아진 벤투 감독의 축구는 감독과 선수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인 결과 한층 유기적이고 위력적인 모습이다.

※ 김정용 취재팀장이 연재하는 분석 칼럼입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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