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FC서울이 2연승을 달리며 올 시즌 최우선 목표인 잔류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서울은 7일 열린 성남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36라운드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였던 34라운드에서 인천유나이티드에 패하며 주춤했지만 광주FC에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기세를 몰아 완승을 만들었다. 

안익수 감독 부임 후 첫 패배를 기록했고, 2연패 위기까지 갔지만 오히려 극복하며 팀이 더 단단해졌다. 성남전은 잠실로 홈을 이전해 치르는 낯선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홈 팬들의 응원 속에 힘을 더 냈다. 승점 43점으로 9위가 된 서울은 11위 강원FC와 4점 차다. 마침 오는 28일 열리는 37라운드가 강원과의 맞대결이기 때문에 그 경기에서 패하지 않으면 위기의 시즌을 딛고 잔류를 확정 짓는다. 

감독 교체 이후 확 달라진 전방 압박, 유기적인 전술 움직임, 빠른 속도의 연계는 성남전에서도 두드러졌다. 안익수 감독 체제의 에이스인 ‘슈팅햄스터’ 조영욱은 선제골로 7호골을 터트리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 팔로세비치는 능숙한 왼발로 멀티골을 뽑아 영입 당시의 기대감을 완전히 채워주며 부활했다. 

베테랑의 헌신도 변함없었다. 특히 기성용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이날 기성용은 평소보다 수비에 더 비중을 뒀다. 성남의 김남일 감독은 서울의 배후 공간을 전략적으로 노리며 홍시후, 이중민을 공격 선발 카드로 내세웠다. 서울은 언젠가 들어올 203cm의 장신 공격수 뮬리치에 대한 대비까지 해야 했다. 

전반 중반까지 서울이 오스마르와 강상희의 센터백 조합에 그 사이로 내려 온 기성용이 3백 형태를 갖추니, 뒷공간을 노리려던 성남의 의도대로 경기가 되지 않았다. 결국 전반 33분 뮬리치가 등장했다. 김남일 감독은 선발 투입한 이중민에 수비수 이창용까지 빼며 박용지, 뮬리치, 홍시후 3명의 공격수로 서울의 3백 대응을 무너트리려고 했다. 

높이와 힘, 배후를 파고 드는 움직임을 두루 갖춘 뮬리치를 통제하지 못하면 상대가 늘린 공격 숫자에 서울 수비도 당할 수 있었다. 성남도 후방에서 의도적으로 뮬리치를 노린 긴 패스를 올리며 흔들고자 했다. 하지만 기성용이 뮬리치 효과를 최소화 시켰다. 공이 오면 기성용이 뮬리치와 붙어 헤더 경합을 하거나, 미리 공을 차단하며 밀어냈다. 국가대표 시절에도 잘 하지 않던 헤딩 장면을 이날은 여러 차례 나왔다. 

오스마르와 강상희도 기성용과 함께 간격을 좁혀 뮬리치를 막아냈다. 동시에 박용지가 뒤로 빠져 나오려는 움직임은 기성용의 수비라인 컨트롤을 통해 저지했다. 성남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규성이 들어오기 전까지 이날 구상했던 공격을 수행하는 데 애를 먹었다. 나중에 부쉬까지 들어오자 서울 수비도 힘에서 밀렸지만 양한빈의 선방으로 클린시트를 만들었다.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변함없이 안정적이었다. 여유 있는 탈압박 능력에 공을 탈취한 뒤 정확한 패스를 동료들에게 전달했다. 다만 기성용의 트레이드마크인 롱패스 시도는 평소보다 적었다. 조영욱의 선제골 장면에서 기성용을 연상시킨 60미터짜리 택배 패스를 왼쪽 수비수 이태석의 몫이었다. 적극적으로 올라가 공격에 가담하며 위협적인 슈팅을 때리는 모습도 이날은 나오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기성용은 장딴지 부상을 안고 이날 경기에 나선 상태였다. 35라운드 광주 원정 때 전반전에 이상을 느껴 하프타임에 교체됐다. 당초 성남전 출전도 어렵다고 전망됐으나 극적으로 선발 출전했다. 

기성용은 광주전이 끝난 뒤 안익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게 어떻게든 성남전에 나서겠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광주전으로 만든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면 남은 2경기에서도 긴장감이 큰 잔류 싸움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성남전 이후 3주 간의 휴식기를 통해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의 부담은 각오하고서 출전하겠다고 했다.

이틀 간 진통주사를 맞고 회복에 전념한 기성용은 성남전 하루 전인 토요일 팀 훈련에 나섰다. 수비 전술과 가벼운 플레이를 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했다. 다만 순간적으로 큰 힘이 들어가는 롱패스와 슈팅은 자제하기로 했다. 그 결과 성남전에서 기성용은 어떤 경기보다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후방의 컨트롤 타워 역할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런 기성용의 모습은 안익수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늘 강조하는 베테랑의 역할론으로 이어진다. 안익수 감독은 기성용과 고요한 등을 거론하며 “서울의 정신과 문화를 지닌 베테랑들이 앞장서서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고요한 역시 광주전 대역전승의 결승골을 만들었고, 성남전에서도 도움을 올렸다. 

기성용은 안익수 감독 부임 후 반등에 성공한 서울을 이끌며 “팬들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며 정신적으로 피로한 것보다, 육체적으로 힘든 게 차라리 낫다”라며 후배들을 독려하는 중이다.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서울의 정신이 팀을 다시 강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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