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메드 살라(리버풀). 게티이미지코리아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맨체스터시티가 지배력을 발휘했지만, 승리에 더 가까웠던 팀은 리버풀이었다. 그 차이는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와 케빈 더브라위너의 효율에 있었다.

4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를 가진 리버풀과 맨시티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리버풀(승점 15)이 첼시에 선두를 내주고 승점 1점차로 2위에 머물렀다. 맨시티(승점 14)는 승점 동률인 팀이 4팀이나 되는 가운데 골득실에서 가장 앞서며 3위에 올랐다.

▲ 경기 지배한 맨시티, 그러나 여전히 낮은 효율

맨시티가 지배한 시간이 절반, 두 팀이 비등했던 시간이 절반 정도 되는 경기였다. 리버풀이 지배한 시간은 없었다. 전반적인 슛 기회는 맨시티가 12회 대 6회로 더 앞섰다. 리버풀이 경기 초반 강한 역습으로 잠깐 효과를 봤지만 한동안 맨시티가 경기를 장악했다.

리버풀이 수년째 큰 변화 없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온 반면, 맨시티는 같은 포메이션이되 이번 시즌 내내 안고 있는 공격 고민 때문에 새로운 조합을 들고 나왔다. 새로 영입했지만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테크니션 미드필더 잭 그릴리시를 최전방 ‘가짜 9번’으로 배치했는데, 첫 시도였다. 유일한 전문 스트라이커지만 득점력이 떨어지는 가브리에우 제주스는 앞선 경기들처럼 오른쪽 윙어로 배치되고, 왼쪽은 필 포든이 맡았다.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그릴리시와 포든이 모두 공격진으로 진진하면서, 두 공격형 미드필더는 더브라위너와 베르나르두 실바만 남았다. 두 선수 모두 오른쪽에 치우친 자리를 더 선호하는데 실바가 양보해 왼쪽을 맡았다. 그러나 실바도 좋은 장면은 오른쪽으로 이동했을 때 나왔고, 왼쪽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릴리시 활용은 또 실패했다. 중원으로 내려가 공을 끄는 그릴리시의 성향은 이론상 가짜 9번에 잘 어울렸지만 탈압박도, 전방으로 침투하는 동료들에게 공을 내주는 플레이도 없었다. 그릴리시는 드리블 성공과 키 패스 모두 0회(이하 세부기록 ‘후스코어드’ 기준)에 그쳤는데 가짜 9번다운 기록은 아니었다. 맨시티에서 유일하게 교체당한 선수였다.

리버풀은 라이트백 제임스 밀너가 분명한 약점이었다. 35세 밀너는 순수한 순발력 문제 때문에 포든을 일대일로 막지 못했다. 왼쪽에 치우친 미드필더 실바, 레프트백 주앙 칸셀루 등의 협공도 버거웠다. 밀너는 전반 42분 경고를 받았고, 후반전 두 번째 경고 위기를 운 좋게 넘겼다. 반대로 말하면 맨시티는 확실하게 파고들 상대 약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살리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어시스트 ‘받는’ 역할의 더브라위너, 아쉬운 컨디션

이날 맨시티의 특징 중 하나는 더브라위너가 패스보다 문전 침투 후 마무리 역할을 주로 맡았다는 것이다. 특이하게 더브라위너의 키 패스(동료의 슛으로 이어진 패스)는 경기 내내 1회에 불과했고, 슛은 두 팀 통틀어 최다인 5회나 됐다. 공을 만진 횟수를 봐도 볼 터치가 실바 78회, 더브라위너 60회였다. 패스 성공률은 더브라위너가 양 팀 선발 멤버 통틀어 최저인 73%에 불과했다.

이처럼 동료를 살리는 것보다 본인의 ‘한 방’을 발휘해야 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더브라위너의 슛은 부정확했다. 맨시티 결정력 난조의 중심에는 더브라위너가 있었다. 전반에만 슛 4회를 시도했는데 노마크 상태에서의 다이빙 헤딩 등 결정적인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후반전 기록한 동점골도 상대 수비수 맞고 굴절돼 들어간 행운의 골이었다.

이번 시즌 초반 더브라위너의 위력은 예전 같지 않다. 현재까지 EPL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를 통틀어 도움 없이 1골에 그쳤다. 두 대회 합친 출장시간이 아직 367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를 갖기엔 이르지만, 리버풀전처럼 결정적인 기회를 연달아 놓치는 경기가 반복된다면 맨시티의 빈공 문제는 더 커진다.

물론 다른 경기들까지 아울러 본다면 맨시티의 결정력 문제는 더브라위너만의 책임은 아니다. 더브라위너는 EPL과 UCL에서 키 패스 12회를 기록 중인데 이는 90분당 3.0회 수준이다. 이 정도면 여전히 최고급이다. 이를 받아먹지 못하는 공격수들의 문제가 크다.

▲ 살라, 골뿐 아니라 빌드업과 수비까지 만능

리버풀이 밀리는 와중에도 승리 직전까지 갈 수 있었던 요인은 단연 살라였다. 컨디션 최고인 살라가 경기 중 활동반경을 넓혀 빌드업부터 관여한 덕분에 리버풀이 밀리던 흐름을 뒤집을 수 있었다. 전반전 살라의 개인 점유율은 1.5%에 불과했는데 후반전에는 2.5%로 상승했다. 이 덕분에 리버풀은 전반전 슛 1회 대 7회로 크게 밀렸지만, 후반전은 5회 대 5회로 동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살라는 공격 포인트 2개, 드리블 성공 5회, 공 탈취 4회 모두 경기 최고 기록을 남겼다. 공수 양면에서 활약이 엄청났음을 보여주는 기록이다. 여기에 걷어내기, 가로채기, 공중볼 획득까지 각각 1회씩 기록하면서 궂은일과 마무리를 모두 책임지는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살라는 상대 두세 명이 압박할 때도 때론 드리블로, 때론 패스로 빠져나가 순식간에 맨시티 문전까지 공을 운반했다. 리버풀 중원의 압박 능력은 예전만 못하다. 조르지뇨 베이날둠이 떠났고, 파비뉴와 조던 헨더슨은 붙박이 주전으로 뛸 자격이 충분하지만 모두 30대 노장이라 단순 활동량 면에서는 장점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살라는 중원 장악부터 공격 마무리까지 모두 영향력을 발휘했다. 살라는 이번 시즌 EPL 6골 3도움, UCL 3골을 기록 중이다. 특히 최근 7경기 연속골을 넣었는데 첼시, AC밀란, 맨시티 등 강팀 상대 경기마다 결정적 득점으로 팀에 승점을 안겼다.

※ 김정용 취재팀장이 연재하는 분석 칼럼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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