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전 승리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한 킬리안 음바페,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네이마르 인스타그램
맨시티전 승리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한 킬리안 음바페,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네이마르 인스타그램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지난 10년 사이 축구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해 단기간 위상을 높인 파리생제르맹(PSG)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대결은 2021-22 UEFA 챔피언스리그 미리보는 결승전으로 꼽혔다. 실제로 PSG는 2019-20시즌 준우승, 2020-21시즌 4강에 오른 팀이며, 맨시티도 지난 시즌 준우승 팀이다.

두 팀 모두 창단 후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목표를 두고 올 여름 의미있는 보강을 했다. PSG는 자유 계약 선수로 풀린 리오넬 메시를 포함해 세르히오 라모스, 조르지죠 베이날둠, 아흐라프 하키미, 누누 멘데스, 잔루이지 돈나룸마 등을 영입해 스쿼드의 무게감을 높였다. 맨시티는 1억 파운드를 잭 그릴리시 한 명에 투자했다.

이름값과 선수단 몸값으로 따지면 이 두 팀의 대결이야 말로 메시가 이끌던 바르셀로나와 호날두가 이끌던 레알 마드리드의 '엘클라시코'에 붙었던 '지상 최대 축구 쇼'를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둘이 펼친 축구는 생각보다 단순했고, 축구의 미학을 보여주는 경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리오넬 메시, 이드리사 게예(왼쪽부터, 파리생제르맹). 파리생제르맹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 캡쳐
리오넬 메시, 이드리사 게예(왼쪽부터, 파리생제르맹). 파리생제르맹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 캡쳐

 

우선 이 경기의 승점 3점을 챙긴 PSG는 후반 39분에 리오넬 메시가 2-0 스코어를 만든 쐐기골로 입단 후 첫 골을 넣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메시의 골은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눈을 사로잡을만 했으나 전형적인 역습 골이었다.

맨시티 수비 라인이 뒤로 물러서는 가운데 마르코 베라티가 우측면에 있는 메시에게 공을 보냈고, 라이트백 하키미가 오른쪽 사이드 라인을 파고들자 메시 앞을 막던 주앙 칸셀루가 하키미 쪽으로 따라 붙었다. 칸셀루가 지나간 공간으로 메시는 돌파를 시도했고, 반대편에 있던 킬리안 음바페가 문전 중앙 쪽으로 침투했다.

메시는 에메릭 라포트르가 자신의 대각선 돌파를 따라붙자 음바페에게 패스했고, 음바페는 후벤 디아스를 자신의 쪽으로 붙여둔 채 월패스로 다시 메시에게 공을 내줬다. 패스를 한 시점부터 문전 좌측으로 달려들고 있었던 메시는 라포르트가 그대로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지만 음바페의 패스를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했다.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킬리안 음바페(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메시는 경기 내내 견고한 맨시티 수비를 상대로 공을 지키고 전개하며 그의 클래스를 보여줬으나 화려함이라는 수식어를 쓸 수 있었던 것은 이 한 장면이 전부였다. PSG는 전반 8분 만에 나온 이드리수 게예의 선제골로 경기 주도권을 잡고 내내 선수비 후역습 자세를 취했다. 

맨시티 역시 이날 경기에서 돋보였던 것은 음바페, 네이마르, 메시로 구성된 MNM 트리오의 공격에 맞서 촘촘한 수비 대형으로 공간을 주지 않은 것이다. 반대로 그릴리시, 라힘 스털링, 마레즈로 구성한 전방 삼각 편대의 사이 공간으로 케빈 더 브라위너와 베르나르두 실바를 침투 시켜 득점을 노린 맨시티의 플레이도 베라티가 온 몸을 던지며 PSG 포백 라인과 문전을 사수해 지키는 장면이 더 인상적이었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프랑스 리그앙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인 누누 멘데스도 이날 왼쪽 측면에서 높은 수비 집중력을 보였다. 양 팀 모두 지공 상황에서 해법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수비 균형과 조직이 좋았다. 풀어가는 능력보다 막아내는 능력이 더 돋보이는 경기가 되면서 기대처럼 화끈한 공방전 양상은 펼쳐지지 않았다.

PSG가 결국 2-0으로 승리한 힘은 MNM 트리오의 문전 해결 능력이 '마지막 판단이 좋지 않은' 스털링, 측면에서 중앙 커트인 플레이 하나만 수준급인 그릴리시, 경기력 기복이 큰 마레즈를 공격 삼인조로 내세운 PSG에 비해 높았기 때문이다. 이 경기를 통해 맨시티는 다시금 정통 9번 공격수를 영입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 했을 것이다.

PSG는 메시를 영입했다고 하더라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결코 쉽게 이룰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오히려 클뤼프 브뤼헤와 1-1로 비긴 1차전 경기에도 고전했던 PSG는 돈나룸마가 7차례나 선방하며 문전을 사수하지 않았다면 맨시티를 이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날 경기 득점 기대값은 PSG가 0.46골에 그쳤던 반면 맨시티는 1.92골로 최소한 2골을 넣어야 했다. 골대도 PSG를 도왔다.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네이마르(파리생제르맹).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음바페, 네이마르, 메시라는 역대급 공격진을 구성했으나 이 선수들을 모두 기용했을 때 미드필드 선수들은 희생적인 플레이가 불가피하다. MSN 트리오의 바르셀로나, BBC 트리오의 레알 마드리드도 결국 세 선수에게 공을 배달해 치명적으로 마무리하는 역습 플레이가 무기였다.

과르디올라 시절 바르셀로나와 같은 지배적인 축구는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로 구성된 세 명의 미드필더가 가짜 9번 메시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 현재 MNM 트리오는 메시가 전성기보다 떨어진 몸 상태로 2하프스페이스에 배치되고, 음바페가 중앙에서 측면으로 이동해 역습의 기반이 되며, 네이마르가 가장 자유롭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 역할로 공격을 전개한다.

결국 마법의 관건은 네이마르가 폼을 되찾는 데 있다. 네이마르는 아직 지난 두 시즌 PSG의 챔피언스리그 연속 4강을 이끈 당시의 날렵함을 찾지 못했다. 메시가 화룡점정처럼 보이지만 네이마르는 PSG 10번의 자격이 있고, 음바페와 메시가 결정적인 골을 넣을 수 있는 견인차가 될 선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네이마르, PSG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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