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조효종 기자= 선수 선발 과정에서 드러났던 우려들이 결국 팀 김학범의 발목을 잡았다.

7월 31일 일본 요코하마의 국제종합경기장에서 2020 도쿄 올림픽 8강전을 치른 한국이 멕시코에 3-6으로 완패했다.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메달 획득을 노렸던 한국의 도전은 8강에서 멈췄다.

김학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 동안 가용 선수단을 최대한 활용했다. 기본 전형을 유지하면서 상대에 따라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1차전 충격패 이후 맞이한 2차전에는 선발 다섯 명이 바뀌었다. 3차전에는 세 자리, 가장 변화가 적었던 8강전에도 두 자리를 교체했다. 조별리그 3경기 동안에만 골키퍼 2명을 제외한 모든 필드 플레이어가 한 번 이상 그라운드를 밟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메워지지 않는 포지션들이 있었다. 22인 선수단 내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문제였다. 최종 명단 발표 당시부터 선수단 구성에 우려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거론된 자리는 백업 스트라이커였다. 김 감독은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 공격수 황의조의 선발이 가능해지자 오세훈, 조규성 등 다른 정통 스트라이커 자원을 모두 배제했다. 뒤늦게 선수단에 합류한 황의조가 팀에 녹아들지 못하거나 컨디션 난조가 발생할 경우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술적으로도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장신 공격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최종 명단이 18인에서 22인으로 확대됐을 때도 최전방 공격수는 추가 발탁 대상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뽑은 선수들 중에서 대안을 찾고자 했다. 평가전에서 측면 공격수 이동준, 송민규의 전방 배치를 실험했다. 그러나 효과가 없어 이 카드는 본선에서 활용하지도 못했다. 황의조가 고전하며 우려가 현실화된 본선 첫 경기 김 감독이 궁여지책으로 꺼내 든 카드는 센터백 정태욱의 최전방 이동이었다. 대안이 없었던 셈이다. 2, 3차전 대승을 거뒀지만 스트라이커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황의조는 페널티킥 2골이 있었던 3차전 이후 8강전에 다시 잠잠했다. 황의조의 장점을 살릴 수 없는 긴 패스 위주의 공격이 계속 진행됐는데,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스트라이커 백업이 부실했던 반면 2선에는 중복 자원이 많았다. 특히 왼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만 세 명 있었다. 가장 많은 득점을 터뜨리며 꾸준히 팀 김학범의 에이스로 활약한 이동경, 한국 최고의 유망주 이강인, 그리고 와일드카드 권창훈까지 김 감독은 한 명도 포기하지 못했다. 권창훈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도 활용 가능한 자원이지만 오른쪽 윙어를 주 포지션으로 하는 선수도 이미 이동준, 엄원상이 있었다.

한 포지션에만 세 선수를 선발하다 보니 다른 자리에 문제가 발생했다. 왼쪽 윙어 자리는 대회 내내 팀 김학범의 약점이 됐다. 이 위치가 본 포지션인 선수는 송민규밖에 없었는데, 송민규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권창훈, 엄원상, 김진야 등이 번갈아가며 맡았지만 위력이 떨어졌다. 권창훈, 이강인, 이동경을 충분히 활용하지도 못했다. 1차전을 제외하면 셋 중 한 명씩만 선발 출장했다.

손흥민(국가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손흥민(국가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예비 명단에 선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1, 2차 제주 소집 훈련에 참가했다가 낙마한 정우영, 김대원, 이승우는 모두 왼쪽 윙어가 익숙한 선수들이다. 와일드카드 자원에도 왼쪽 공격수를 맡아줄 최고의 카드가 있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이미 김 감독, 황의조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손흥민도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였다. 최강 전력을 구축하길 바라며 손흥민의 출전 가능성을 타진했던 김 감독은 “한국 축구를 위해 아껴줘야 한다”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막판에 손흥민을 선발하지 않았다. 이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손흥민은 올림픽 참가를 위해 구단의 허락까지 받은 상태였다.

손흥민이 아니더라도 와일드카드를 더 시급한 포지션에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결정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 선발 이전부터 고민이 많은 자리로 풀백을 지목하며 분발을 요구한 바 있다. 그 이후에도 명확한 주전 선수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김 감독은 풀백 와일드카드를 발탁하지 않았고, 측면 수비 문제는 8강 탈락의 빌미가 됐다.

대회 전부터 가장 말이 많았던 센터백 와일드카드 결정도 결국 8강전 한계를 드러냈다. 김 감독은 김민재의 소속 구단 베이징궈안이 반대하는 와중에도 발탁을 추진했다. 1%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김민재의 이적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지만 무의미한 기다림이었다. 시간만 낭비한 채 도쿄 출국 전날에야 김민재 대신 박지수가 대표팀에 승선했다. 박지수는 실전에서 손발을 맞출 새도 없이 1차전 교체 투입됐다. 2, 3차전에는 선발로 나서 괜찮은 활약을 보였으나 토너먼트에서 강팀 멕시코를 만나자 감춰졌던 문제점이 드러났고, 6실점을 내줬다.

선수 개개인에게 화살을 돌리긴 힘든 대회였다. 황의조는 백업 자원 없이 매 경기 선발로 나서야 했고, 권창훈은 미드필드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헌신했다. 박지수는 보름 전에 처음 소집돼 약 10일 동안 네 경기를 치렀다. 한 달여 동안 실전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치른 경기들이었다. 다만 구성에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 일찍부터 무리수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예견된 문제였지만 팀 김학범은 해결책을 찾지 못했고, 예정된 결말을 맞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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