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야(13번, 올림픽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진야(13번, 올림픽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올림픽 대표팀은 성실하게 움직이며 공간을 활용해 줄 왼쪽 윙어가 필요했다. 적임자를 찾아 여러 선수를 두루 실험해 본 결과, 뜻밖의 유력한 해법이 김진야다.

한국은 28일 일본 요코하마의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B조 3차전에서 온두라스를 6-0으로 대파하고 조 1위로 8강에 올랐다.

주전 조합을 완성하지 못한 채 본선에 온 김학범 감독이 3경기에 걸친 선수변화 끝에 최적의 조합을 찾은 듯 보인다. 대부분의 포지션이 앞선 두 경기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 2차전 루마니아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정승원이 부상으로 빠졌다는 걸 감안하면, 나머지 10개 포지션은 온두라스전 출장 선수가 앞으로도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다.

1차전 뉴질랜드전에서 한국의 문제는 공격 상황에서 포지션별 시너지가 잘 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전원 압박을 기조로 한 수비 전략은 세 경기 모두 똑같았고 잘 통했다. 그러나 느린 공격 때문에 상대 수비를 좌우로 흔들지 못했고, 낮은 골 결정력으로 인해 단 한 골을 내주는 순간 패배를 당했다.

2차전 루마니아전에서 새로 들어오면서 주전 자리를 확보한 선수는 3명이다. 오른쪽 측면이 윙어 이동준, 풀백 설영우 조합으로 완성됐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기세 넘치는 드리블로 공격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동준, 적극적인 오버래핑으로 측면에서 조화를 이루는 설영우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 와일드카드 센터백 박지수도 부랴부랴 발을 맞춘 뒤 2차전부터 주전으로 올라섰다. 여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정승원이 합류한 것 역시 중원 장악력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

3차전에서 새로 합류한 선수는 왼쪽 윙어 김진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는 권창훈과 루마니아전에서 선발로 뛴 이동경 모두 동료들과의 조화 측면에서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성공적이었던 깜짝 카드는 김진야였다.

원래 좌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풀백으로 인식돼 온 김진야는 윙어까지 소화할 수 있긴 하지만 전진 배치될 거라 예상하긴 힘들었다. 김진야의 공격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후반 4분 문전으로 침투하다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후반 19분에는 설영우의 땅볼 크로스를 마무리하며 한국의 다섯 번째 골을 터뜨렸다.

한국의 공격은 첫 경기부터 오른쪽 중심이었다. 첫 경기는 오른쪽으로 이동해 패스를 뿌리는 이강인 때문이었고, 두 번째 경기부터는 윙어 이동준 때문이었다. 선수 구성을 봐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는 이강인, 이동경, 권창훈 3명이나 선발됐고 오른쪽 윙어가 엄원상, 이동준 2명인 것과 달리 왼쪽 윙어는 송민규 한 명뿐이었다. 오른쪽 중심으로 공을 돌리는 구조에서 왼쪽 윙어는 좋은 타이밍에 침투하면서 크로스를 받아먹고 공격수의 견제를 분산시켜주는 위치선정이 가장 중요했다. 공을 오래 몰고 다니거나 고난이도 패스를 찌를 필요는 없었다.

김학범 감독은 앞선 두 경기에서 권창훈, 송민규, 엄원상의 왼쪽 기용을 모두 시험해 봤지만 어느 선수도 만족스런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대안으로 떠오른 김진야는 활동량과 집중력에서 나오는 적절한 움직임이 장점이다. 현재 한국의 윙어에게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하기엔 김진야의 특징이 오히려 딱 맞았다.

특히 문전 침투 타이밍이 기대 이상이다. 동료들이 공을 문전으로 투입할 때, 적절한 상황 판단으로 받으러 움직이는 모습은 독일 대표 토마스 뮐러가 국제무대에 처음 등장했을 때를 연상시켰다. 김진야는 때로는 앞으로 잘라 들어가는 움직임을, 때로는 한 박자 늦게 침투하며 뒤로 흐르는 공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에측의 성공률이 높았다.

김진야의 수비력은 후퇴해 지킬 때만 쓰이는 게 아니라 공격의 시발점이 될 때 더 빛을 발했다. 전방압박을 강하게 한 뒤 속공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한국의 가장 큰 무기다.

루마니아전 4득점, 온두라스전 6득점 모두 한국 쪽에 행운이 따른 덕분에 나온 결과였다. 그러나 상대 퇴장이 나오기 전 경기 내용도 한국이 압도하고 있었다. 갈수록 경기력을 개선해가면서 8강에 올랐다는 건 사실이다. 한국은 31일 같은 경기장에서 멕시코와 8강전을 갖는다.

※ 김정용 취재팀장이 연재하는 분석 칼럼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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