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준(왼쪽, 한국 올림픽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이동준(왼쪽, 한국 올림픽 대표팀).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이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이번에도 투지였다.  투지를 전술적 무기인 전방 압박으로 승화시킨 것이 8강행 불씨를 살린 원동력이다.

25일 일본 이바라키현의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B조 2차전에서 한국이 루마니아에 4-0 대승을 거뒀다. 전반 마리우스 마린이 자책골을 넣었고, 후반 엄원상과 이강인(2골)이 추가골을 넣었다. 한국은 1승 1패로 맞물린 4팀 중 골득실에서 가장 앞서 조 1위에 올랐다.

한국의 공격 작업이 깔끔한 건 아니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유려하게 공을 전달해서 득점하는 장면도, 상대 진영까지 공을 전달했을 때 멋진 부분전술로 수비를 굴복시키는 장면도 잘 나오지 않았다. 자책골, 상대 퇴장, 페널티킥 등 호재가 겹쳤다.

그러나 그 호재를 만들어낸 건 주도권을 잡고 루마니아의 실수를 경기 내내 유발한 덕분이었다. 강력한 전방 압박이 효과를 봤다. 한국은 상대 진영에서 빈틈이 보이면 두어 명이 달려들어 공을 빼앗으려는 압박뿐 아니라, 빌드업 시작 단계에서 패스 경로를 모조리 차단하는 조직적인 전방 수비, 압박 후 공이 주인 없이 흘렀을 때 먼저 전력질주 해 따내는 기동력까지 여러모로 루마니아보다 우월했다.

바뀐 선수 조합이 강력한 압박에 적합했다. 이강인보다 수비지능이 조금 더 나은 이동경,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을 ‘악바리’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인 정승원으로 교체하면서 중원의 활동량과 상대를 괴롭히는 순간적인 판단이 모두 개선됐다.

상대 퇴장으로 승기를 잡은 뒤에는 부상 우려가 있는 정승원을 빼고 김동현이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을 투입, 상대 진영에서 압박할 수 있는 선수 숫자를 오히려 늘렸다. 수적 역세에 처한 뉴질랜드는 압박을 버티기 더욱 힘들어했다.

앞선 뉴질랜드전도 결정력 부족으로 인해 패배했지만 슛 횟수에서 12회 대 2회로 압도할 수 있었던 건 강력한 압박 덕분이었다. 조직력을 매우 강조하는 김 감독의 성향이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 전원의 수비 가담과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

교체카드를 5명까지 쓸 수 있는 대회 규졍에도 잘 맞는 수비 전략이다. 체력 안배가 수월하다. 지난 두 경기 미드필더 중 180분 모두 풀타임을 소화한 건 원두재 한 명뿐이다. 두 경기 모두 선발로 뛴 선수로 엄원상이 있지만 매번 후반전에 빠졌다. 이강인, 정승원, 김진규, 이동경, 이동준, 권창훈 등의 체력 안배가 잘 돼 있어 다음 경기에서도 압박 축구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28일 온두라스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무승부나 승리를 거두면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