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축구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효창 운동장은 기회의 땅, 기회를 제공한건 서울이랜드FC였다. 서울이랜드의 공개테스트는 누군가에겐 취직의 기회였고, 집으로 돌아올 기회, 꿈을 이룰 기회이기도 했다.

서울이랜드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용산구의 효창운동장에서 공개테스트 ‘디오퍼 2015’를 진행했다. 내년 K리그 챌린지에 신생팀으로 참가하는 서울이랜드가 선수를 선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공교롭게도 첫날 아침 기온은 영하 8도까지 떨어졌고 인조잔디 위엔 눈이 덮였다. 박상균 대표이사가 앞장서 눈을 치우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가진 마틴 레니 감독은 경기장 쪽의 눈치를 보듯 힐끔거리며 “눈 치우는 걸 돕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 자리의 목적은 슈퍼스타를 찾는 것이다. 스타의 재목이 있을지 알수는 없지만 누구에게나 기회는 있다. 열린 마음으로 관찰하겠다. 미국메이저리그(MLS)에서도 트라이아웃을 통해 MVP급 스타를 찾은 적이 있다. 여기서도 기대가 된다. 재능이 있고 장차 발전 가능성이 큰 선수를 찾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청산유수로 말을 마친 레니 감독은 경기장 맞은편에 가서 선수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디오퍼’에 지원한 총 참가자는 546명이었다. 그중 서류 전형을 통과한 선수가 140명이었고, 이들은 3일과 4일에 걸쳐 1인당 2번의 연습 경기를 치렀다. 여기서 살아남은 60명이 5일 최종 테스트에 임했다.

종종 거친 태클을 불사하며 투지를 불태우는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보다 처음 발을 맞춰보는 선수들 사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선수가 더 많았다. 그중 일부만 눈에 띄는 능력을 발휘했고, 그럴 때마다 김세윤 전력분석관이 선수의 특징을 메모했다. 김경원 스카우트, 김철민 운영팀장도 선수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느라 바빴다.

FC서울 출신부터 ‘취준생’까지

‘디오퍼’는 여느 공개테스트에 비해 유독 규모가 컸다. 비슷한 시기에 충주험멜, FC안양, 고양HiFC 등도 공개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서울이랜드의 참가 열기는 이례적이다. 꽤 성공적이었던 안양의 1년 전 공개테스트는 152명이 지원해 63명이 서류 심사를 통과했고, 1차 실기테스트 통과자는 26명이었다. 서울이랜드의 규모가 3배가량 크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참가자도 많았다. 2011년 FC서울의 ‘조커’로 이름을 알린 강정훈은 지난 여름 서울에서 방출된 뒤 부산교통공사를 거쳐 지금 소속팀이 없다. 강정훈은 “또다른 서울 팀에서 뛰며 FC서울 시절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글로벌 축구 오디션 ‘나이키 찬스’의 2010년 우승자 문선민과 2013년 우승자 윤수용도 유럽에서 돌아와 서울이랜드의 문을 두드렸다. 강원FC와 부천FC1995를 거친 이윤의, 러시아 명문 디나모모스크바에 2011년 입단했으나 유럽에서 자리잡지 못한 이민규도 ‘경력자’였다. 외국인 선수도 3명 있었다.

물론 주류를 이루는 건 평범한 축구 취업준비생들이다. 영동대학교 4학년 강승현과 2학년 백경환은 “감독님이 딱히 추천해주실 수 있는 프로팀이 없어서 우리 학교의 취업률이 낮은 편이다. 이 공개테스트뿐 아니라 프로축구 드래프트도 신청했다”고 했다. 공개테스트, 드래프트, 내셔널리그 등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이력서를 보내는 선수들이 많다고 했다. 평범한 20대의 취업난과 다르지 않다.

서울이랜드, 높은 기대에 부응해야

레니 감독이 “선발 숫자에 제한은 없다”고 밝혔지만 많은 선수가 뽑힐 가능성은 낮다. 이미 서울이랜드는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11명을 선발했다. 자유계약 등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경험 많은 선수들을 노리고 있는데다 외국인 선수의 자리도 남겨둬야 한다. ‘디오퍼’ 참가자에게 배정된 자리는 거의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레니 감독은 참가자들에게 “몸도 마음도 다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참가자들을 배려해 합격자에 대한 언급은 보류한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서울이랜드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밝혔다. 윤수용은 “창단 과정을 멀리서 지켜봤는데 다른 팀보다 좋다고 느껴서” 지원했다고 밝혔다. 백경환은 “감독이 외국인이라 첫 프로팀에서 경쟁하기 더 괜찮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강정훈처럼 서울 연고라는 점에 매력을 느낀 경우도 있다.

서울이랜드는 19년만에 창단하는 기업구단이고, FC서울에 이어 두 번째 서울 연고 구단이다. 수도권 팀과 기업구단이 주는 매력은 크다. 창단 과정부터 다른 팀들보다 합리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며 기대를 더 높였다. 그 기대가 효창운동장으로 140명을 끌어들였다.

‘디오퍼’ 참가자뿐 아니라 대중 전반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서울이랜드가 할 일이다. 서울이랜드는 드래프트 및 각 팀의 선수 수급이 끝난 1월에 한 번 더 공개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때까지 직업을 찾지 못한 선수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서울이랜드 관계자는 “우리 팀의 콘셉트는 ‘기회를 주는 팀’인 것 같다.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에게 희망이 되면 좋지 않겠나”라고 이야기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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