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칸 찰하놀루(터키). 게티이미지코리아
하칸 찰하놀루(터키).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로 2020이 오는 13일(한국시간) 드디어 개막한다. ‘풋볼리스트’는 나라마다 한 명씩,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선수들을 찾아 소개하기로 했다.

하칸 찰하놀루는 한국인들에게 퍽 익숙한 이름이다. 바이엘04레버쿠젠에서 2014-2015시즌 손흥민과 나란히 뛰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1년 뒤 떠나자 잘못된 결정이라며 공개적으로 섭섭함을 표한 것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등 빅 클럽 이적설이 나는데, 레버쿠젠 시절만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의아할 만한 러브콜이다. 찰하놀루의 실력이 6년 전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소개한다.

찰하놀루는 강력한 킥으로 먼저 주목 받았다. 함부르크 시절인 2013-2014시즌 거의 중앙선에서 넣은 프리킥 골이 유명하다. 어디서든 강슛을 날릴 수 있지만 다른 능력은 의심의 대상이었다. 평범한 스피드와 발재간 때문에 직접 상대 수비를 붕괴시키지는 못하면서, 지나치게 슛을 선호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한국에서는 바로 옆에 있는 손흥민에게 패스하지 않고 ‘홈런’을 날리는 선수로 인식된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과 함께할 때 분데스리가 8골 6도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2골 4도움으로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이후엔 기복이 있었다.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는 시기와 부정확한 플레이로 공격을 끊어먹는 시기가 교차했다. 감독들은 찰하놀루의 적극적이고 활기찬 경기 방식과 먼 거리에서도 땅볼 패스를 할 수 있는 킥력에 착안해 후방 배치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적의 위치를 찾기 힘들었다.

2017년 초에는 무려 4개월 출장 정지를 당했다. 전반기에만 6골 5도움을 몰아치며 맹활약 중이었는데, 과거 칼스루헤 시절 다른 구단과 불법 접촉했다는 혐의가 인정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의 징계를 받았다. 그해 여름 AC밀란으로 이적했다. 밀란에서도 자리를 잡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빈첸초 몬텔라, 젠나로 가투소, 마르코 참파로니 감독 모두 최적의 활용방안을 찾기 힘들어했다.

찰하놀루의 귀인은 2019-2020시즌 도중 참파로니 감독이 경질되며 부임한 스테파노 피올리 감독이다. 피올리 감독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리그가 재개된 뒤 밀란의 조직력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여러 선수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냈는데, 찰하놀루도 그 중 하나였다. 찰하놀루 인생 최고 공격 포인트인 9골 9도움 중 대부분이 후반기에 터졌다. 이어진 2020-2021시즌에는 4골 9도움으로 직접 기록한 포인트는 줄었지만 여전히 경기력은 호평의 대상이다.

맞는 옷을 입었을 때 찰하놀루는 케빈 더브라위너(벨기에)와 비슷한 면이 있다. 두 선수 모두 드리블 돌파 능력이 부족하고, 킥은 섬세하다기보다 강력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상대 진영을 질주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찰하놀루의 에너지와 적극성을 과감한 전진 패스와 침투에 주로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면, 찰하놀루는 ‘가난한 자들의 더브라위너’라고 해도 될 정도로 뛰어난 킥을 경기 내내 보여줄 수 있다.

특히 올해 들어 터키가 4승 2무로 무패 행진을 달렸고 네덜란드를 4-2로 대파하는 등 폭발적인 상승세를 탔는데, 찰하놀루는 그 중심이었다. 네덜란드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부락 일마즈와 완벽한 호흡을 보여줬다. 이 경기를 포함해 4경기에 출장해 전 경기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2골 4도움을 올렸다. 일마즈의 5골을 넘어서는 팀 내 최다 공격포인트다.

모든 선수가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고 뛰겠지만, 찰하놀루의 유로 각오는 남다르다. 돈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밀란과 계약이 종료된 가운데, 파올로 말디니 단장의 재계약 제안을 일단 보류하며 유로부터 치르겠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로서 맹활약한다면 그를 노리는 맨유와 리버풀 빅 클럽이 더 큰 연봉을 제안해 올 수 있다. ‘FA로이드(야구 은어로, FA 자격을 앞둔 선수의 경기력이 급상승하는 현상)’가 기대된다.

▲ 하칼 찰하놀루(Hakan Calhanoglu) / 1994년 2월 8일생 / 178cm / AC밀란 / A매치 56경기 13골

▲ 터키 조별리그 일정 : 12일 대 이탈리아, 17일 대 웨일스, 21일 대 스위스(A조)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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