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왼쪽, 홀슈타인킬), 마누엘 노이어(가운데, 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재성(왼쪽, 홀슈타인킬), 마누엘 노이어(가운데, 바이에른뮌헨).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유현태 기자= 기적적인 승리였다. 하지만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꿈꿀 수 없는 반란이었다. 홀슈타인킬은 분데스리가를 노려볼 수 있는 팀이란 걸 경기력으로 보여줬다.

홀슈타인킬은 14일(한국시간) 독일 킬에 위치한 홀슈타인슈타디온에서 열린 2020-2021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32강전에서 바이에른뮌헨과 연장까지 120분 동안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6-5로 승리했다. 이재성은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 활약했다.

전력 차이는 뚜렷했다. 킬도 분데스리가2(2부 리그) 15라운드까지 3위를 달리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추긴 했지만 상대가 너무 강했다. 뮌헨은 독일 최강을 넘어 유럽 최강으로 꼽히는 팀이다. 2019-2020시즌 분데스리가, DFB 포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제패했다. 이번 시즌에도 분데스리가에서 승점 33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교할 만했다. 하지만 킬 선수들의 개개인 기량과 별개로 조직력만큼은 진짜였다. 이번 시즌 꾸준히 성적을 내며 쌓아온 자신감도 허공으로 사라지지 않았다. 킬은 준비한 경기를 제대로 펼쳤다.

올레 베르너 감독은 이재성을 최전방에 배치했다. 사실상의 '제로톱' 전술이었다. 이재성은 수비할 땐 최전방에서 뮌헨의 공격 방향을 제한하고, 중원에 가담하면서 수비에 도움을 줬다. 전력 차이가 뚜렷한 상황에서 수비적 안정감을 주기 위한 선택이었다.

수비를 단단히 한 뒤엔 전진한 뮌헨의 수비 뒤를 노렸다. 단순하지만 무모한 계획은 아니었다. 후방에서 공을 최대한 점유하면서 수비 시간은 줄이고, 전방으로 연결될 때 수비 뒤로 침투하는 선수를 향해 패스했다. 개개인 기량에서 뒤지는 킬이 노려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킬은 무려 13개의 오프사이드를 기록했지만 전반 37분 핀 바르텔스의 골로 보상을 받았다.

후반전 다시 위기를 맞았다. 후반 2분 만에 실점한 뒤 킬도 전진해야 했다. 베르너 감독은 후반 32분 교체카드를 빼들었다. 야니 제라와 같은 장신 공격수를 투입하며 선이 굵은 공격을 노렸다. 이재성은 아예 위치를 옮겨 중앙 미드필더로 위치를 옮겼다.

킬의 저력은 정신력에 있었다. 반격을 노리던 킬이 동점 골을 터뜨렸다. 킴미히의 부상으로 연장됐던 후반 추가 시간 4분 판던베르크의 크로스를 중앙 수비수인 하우케 발의 머리에 맞고 득점으로 연결됐다.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연장 내내 뮌헨의 공세를 넘은 킬은 승부차기에서 기적을 완성했다. 요아니스 겔리오스 골키퍼는 6명의 키커 가운데 무려 5명의 슈팅 방향을 맞췄다. 4번 키커로 나선 이재성을 포함해 6명 모두 정확한 슈팅으로 마누엘 노이어를 무너뜨렸다. 승부차기까지 염두에 두고 뮌헨을 꺾을 생각을 했다는 게 읽혔다.

킬의 승리 자체로도 하나의 드라마다. 하지만 경기력은 분명 분데스리가에 승격해서도 경쟁을 펼칠 수 있을 만큼 짜임새가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