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바이에른뮌헨과 바르셀로나는 시즌 도중 감독을 경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시즌 말미에 마주쳤을 때, 결과는 바이에른의 역사적 대승이었다. 감독과 선수 한두 명이 아니라 구단 전체의 역량 차이에서 나온 결과다.

15일(한국시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 위치한 에스타디우 다 루즈에서 ‘2019/202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을 가진 바이에른이 바르셀로나에 8-2로 승리했다. 바르셀로나 역사상 최악의 패배 중 하나다.

두 팀의 시즌 행보는 중반까지만 해도 비슷해 보였다. 바이에른은 지난해 11월 니코 코바치 감독이 물러났고, 바르셀로나는 올해 1월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을 내쳤다. 두 팀 모두 시즌 중반 혼란을 겪었다.

현재 상황은 정반대에 가깝다. 바르셀로나는 스페인라리가에서 우승을 놓쳤을 뿐 아니라 코파델레이, 수페르코파에서 모두 결승행에 실패했다. UCL까지 탈락하며 시즌 무관이 확정됐다. 반면 바이에른은 독일분데스리가와 DFB포칼에서 모두 우승했다. UCL까지 우승할 수 있다면 구단 역사상 두 번째 3관왕이 된다.

두 팀의 첫 번째 차이는 물론 감독이다. 세티엔 감독은 오랫동안 바르셀로나 축구의 추종자로 유명했다. 언젠가 한 번은 지휘봉을 잡을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전임 발베르데 감독이 팀 전통의 공격축구를 포기하고 점점 소극적인 축구로 돌아선 건 무능력이 아니라 팀 전력의 약화 때문이었다. 세티엔 감독은 이를 무시하고 억지로 매 경기 주도권을 잡으려 했으나 결과는 무관이었다. 바이에른을 맞아 전력의 열세를 인정하고 소극적인 ‘두 줄 수비’로 돌아가 보려 앙투안 그리즈만을 선발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급조한 시스템은 너무 약했다.

그러나 감독을 선임하는 것 역시 팀 경영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결국 문제는 수뇌부에 있었다. 바이에른은 플릭 감독을 갑자기 구해온 것이 아니라, 지난해 7월 코바치 감독의 코치로 일찌감치 영입해 뒀다가 대행부터 맡겼다. 플릭 감독은 1군 감독 경험을 쌓은 뒤에도 독일 대표팀 코치로 돌아가 명망과 능력을 다시 구축해 온 인물이다. 무명이면서도 현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선수들이 보기에는 중위권 팀에서 옮겨 온 노장 세티엔보다, 대표팀에서 자주 만나며 신뢰를 쌓아 둔 코치 출신 플릭이 더 믿음직했다.

감독이 쓸 수 있는 카드의 양과 질도 바이에른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바이에른은 이번 시즌 프랑크 리베리, 아르연 로번 노장 듀오를 마침내 떠나보내며 본격적인 리빌딩을 감행했다. 여기에 마츠 훔멜스까지 포기했다. 대신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완전한 주전 윙어로 올라선 킹슬리 코망, 세르주 그나브리가 확실한 주전 자격을 증명했다. 여기에 지난해 1월 영입해 둔 밴쿠버화이트캡스 출신 유망주 알폰소 데이비스가 주전 레프트백으로 자리 잡고, 다비드 알라바는 레프트백에서 센터백으로 포지션을 옮기는 등 플릭 감독의 적절한 위치 조정 덕분에 모든 선수의 능력이 살아났다. 뤼카 에르난데스, 벤자맹 파바르 등 유망주들이 이번 시즌 '대박' 활약을 한 건 아니지만 장래성이 높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3년 동안 이적시장에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2017년 네이마르가 이탈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우스망 뎀벨레, 필리페 쿠티뉴를 영입했으나 두 명 모두 대실패다. 특히 쿠티뉴는 바이에른 임대 상태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상징적인 기록이다. 이번 시즌의 앙투안 그리즈만은 기존의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선수가 아니었으나 슈퍼스타를 합류시키겠다는 아집으로 억지 영입한 것에 가깝다. 결국 그리즈만은 시즌 최종전에서 교체 출장에 그쳤다. 게다가 팀의 미래 아르투르 멜루를 유벤투스로 보내는 것도 비판 받았는데, 그 과정을 잘 풀지 못해 최종전에서 아르투르를 활용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팀 전체의 에너지가 급감했다. 바르셀로나의 이번 시즌 베스트 라인업에서 아르투르를 빼면 30대가 최소 6명이었다.

선수들도 문제를 느끼고 있다. 패배 후 제라르 피케는 “팀 전체에 변화가 필요하다. 선수만 말하는 게 아니다. 필요하다면 나부터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며 주제프 마리아 바르토메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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