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다니 올모는 크로아티아 무대를 거쳐 독일 무대로 돌아온 특이한 경력의 스페인 선수다. 일찌감치 변방으로 떠나 실전경험을 쌓는다는 ‘대전략’이 통했다. 6년 전 이승우에게 밀렸던 소년은 이제 없다.

14일 오전 4시(한국시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 위치한 에스타디우 주제 알발라드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라이프치히가 아틀레티코마드리드를 2-1로 꺾었다. 후반 5분 라이프치히의 올모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22세 올모는 이번 시즌 UCL에서 가장 돋보이는 유망주 중 하나다. 전반기는 크로아티아의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참가하다가 1월 이적 후 라이프치히에서 첫 경기를 소화했다. 최근 5경기에서 3골 1도움을 올리며 득점 생산력만큼은 확실히 인정받고 있다.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경기 내내 돋보인 건 아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 침투하는 위치선정과 결정력이 빛났다.

올모는 지난해 디나모 소속으로 스페인 대표팀에 뽑히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유럽 ‘5대 빅 리그’ 출신이 아닌 선수가 스페인 대표팀에 합류하는 건 드문 일이다. 원래 빅 리그에서 뛰다가 변방 리그로 이적한 노장 선수가 선발되는 경우는 흔하다. 과거의 이케르 카시야스(포르투), 최근의 산티 카소를라(알사드)가 그렇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지난 1년 동안 빅 리그 소속이 아닌데도 뽑힌 스페인 대표는 올모가 유일하다.

스페인 대표팀은 거의 전원이 스페인라리가 소속인 경우가 더 흔하다. 2010년대 국제대회에 참가한 대표팀 멤버 중 5대 빅리그 소속이 아닌 선수는 레알마드리드에서 포르투(포르투갈)로 이적한 뒤 뽑혔던 이케르 카시야스가 유일하다. 심지어 ‘2010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은 20명이 라리가, 단 3명이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소속일 정도였다.

올모는 크로아티아 무대에서 뛰면서도 기량 하나로 ‘국가의 부름’을 이끌어냈다. 디나모에서 막판 두 시즌 반 동안 리그 19골을 넣었다. 유럽대항전에서도 지난 두 시즌 반 동안 8골을 터뜨렸다. 또한 스페인 청소년대표로 꾸준히 활약한 것도 축구협회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나지 않는 데 도움이 됐다. 그리고 몰타를 상대한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올모가 16세 때 크로아티아로 떠난 건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서였다. 당시 올모는 동갑인 이승우, 장결희에게 밀렸다. 당시 유소년팀 지도자가 증언했고, 이후 독일 일간지 '빌트'에서도 보도한 내용이다.

이때 올모는 유럽 여러 구단의 영입제안을 뿌리치고 디나모행을 택하며 충격을 줬는데, 출장기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알려져 있다. 디나모에서 2017/2018시즌부터 붙박이 주전이 됐다. 유럽대항전에 나갈 때마다 경쟁력을 증명하며 ‘대형 유망주’라는 평가를 다시 회복했다.

올모의 올해 1월 선택도 특이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맨체스터시티, 옛 소속팀 바르셀로나 등이 영입을 노렸으나 선수 자신이 라이프치히 이적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시 성장을 먼저 고려한 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라이프치히는 주전 확보, 꾸준한 UCL 출장, 전술가인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지도 등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팀이다. 올모는 이적 후 첫 UCL 경기부터 모국 스페인에 득점력을 증명해 보였다.

스페인은 최근 공격 유망주가 잘 나오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선발된 공격수와 윙어를 통틀어 올모가 가장 어리다. 크로아티아와 독일 무대라는 특이한 성장 전략이 완벽하게 통했고, 이제 올모는 스페인의 차세대 공격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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