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안드레아 피를로가 유벤투스 감독으로 깜짝 부임했다. 피를로는 유벤투스 전통과 달리 4-3-3 포메이션 기반의 공격축구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는 전임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유벤투스는 사리 감독을 경질하고 9일(한국시간) 피를로 신임 감독과 2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사리 감독은 경질 하루 전 ‘2019/2020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서 탈락했다. 이탈리아세리에A 우승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경기력, UCL 조기탈락, 연이은 문제발언으로 신뢰를 잃었다.

피를로 신임 감독의 지도 방향을 짐작할 만한 단서는 거의 없다. 피를로 감독은 최근에야 유벤투스 유소년 팀 감독으로 부임하며 지도자 생활을 갓 시작했다. 감독으로서 역량을 측정할 수 없었다.

이번 선임은 거대한 모험이다. 빅 클럽이 초보 감독을 선임한 기존 사례와 비교해도 매우 이르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년 바르셀로나에서 데뷔하기 전 2군에서 성과를 냈고, 지네딘 지단 레알마드리드 감독도 단순 고문역부터 계산하면 5년 넘게 레알에서 일한 뒤에야 지휘봉을 잡았다.

그나마 피를로 감독의 성향을 짐작하게 해주는 건 최근 파비오 칸나바로 광저우헝다 감독과 가졌던 온라인 실시간 대담이다. 당시 피를로 감독은 “선수들에게 달린 것이긴 한데 4-3-3 포메이션에서 모든 선수가 전방으로 올라가 공격하는 걸 좋아하지. 점유율도 높고. 공을 계속 돌리면서”라고 이야기했다.

피를로 감독은 자서전을 통해 바르셀로나로 이적할 기회를 회고하면서 ‘토털풋볼’ 경기 스타일에 대한 동경을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감독으로서 갖고 있는 이상적 축구의 모습 역시 바르셀로나 또는 아약스식 축구와 비슷하다는 걸 솔직하게 드러낸 셈이다.

다만 피를로 감독은 “선수들에게 달렸다”는 점을 거푸 강조하며 이탈리아인다운 모습도 보였다. 피를로 감독은 “선수들이 그런 식으로 뛰지 못한다면 다른 시스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감독이 시스템에 너무 집착하고 선수들은 실행하지 못한다면, 시간낭비 끝에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하고 말 거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술 철학만 놓고 볼 때 사리 전 감독과 상당히 비슷하다. 사리 전 감독은 나폴리를 지휘할 때부터 4-3-3 포메이션에 기초한 강한 압박과 빠른 패스 순환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그러나 더 강팀인 첼시, 유벤투스에서는 선수들을 전술에 맞추려는 모습으로 논란이 됐을 뿐 아니라 구단, 선수단과 유연하게 지내지도 못했다.

피를로 감독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사리 감독보다 더 유연하게 선수들에게 맞추면서도 호날두를 살리고, 공격축구를 실현하는 것이다. 또한 구단 수뇌부와 선수들 사이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해 팀을 융화시키는 것 역시 사리 감독보다 나아야 한다.

피를로 감독은 객원 해설가로서 2018/2019시즌 유벤투스의 경기 분석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 “유벤투스의 문제점은 미드필드에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했지만 활용할 방법을 찾아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벤투스가 영입할 만한 선수로는 레알마드리드에서 호날두와 호흡을 맞췄던 이스코를 지목했다.

사진= 유벤투스 공식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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