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허인회 기자= 축구에서 홈 관중의 응원은 선수들에게 얼마나 힘을 불어넣을까. 그 효과를 측정해 본 결과, K리그에서는 승률 9.7%라는 결과가 나왔다.

최근 각국 축구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지속되고 있다. K리그1과 K리그2 모두 빈 구장에서 진행 중이다. 관중이 들어찼던 과거 시즌과 이번 시즌을 비교하면, 홈 관중이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즌 K리그가 총 126경기 진행된 지금, 통계를 낼 만한 표본이 확보됐다.

올해 K리그의 평균 홈승률(승리=1승, 무승부=0.5승으로 계산)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K리그1은 지난해 평균 홈승률이 54.2%였지만, 12라운드까지 치른 이번 시즌은 약 4.2% 하락한 50%에 그쳤다. 홈과 원정의 승률이 같으므로 홈 이점이 아예 없다고 봐도 되는 수치다.

K리그2의 평균 홈 승률은 훨씬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작년 50.5%였던 것이 올해는 39%를 기록 중이다. 이에 따라 평균 원정승률이 기형적으로 올라갔다. 올시즌 K리그2 평균 원정승률은 61%로 평균 홈승률보다 약 22% 높은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앞서 1, 2부 합쳐 55경기를 소화한 6월 초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홈 응원의 승률 영향력은 약 13%였다.

FC안양의 경우 지난해 60%가 넘는 홈승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홈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2무 3패에 그쳐 20%로 떨어졌다. 반면 원정에선 2승 2무 2패로 승률이 50%다. 수원FC, 제주유나이티드, 서울이랜드, 부천FC, 안산그리너스, 충남아산 등도 원정승률이 더 높다.

만약 강팀이 원정경기를 많이 가졌을 뿐이라면 왜곡된 통계지만, 실제 대진을 보면 그렇지 않았다. 가장 극명하게 홈 성적이 떨어진 안양의 경우 홈 패배 상대는 안산(10위), 경남FC(7위), 제주(2위)였다. 하위권 팀을 상대로도 홈에서는 패배가 흔했다.

김형열 안양 감독은 응원 없는 경기장의 허전함을 절감한다. “안양은 팬들의 열기가 대단하다. 작년까지 팬들이 선수 이름을 연호할 때마다 소름이 돋으면서 빠졌던 힘이 다시 생겼다. 솔직히 홈팬 응원이 반절은 먹고 들어갔다."

“무관중인 올해는 확실히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선수들은 나보다 강하게 느낀다. 오히려 홈에서 더 잘하려는 욕심 때문에 실수가 나온다. 경기에 임하는 기분 자체가 작년과 다르다. 홈 관중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며, 김 감독은 통계에 납득한다고 했다.

올해 K리그1, 2를 합친 홈경기 승률은 44.5%로 홈에서 질 때가 더 많다. 반면 지역연고제가 정착되기 시작한 1987년부터 작년까지 32년간 홈경기 평균 승률은 54.2%로 홈경기에서 이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올해는 역대 평균 홈승률보다 9.7% 하락했다.

이대로라면 1987년 이후 가장 홈승률이 가장 낮은 시즌이 된다. 지금까지 평균 홈승률이 가장 낮았던 시즌은 1994시즌으로 당시 홈경기 승률은 45.6%였다. 홈관중 응원이 없을 경우 홈에서 승률이 하락한다는 사실이 수치적으로 증명됐다.

예년과 달리 홈팬들의 응원이 없기 때문에 각 구단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홈 분위기를 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경기 중 상황에 맞게 녹음된 함성 소리와 응원가, 팬들의 스크린 응원을 틀고 있다. 또한 관중석에 사람이 없는 대신 마스코트 인형을 배치하고 응원 현수막을 걸어놓기도 한다.

유관중 전환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K리그 각 구단들이 관중 입장을 대비한 준비태세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정부 방침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최근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 공공시설 개방을 검토 중이라고 들었다. 흐름에 맞춰 K리그도 관중 입장이 결정되길 기다릴 뿐이다. 만약 승인이 된다면 그 시점으로부터 일주일 뒤 관중 입장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홈 이점 없는 K리그가 계속된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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