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이제는 한 15년 뒤 조기축구회에서 같이 차야할 것 같아요” (강원 이재권)

강원FC의 미드필더 이재권이 ‘친동생’ 이재성(홀슈타인킬)과 한 팀에서 뛰는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됐지만, 오히려 행복하다고 했다.

프로 11년차에 접어든 이재권은 이재성의 친형이다. 이재권은 신인 시절에 가졌던 인터뷰에서 “언젠가 친동생 이재성과 한 팀에서 뛰는 것이 이루고픈 꿈이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학교(학성고, 고려대)를 거쳤지만, 5살의 나이차이 때문에 한 팀에서 뛴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재성이 해외 무대에 도전하면서 이 꿈은 현실적으로 이루기 어렵게 됐다.

이재권은 ‘풋볼리스트’와 가진 전화인터뷰에서 “한 15년 뒤에 조기축구회에서 같이 차야할 것 같다”고 웃으면서 “비록 꿈은 무산됐지만 너무 좋다. 물론 (이)재성이와 그라운드에서 한번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아쉽긴 하다. 하지만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해외로 나갔고, 더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으니까 오히려 기쁘다. 동생의 미래를 응원해주고 싶다”고 했다.

지금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이재권은 지난 12일 열린 광주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1라운드 홈경기에서 맹활약하며 강원의 연패 탈출에 앞장섰다. 한국영과 중원에 선발 출전한 이재권은 전반 11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조재완의 선제골을 이끌어냈고, 1-1로 팽팽하던 전반 추가시간에는 김지현이 재치있게 연결한 힐 패스를 직접 득점으로 마무리해 해결사로 나섰다.

안산, 대구, 부산을 거치며 득점을 종종 기록하긴 했지만, K리그1 무대에서는 2010년 데뷔시즌 이후 10년 만에 터뜨린 값진 골이다.

이재권은 “K리그1에서 10년 만이에요? 그건 몰랐네요”라고 놀라더니 “골을 잘 넣는 스타일이 아닌데 때마침 좋은 찬스가 왔다. (김)지현이가 직접 슈팅할 수도 있었는데, 사실 내가 달라고 소리쳤었다. 영상으로 보니 패스하기 어려운 자세였는데 정말 잘 줬더라. 득점보다는 팀이 4연패를 끊었다는 것이 너무 좋다”며 광주전 득점 장면을 회상했다.

자신의 골보다 팀의 4연패 탈출에 더 큰 의미를 뒀지만, 덕분에 아들로부터 “아빠, 인사이드 골 멋졌어”라는 축하인사도 듣게 됐다. “6살인데 인사이드 골을 안다”고 웃던 이재권은 “FA컵 경기에서 찬 슈팅이 하늘 높이 향한 적이 있었는데, 그 장면을 본 아들이 ‘아빠, 구름 맞추려고 했어?’라고 하더라. 그런데 이번엔 칭찬을 들었다”며 흐뭇해했다.

이재권의 가세는 강원에 큰 힘이다. 공수에 걸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강원은 수비적으로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공격을 몰아치다가도 상대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그로인해 11경기 19실점으로 서울(23실점)에 이어 최다 실점 2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중원에 이재권, 수비에 신세계가 합류한 광주전은 희망적이었다. 특히 이재권은 한국영과 번갈아가며 공격에 가담할 때, 서로 중원을 커버해주면서 수비라인을 안정적으로 보호했다.

이재권은 지난 시즌 강원에 새로 합류했지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5월 오른쪽 무릎 내측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했고, 9월에는 연골 제거수술도 받았다. 그로인해 강원 유니폼을 입고 뛴 경기는 6경기뿐. 대부분의 시간을 그라운드가 아닌 부상 회복을 위해 보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경기 뛰기 전까지 마음고생이 심했었다.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가족”이라던 이재권은 “강원 팬 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었다. 최근 컨디션이 좋아져 기회를 얻게 됐는데, 언제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으려고 한 경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며 오랜만에 나선 경기에서 맹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강원은 광주전 승리 전까지 극심한 부진에 빠져있었다. 4연패를 기록하며 내리막길을 걸었고, 설상가상으로 외부에서는 선수단 내 파벌설이 돌며 그라운드 안팎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하지만 이재권은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문을 오히려 강원을 향한 ‘관심’으로 받아들였다. 강원 선수들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기 때문에 그냥 보고 웃어넘겼다. 사실이 아니라 선수들 모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팀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도 나오는 거라고 생각한다. 최근 팀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었지만 결국 선수들이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감독님도 지금 와서 플레이 스타일을 바꾼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더 자신 있게 용기 있게 하자고 하셨다.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믿었고, 모두 책임감을 갖고 뛰었다”

전면에 나서서 팀 분위기를 다잡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래서 그라운드 위에서 한발 더 뛰려고 노력한다. 이재권은 “이제는 (신)광훈이와 함께 팀에서 최고참이다. 팀이 힘들 때 고참으로서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성격상 그렇게 잘 안 된다. 그래서 운동장에서 한발 더 뛰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 시즌 개인적인 목표도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해 팀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강원의 다음 상대는 K리그1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는 울산현대다. 강원은 지난 시즌 울산을 상대로 1무 3패를 기록했고, 지난달 맞대결에서도 0-3으로 완패를 당했다. 울산 원정을 떠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울산 원정을 앞둔 이재권은 “울산은 K리그에서 가장 좋은 스쿼드를 보유한 팀이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물러설 생각은 없다. 작년부터 울산을 계속 꺾지 못했는데, 우리도 4연패를 끊었고 FA컵 경기도 승리해 좋은 분위기 속에 원정을 떠나는 만큼 지금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이재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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