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강인이 고른 중거리 슛 방식부터 골로 만들어 낸 킥력까지 모두 천재적이었다.

8일(한국시간) 스페인의 발렌시아에 위치한 메스타야에서 ‘2019/2020 스페인라리가’ 35라운드를 가진 발렌시아가 레알바야돌리드에서 2-1로 간신히 승리했다. 앞서 4경기 동안 1무 3패 부진에 빠져 있던 발렌시아가 무승 흐름을 끊고 승리를 추가했다. 발렌시아는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진출을 위해 6위 헤타페를 추격 중이다. 헤타페는 한 경기 덜 치른 가운데 발렌시아를 승점 3점차로 앞서 있다.

경기의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 한 골씩 주고받은 뒤 후반 19분 발렌시아가 3명을 대거 교체했다. 이때 이강인이 카를로스 솔레르 대신 오른쪽 미드필더로 투입됐다.

이강인의 결승골은 후반 44분 나왔다. 조프리 콩도그비아에게 패스를 받은 이강인은 페널티 지역 밖에서 수비 한 명을 제친 뒤 왼발로 강력한 중거리 슛을 날렸다. 골키퍼 손이 닿지 오른쪽 아래 구석으로 절묘하게 감겨 날아간 공이 골망을 흔들었다. 이강인의 시즌 2호골이다.

특이한 중거리 슛 득점이었다. 이강인은 슛을 하기 전 큰 동작으로 수비를 제치며 슛 기회를 노린다는 걸 감추지 않았다. 조르디 마시프 골키퍼는 이강인의 슛 타이밍을 예상하고 있었다. 이때 우중간에서 이강인이 킥을 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슛의 방향은 파포스트 상단이었다. 마시프 골키퍼는 슛 타이밍에 맞춰 이미 파포스트 쪽으로 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강인이 니어포스트 하단을 택하며 허를 찔렀고, 마시프 골키퍼는 역동작에 걸렸기 때문에 공이 가깝게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손을 대지 못했다.

이강인은 짧은 시간 동안 일종의 심리전을 벌인 셈이다. 보통 수비의 블로킹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파포스트 상단을 택하지만, 이강인의 슛은 아슬아슬하게 바야돌리드 선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골키퍼의 시점에서는 공이 갑자기 나타났다.

이 발상을 현실로 만든 킥력도 돋보였다. 이강인은 인스텝으로 쭉 뻗는 슛이 아니라 인프런트로 감는 슛을 했다. 아주 강하진 않았지만 살짝 휘어지면서 골문 구석을 더 정확하게 찔렀다.

이강인은 위기와 불신 속에서 골을 터뜨렸다. 이번 시즌 선발출장이 라리가 2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회, 코파델레이 1회에 불과했다. 지속적으로 더 많은 출장시간을 원한 이강인은 후반기 들어 다른 구단들의 관심을 받았고, 최근 발렌시아의 재계약을 거절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여기에 그나마 투입되는 경기에서도 지난 6월 퇴장을 당하며 위기를 맞은 상태였다. 이강인의 결승골이 남은 3경기 출장 시간, 나아가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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