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재건의 골 세리머니는 선비가 따로 없었다. K리그 역사에 남을 유쾌한 장면을 만들어 준 이재건은 충남아산시민축구단의 시민구단 전환 이후 첫 승을 이끌었고, 본인도 상승세를 탔다.

지난 5일 이순신종합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0’ 9라운드를 가진 충남아산은 경남에 2-1로 신승을 거뒀다. 지난해까지 경찰축구팀을 겸했던 충남아산은 올해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했다. 그리고 8라운드까지 4무 4패에 그쳤다. 충남아산은 새 시대 첫 승리로 최하위를 벗어나 8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명장면은 후반 8분 충남아산의 추가골 장면이었다. 경남이 제대로 걷어내지 못한 공을 이재건이 가로챘다. 이재건의 앞을 유지훈이 가로막았지만, 어떤 플레이를 막아야 할지 순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이재건이 이 기회를 틈타 유지훈의 가랑이 사이로 날린 오른발 슛이 골문 구석에 꽂혔다.

골 세리머니가 기막혔다. 득점한 뒤 이재건은 흥분한 기색이 전혀 없이 탐관오리같은 표정으로 뒷짐을 진 채 그라운드 위를 어슬렁거렸다. 산책 세리머니보다 더 침착한 ‘어슬렁’ 세리머니였다. 갓이라도 쓴 듯한 표정으로 걷던 이재건은 동료들이 달려와 껴안자 그제야 환하게 웃어 보였다. 이재건은 경기 후 “코로나19로 세리머니를 자제하라는 말이 생각나 즉흥적으로 한 세리머니”라고 설명했다.

이재건은 앞선 선제골도 이끌어냈다. 이재건의 슛이 안셀이 팔에 맞아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헬퀴스트가 이를 마무리했다. 이재건은 이날 슛 4개를 날려 3개는 유효슛, 하나는 페널티킥으로 이어가는 뛰어난 슛 능력을 보여줬다.

23세 이재건은 벨기에의 한국계 자본 구단 튀비즈에서 프로 데뷔했다. 그러나 튀비즈의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지 못했고, 지난해 충남아산에 입단하며 K리그 경력을 시작했다.

이재건은 현재까지 7경기에서 2골을 기록했다. 경기 최우수 선수 2회, 리그 베스트일레븐 1회 선정됐다. 23세인 이재건은 올해 신설된 K리그2 영플레이어상 수상 후보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객관적 전력이 딸리는 아산에서 이재건의 자유분방한 플레이는 변수를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재건은 플레이가 창의적이고 과감한 편이다. 한국 선수 중 드물게 왼발 사용을 꺼리고, 왼발로 패스할 각도에서도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을 구사하곤 한다. 벨기에 시절 현지 생활에 빠르게 적응했고, 세리머니에서 보이는 유쾌함처럼 정신적으로도 강인한 편이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