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김정용 기자= 염기훈이 지도자 교육 중에도 수원삼성의 ‘슈퍼매치’ 출전을 자처하며 미담을 남겼다. 그러나 수원 전술은 미담을 살리지 못했다.

4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2 2020’ 10라운드를 치른 수원과 서울이 3-3으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전반전에 수원이 3-1로 달아났지만, 후반 서울이 두 골을 추격해 무승부를 만들었다. 경기 후 서울은 8위, 수원은 10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염기훈이 벤치에 앉은 건 경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대한축구협회 지도자 교육을 받느라 결장이 예고돼 있었기 때문이다. 염기훈은 지도자 교육 틈틈이 운동을 하며 컨디션을 유지했고, 휴식시간을 활용해 팀에 잠깐 복귀, 벤치에 앉았다. 수원의 위기 탈출에 어떻게든 도움이 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이임생 감독은 경기 후 “염기훈이 20~30분 정도 뛰고 싶다고 했다. 의지가 강해 고마운 마음으로 투입했다. 감독으로서 그 마음을 존중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염기훈 투입 효과는 없었다. 수원은 염기훈 투입 후 오히려 공격의 역동성이 다소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염기훈은 후반 분 박상혁과 교체돼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키패스 2회(박상혁 0), 공격지역 패스 7회(박상혁 5)를 기록하며 더 짧은 출장시간에도 불구하고 박상혁보다 패스 지표는 나았다. 그러나 속공 상황에서 박상혁만큼 역동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박상혁은 기민하게 문전으로 파고들며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등 두 차례 득점 장면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반면 염기훈은 수원 빌드업이 붕괴됐을 때 최전방에서 서성이며 롱 패스를 기다리다가 공격이 무산되면 다시 수비에 복귀하는 장면이 종종 나왔다.

앞서 염기훈을 중앙 미드필더로 후방 배치하는 등 다양한 기용방식을 모색했던 수원이지만 이날은 ‘염기훈 효과’를 활용하지 못했다. 장신 공격수 크르피치를 투입한 뒤에는 염기훈이 측면으로 이동해 크로스를 하는 공격루트도 가능했지만 수원은 역시 잘 살라지 못했다. 이 감독은 “박상혁은 기술적으로 우수하지만 신체적으로는 90분을 소화하기에 더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박상혁을 뺀 뒤 별다른 전술 변화가 없었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서울이 후반전 한승규를 전진시키는 전술변화로 추격을 발판을 마련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