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7연패 수렁에 빠진 인천유나이티드가 유상철 감독의 사령탑 복귀를 고려하고 있다.

인천은 올 시즌 개막 후 9경기 째 승리가 없다. 결국 임완섭 감독이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인천은 지난 28일 “최근 팀 상황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힌 임완섭 감독이 구단과 상의한 끝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며 임 감독과의 결별을 발표했다. 임 감독이 FC서울과의 9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도 이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임 감독이 물러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유상철 감독의 인천 사령탑 복귀설이 제기됐다.

인천 관계자는 “유상철 감독과 전달수 대표이사가 서울전을 마친 뒤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유상철 감독이 인천 사령탑 복귀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고, 신중하게 논의하는 중”이라며 실제로 구단 내부에서 유 감독의 복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췌장암 투병 중이던 유 감독은 지난 1월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고 명예 감독이 됐다. 항암치료를 앞두고 있는 자신보다 새로운 감독이 팀에 와서 선수단을 이끄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내린 선택이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최근 벼랑 끝에 몰린 인천을 마냥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건강이 호전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유 감독은 최근 13차에 걸친 힘겨운 항암 치료를 마쳤고,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건강이 많이 호전됐다. 그로인해 인천 구단도 주치의 의견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주치의 역시 유 감독의 감독직 복귀에 문제가 없다며 긍정적 사인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치의 의견만을 고려해선 안 된다. 감독이 현장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주치의가 100%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감독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경우에도 괜찮은지’ 묻는 질문에도 흔쾌히 괜찮다고 답할 수 있을까.

인천 구단은 유 감독의 복귀 의지가 워낙 강하다고 했다. 어쩌면 유 감독이 복귀해 지난 시즌 이뤄낸 잔류 드라마를 재현하고, 건강 호전과 팀 잔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시나리오를 꿈꾸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상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 축구다. 자칫해서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 감당해야 할 상황들의 무게가 너무 크다. 인천이 유 감독 복귀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인천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는 유 감독의 복귀 여부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유 감독의 복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른 후보군을 선정해 접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도 가벼운 사안이 아닌 만큼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모습이다.

매 시즌 강등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생존왕이란 타이틀을 얻은 인천 입장에서 강등이 곧 끝을 의미하는 것처럼 받아들여질지 모른다. 실제로 선수들도 지난 시즌까지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뛰었고, 끝내 잔류를 이뤄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절반도 치러지지 않았고, 강등이 결코 끝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K리그2 강등이란 아픔을 겪고도 보란 듯이 일어나 K리그1 대표 흥행구단이 된 대구FC가 좋은 참고 사례다. 성적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때다.

사진= 한국프로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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