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잉글랜드 축구를 대표하는 명문이면서도 30년 동안이나 1부 리그 우승에 실패한 리버풀은 대표적인 비아냥의 대상이었다. 리버풀 밈(meme, 유행어와 유행 이미지 등을 부르는 말)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유행이었다.

리버풀은 26일(한국시간) 2위 맨체스터시티와의 승점차가 역전 불가능할 정도로 벌어지며 ‘2019/2020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조기 우승을 확정했다. 오래 기다린 만큼 확실한 우승이었다. 정규리그를 7라운드 남겨놓고 우승한 건 잉글랜드 역대 최단기 기록이다.

우승에 목말랐던 리버풀 팬들을 비꼬는 여러 밈들이 이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표적인 리버풀 밈으로 ‘게임에서나 우승하는 리버풀’이 있다. 유명 축구게임 속에서 리버풀이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이미지다. 곧 리버풀이 공식 우승 세리머니를 하면 마침내 ‘실사 버전’이 만들어지게 된다.

‘EPL 팀별 우승 당시 휴대전화 모음’이라는 유머도 있다. 리버풀은 엄청나게 큰 1세대 휴대전화 이미지가 붙어 있어 30년의 세월을 느끼게 한다. 사실 이 유머는 실전화가 그려져 있는 토트넘홋스퍼(1960/1961 시즌 우승)를 비꼬는 측면이 강하지만 어쨌든 이제부터 리버풀 옆에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그려놓아야 하므로 이 유머도 쓸 수 없게 됐다.

리버풀의 순위가 곤두박질치면, 한 눈에 그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더 길어진 최신형 아이폰이 필요하다는 유머도 인터넷 게시판에서 자주 보였다. 이제 리버풀은 효도폰으로 봐도 맨 위에 등장하는 우승팀이다.

'우승과 거리가 먼 팀에 의리를 지키는 자'라며 리버풀 팬과 LG트윈스 팬은 꼭 잡으라는 유머도 한때 유행했다. 역시 지금은 쓸 수 없다. 이제 리버풀 팬은 신의의 상징이 아니라 '압도적인 강함에 이끌려 잠시 팬을 자처하는 철새 축구팬'일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리버풀을 떠난 선수들이 복귀를 갈망한다는 식의 유머도 자주 쓰인다. 앞으로 한동안 이 유머들의 생명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필리페 쿠티뉴가 리버풀에 돌아갈 자리 없나 기웃가린다는 식의 유머가 대표적이다.

리버풀은 농담을 즐기는 스포츠팬들에게 대표적인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에 이어 이번 시즌 EPL까지 우승하면서 컬트적인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챔피언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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