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2 최강 골잡이의 귀환이다. 제주유나이티드 주민규가 4라운드까지 3골을 넣으며 제주의 첫 승까지 이끌었다.

주민규는 2015년 신생팀 서울이랜드FC에서 돌풍을 주도한 스트라이커였다. 미드필더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꿔 탁월한 슈팅력과 볼 키핑 능력을 선보였다. 당시 경기수가 40경기로 많긴 했지만, 주민규가 기록한 23골은 K리그2 사상 한국 선수의 최다 득점이다. 외국인을 포함하면 아드리아노(2014년 27골)와 조나탄(2015년 26골)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한다.

주민규는 2017년 상주상무 입대를 통해 K리그1에 진출했고, 당시 17골을 쏟아 부으며 1부 경쟁력을 증명했다. 제대 후 울산현대로 이적하며 국내 최강팀의 일원이 됐다. 그러나 올해 비욘 존슨이 영입되고 주니오가 잔류하면서 울산 공격진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주민규가 제주행을 택했다.

주민규는 초반 부진했던 제주 공격의 희망이었다. 제주는 26일 열린 4라운드 부천FC 원정에서 가까스로 첫 승을 거뒀다.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헤딩골이 터지며 ‘연고이전 더비’의 승패가 갈렸다. 주민규는 “정우재가 문전으로 잘 빠져들어 와서 수비가 나를 붙잡고 뜨지 못했다. 동료의 희생 덕분에 프리가 된 거다. 그래서 편안하게 득점할 수 있었을 뿐”이라며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주민규는 이 경기로 4경기 3골을 넣어 득점 3위에 올랐다. 

“부천 입장에서 제주에 악감정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서포터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상대가 제주라 부천 선수들도 조금 더 거칠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입장에선 물론 최선을 다해야 했다. 반전이 필요한 처지였는데, 주목받는 경기에서 이기면 더 크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끈끈하게 플레이했다.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K리그2로 돌아오자마자 득점 순위 상위권에 오른 건 간절함 때문이라고 했다. “어제도 (김)영욱이, (오)승훈이 형과 함께 이동하며 이야기했다. 프로 8년차인데 올해가 가장 간절하다고. 그랬더니 영욱이가 자기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 이런 분위기라면 승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민규는 어떻게 K리그의 정점에서 다시 2부로 오게 됐을까. 울산에 존슨이 영입되면서 원톱이 과포화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주니오가 34세 노장이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4년 남은 주민규를 굳이 방출할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주민규 입장에서는 전성기(30세) 1년을 벤치에서 허비할 위험이 있으니 자신을 원하는 팀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때 K리그1 구단보다 더 적극적인 돈을 투자한 제주가 유일한 행선지로 대두됐다.

“울산에서 많이 배웠죠. 다른 것보다 자기관리를 배웠어요. 울산은 팀 훈련의 강도가 굉장히 낮았어요. 대신 선수들이 알아서 자기관리를 해요. 유럽식이죠. 그걸 보고 배워서, 여기 제주도에서도 헬스장을 끊었어요. 구단 체력단련실은 유소년과 함께 써야하고 북적거리잖아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양보했어요. 조용히 혼자 운동하고 싶을 때를 위해서 사람이 드문 헬스장에 등록했죠. 울산 경험이 없었다면 헬스장 등록 같은 건 생각조차 못했을 거예요.”

주민규는 무료한 제주 생활에 적응 중이다. 제주도 생활 선배인 윤빛가람이 “나처럼 골프를 배워”라고 충고해주기도 했다. 아직 적극적으로 돌아다닐 생각은 없어서 게임용 데스크톱부터 하나 장만했다. 강원FC 시절부터 함께 ‘배틀그라운드’를 했던 임찬울과 정조국, 여기에 울산의 이근호와 정동호 등이 온라인으로 합류한다. ‘배린이(배틀그라운드 초보)’인 주민규는 아직 게임 요령을 배우는 중이다. 30세에 게임 배우려면 ‘아재 컨트롤’이라 어렵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러게요, 이거 어렵더라고요”라고 순순히 인정했다.

올해 목표는 간단하다. 더 많은 골을 넣어 팀을 승격시키는 것이다. 주민규는 미드필더 출신이라 후방으로 내려가는 플레이도 자주 수행해 왔지만, 제주에서는 전방에서 골만 노리라는 주문을 받는다. “부천을 상대할 때 그랬어요. 상대가 수비 위주라서 저에게 공이 오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은 계속 ‘인내해라, 전방에 머물러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대로 했더니 득점이 터졌어요. 제가 보여드릴 건 골 밖에 없습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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