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모처럼 풍족한 팀을 맡았다고 생각했지만, 남기일 축구는 역시나 소박한 선수단일 때 위력적이었다. 제주유나이티드가 팀내 스타들을 대거 제외한 경기에서 역설적인 첫 승을 거뒀다.

28일 부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4라운드에서 제주가 부천FC를 1-0으로 꺾었다. ‘연고이전 더비’이기도 했지만, 제주 입장에서는 앞선 3경기 1무 2패에 그쳤기 때문에 승리가 더 절실했다.

제주 선수단은 이색적이었다. 일단 외국인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외국인 선수 전원이 잔부상과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사흘 전 3라운드에서 대전하나시티즌을 상대로 선발 출장했던 아길라르도 그새 훈련 중 부상으로 이탈했다.

제주의 대표적인 국가대표급 스타들도 이날 선발명단에 없었다. 이창민은 앞선 경기 퇴장으로 결장했다. 안현범은 최근 선발이 아닌 조커 역할을 맡고 있다. 이창민의 자리는 김영욱과 강윤성이, 안현범의 자리는 박원재가 대체했다.

아길라르의 역할을 이규혁이 대체하면서 익숙한 남기일표 라인업이 완성됐다. 아길라르와 이규혁 모두 왼발잡이로서 3-4-3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어로 배치됐다. 그러나 3라운드 당시 아길라르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수비 부담을 덜고 공격에 치중한 반면, 원래 측면 수비수인 이규혁은 한층 수비적인 임무를 맡았다. 더 성실하고 수비가담에 능한 선수로 대체된 셈이다.

남 감독은 앞선 광주FC, 성남FC에서 명성은 떨어지지만 전술 수행 능력이 좋고 성실한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자신의 전술을 입히곤 했다. 제주에서도 부임 후 첫승은 간판 스타들이 아니라 어리고 성실한 선수들을 활용한 경기에서 나왔다.

득점 루트도 인상적이었다. 남 감독이 기존 스타일과 달리 제주에서는 화려한 공격축구를 하겠다 했지만, 앞선 3경기 모두 잘 통하지 않았다. 부천 상대로는 끈질긴 힘싸움 끝에 단순한 공격루트로 득점했다. 김영욱이 멀리서 올린 크로스를 주민규가 헤딩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한 제주 관계자는 “이번 시즌 우리 팀이 주로 쓰는 공격루트는 아니었다. 그 상황에서 크로스보다 짧은 패스 전개를 더 선호하곤 했다”며 단순한 역습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남 감독의 축구 스타일과 제주의 일명 ‘감귤타카’ 공격축구 브랜드 사이에는 괴리가 있었다. 앞선 3경기는 그 괴리와 싸우는 과정이었다. 3라운드 대전전에서 대거 바뀐 라인업으로 2골을 먼저 따내며 해답을 찾나 싶었으나, 후반전 이창민의 퇴장 이후 3골을 내리 실점했다. 남 감독의 특기인 막판 지키기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대전전과 비슷한 윤곽을 유지하되 더 성실하고 수비적인 선수들을 기용해 첫 승을 따냈다. 감귤타카는 잠시 접고, 남기일 식으로 거둔 승리였다.

이 성과에 간판스타들을 잘 녹여 넣는 것이 앞으로 주어진 과제다. 부천전에서도 득점은 안현범이 투입된 뒤 터졌다. 측면의 안현범, 중원의 이창민, 2선의 아길라르, 스트라이커 정조국 등의 활용방안을 찾아 남기일표 축구에 융화시켜야 한다.

※ QnK(Question and K League)는 K리그 경기에 따라오는 의문을 함께 탐구해 보는 코너입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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