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부천FC와 제주유나이티드가 26일 부천 종합운동장에서 맞붙는 경기는 K리그 최악의 악연으로 얽힌 더비 관계다. 제주의 전신 부천SK가 2006년 연고지를 옮기면서 부천지역 축구팬들의 ‘숙적’이 됐기 때문이다.

축구팬들이 다시 세운 부천은 아마추어 시절을 거쳐 2013년 K리그2에 처음 참가했다. 1부로 승격해 제주를 꺾겠다는 꿈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실현됐다. 영영 강등되지 않을 줄 알았던 기업구단 제주가 이번 시즌 K리그2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두 팀의 순위도 예상 밖이다. 부천은 3전 전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제주는 뜻밖의 1무 2패에 그치며 8위에 머물렀다.

이 경기의 한가운데 선 인물이 임동혁이다. 수비수 임동혁은 올해 부천을 떠나 라이벌 제주로 이적하며 ‘K리그의 솔 캠벨’이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캠벨은 토트넘홋스퍼에 남겠다고 말해놓고 아스널로 이적해 잉글랜드 축구의 대표적인 ‘배신자’로 꼽힌다.

임동혁은 부천 서포터 헤르메스의 분노를 이해한다며, 비판을 받아들일 각오를 밝혔다. 그동안 응원해 준 헤르메스 앞에서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무관중 경기가 돼 아쉽다고도 했다. 또한 제주로 이적하게 된 속사정을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임동혁은 부천 원정경기를 위해 25일 김포의 한 호텔에 도착한 뒤 ‘풋볼리스트’와 통화했다. 제주로 이적한 뒤 처음으로 부천 바로 앞까지 왔다.

 

- 원정팀으로서 부천전을 앞두고 있는 기분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하아.”

- 기분이 착잡해서 머뭇거리는 건가, 말을 아끼는 건가

“둘 다인 것 같아요. 상대가 부천이라 많은 생각이 들어요.”

- 이번 경기를 앞두고 연락을 주고받은 부천 쪽 사람은?

“팬 중에서 연락해 주신 분도 있고요. 부천 형들과 통화 좀 했어요. 부천 준비 잘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서로 팀을 걱정하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김)영남이 형하고 (조)수철이 형, 또 감한솔과 이정찬.”

-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이라 열성적인 부천 서포터가 경기장에 없는데

“헤르메스 분들이 계셨더라면 엄청 야유를 하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항상 팬들에겐 고마우니까, 팬들이 뭐라고 하시더라도 끝나고 인사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 계속 출장하고 있으니 부천 상대로 득점할 가능성도 있는데

“어떻게 해야 되나 생각은 해 봤어요. 득점을 하더라도 당연히 조용히, 세리머니는 없이 지나가야죠.”

- 1993년생이다. 부천 팬들이 제주에 대해 가진 적개심을 실감하긴 힘든 세대인데

“잘 알고 있어요. 부천에 오자마자부터 계속 그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연고이전 이야기, 제주를 엄청 안 좋게 생각하는 팬들의 이야기. 그럴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적이라는 건 제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 이적 당시 선택지가 제주였던 이유는?

“남기일 감독님이에요. 사실 감독님이 성남 계실 때부터 절 영입하려고 하셨어요. 저도 그때부터 그 고마운 마음을 알고 있었고요. 성남 시절에는 팀끼리 사정이 안 맞아서 무산된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남 감독님 따라 이적할 수 있는 시점이 됐는데, 갑자기 제주로 부임하시는 바람에 그때부터 마음이 복잡했어요. 여전히 적극적으로 절 원하시고 신뢰를 주시더라고요. 남 감독님 축구를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결국 제주행을 결정했어요.”

- 서포터는 못 만나지만, 선수와 프런트 등 반가운 부천 사람들이 많을텐데

“제가 부천에 입단했을 때부터 가르쳐 주신 송선호 감독님, 구단 팀장님과 대표이사님 등 다 인사드리고 싶어요. 이적할 당시에 모두 뵙고 오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가능할 지 모르겠어요.”

- 부천의 선두질주를 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나

“좋죠. 제주 성적이 안 좋아서 기분이 별로인 거지, 부천이 잘나가는 건 좋은 일이죠. 늘 응원하고 있거든요. 제주만 잘해서 비슷한 순위로 올라가면 될 것 같아요. 이번 경기부터 부천 상대로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야죠.”

- 반대로 제주가 지금처럼 부진할 거라고 예상하긴 힘들었을 텐데

“네. 전혀 예상 못했고... (쓴웃음) 금방 올라갈 것 같아요. 선수들이 워낙 좋으니까. 저도 운동할 때마다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한다는 걸 느끼거든요. 제주 생활이 즐겁고 행복해요. 더 발전하려고 노력한다면 저도 팀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작년 강등될 때의 부진을 아직 털어내지 못한 건지

“맞아요. 작년부터 계속 있던 선수들은 그렇게 느끼더라고요. 하지만 고작 3경기니까 선수들은 그다지 부정적으로 생각 안 하고요. 단합이 잘 되고 있어서 잘 해보자는 이야기 많이 나눠요. 충분히 올라갈 수 있는 저력은 되기 때문에 분위기 한 번만 타면 붙잡을 수 없게 올라갈 거라 믿고요. 터닝 포인트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제주 이적하며 세운 개인적인 목표는?

“세우긴 했는데 지금 전혀 안 이뤄지고 있어서 앞으로 갈 길이 머네요. 팀의 최소실점, 개인적으로는 시즌 베스트일레븐에 드는 것, 공격포인트 5개 이상.”

- 마지막으로 부천 서포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아쉽고요. 개인적으로 부천 응원하고 있고, 잘 하는 선수들이 많으니 지금 성적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서포터들께는 감사한 마음밖에 없습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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