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FC서울 신입생 한찬희의 데뷔골, 그리고 한승규의 첫 도움 모두 ‘리얼돌 논란’에 묻혔다. 두 한 씨의 조합은 서울의 팀 컬러를 더 공격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서울은 지난 1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광주FC를 1-0으로 꺾었다. 시즌 첫 승을 거뒀지만, 경기력과 경기 내용은 관중석에 배치된 ‘리얼돌(성인용품)’에 대한 논란에 묻혔다. 리얼돌 업체의 인터뷰 번복에 이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1억 원 벌금 부과 등 이번 주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바람에 서울 데뷔골을 넣은 23세 한찬희의 활약이 충분히 조명 받지 못했다. 어시스트를 제공한 24세 한승규와 나란히 3-5-2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된 한찬희는 수비형 미드필더 오스마르의 지원을 받으며 그라운드를 누볐다.

두 선수를 투입하며 앞선 1라운드의 답답했던 경기력이 개선됐다. 한승규는 2018년 울산현대에서 5골 7도움을 기록하며 영플레이어상까지 수상한 공격형 미드필더다. 기존 주전인 알리바예프처럼 미드필더 3명 중 가장 공격적인 역할을 맡는 선수다. 지난해 전북에서 후보 신세에 그치며 다소 침체됐지만, 광주전 경기력은 부활을 기대케 했다. 한승규는 대학 시절부터 아예 공격수처럼 전진하는 플레이를 즐겼기 때문에 특히 페널티 지역 안에서 서울의 공격 패턴을 늘려줄 수 있다.

한찬희는 청소년 대표팀과 전남드래곤즈에서 모두 ‘후방 플레이메이커’에 가깝게 인식돼 왔다. 롱 패스 능력을 활용해 측면으로 빠르게 공을 전개하거나, 기습적인 장거리 전진패스를 성공시키는 게 특기였다. 그러나 플레이 템포가 다소 느리고 90분 내내 집중해서 수비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지적받아 왔다. 서울에서는 좀 더 공격적인 역할을 맡았고, 결국 첫 선발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을 수 있었다. 상대 미드필더들이 에워쌀 때 한 박자 빠르게 날린 중거리 슛이 일품이었다.

둘은 구리 챔피언스파크(훈련장)와 가까운 오피스텔에 차례로 입주하며 이웃이 됐다. 자연스럽게 식사를 함께 하며 자주 어울린다. 마침 그라운드 위 포지션도 바로 옆인만큼 좋은 호흡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은 쌍용(이청용+기성용), 쓰리고(고명진+고요한+고광민) 등 이름이 비슷한 유망주들의 저력으로 발전해 온 팀이다. 두 한 씨는 유소년팀 출신이 아니지만, 이번 시즌 서울의 주축이 될 가능성을 보였다.

서울 이적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것도 두 선수의 공통점이다. 한승규는 지난해 울산을 떠날 때부터 최 감독이 강력하게 영입을 원한 선수였으나 결국 전북현대로 향했다. 전북에서 자리잡는 데 실패한 뒤 일본 J리그 진출을 추진했으나 막판에 무산됐고, 임대 형태로 마침내 최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됐다. 한찬희는 지난해 초 상주상무 군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지원을 철회하고 전남과 재계약을 맺었다. 결국 2019년 내 승격에 실패한 뒤 한찬희는 정든 전남을 떠나 상경했다.

아직 경기력 측면에서 숙제는 남아 있다. 두 선수 모두 수비 범위가 넓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스피드가 느린 오스마르에게 수비 부담이 치중될 위험이 있다. 또한 한승규가 광주 수비와 미드필드 라인 사이의 위협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패스를 요구할 때, 전진패스가 잘 제공되지 않는 경향도 보였다. 3-5-2 포메이션에서는 왼쪽 센터백 김주성이 좌중간 미드필더 한승규에게, 오른쪽 센터백 황현수가 우중간 미드필더 한찬희에게 직접 전진 패스를 할 수 있어야 경기 템포가 올라간다. 아직 이런 모습이 잘 나오지 않았다. 김주성과 황현수 모두 공격적인 스타일인만큼 앞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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