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FC서울 관중석의 마네킹을 리얼돌(성인용품) 업체가 아니라 진짜로 ‘리얼 마네킹’ 업체가 만들었다면 문제가 없었을까? 성인용품이라는 점뿐 아니라, 보는 이에게 섬뜩한 느낌을 주는 마네킹의 시각적 효과도 문제였다.

지난 17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광주FC의 경기 관중석에 설치된 마네킹이 자위용품인 ‘리얼돌’을 연상시켜 논란이 일었다. 서울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를 색다르게 채우고자 ‘리얼 마네킹’을 설치했는데, 겉모습이 리얼돌과 같을 뿐 아니라 추후 밝혀진 바로는 실제로 성인용품을 목표로 제작한 제품도 포함돼 있었다. 서울 유니폼을 입고 있던 마네킹 중 일부는 실제로 리얼돌이었다.

서울은 이 제품들이 성인용품이 아닌, 건전한 마네킹이라고 생각해 관중석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에도 의문은 남는다. 이 제품들을 제작한 회사는 서울 측과 미팅을 가질 때도 ‘성인용품으로 보일 수 있는데 괜찮겠느냐’라고 물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관이 성인용품을 연상시킨다는 건 서울 측이 눈치 채지 못했어도 업체가 이미 알려줬다.

또한 리얼 마네킹 자체가 보는 이에게 공포감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아쉽다. 이 업체는 ‘흔히 쓰이는 마네킹보다 더 사람과 흡사한 형태의 프리미엄 마네킹’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고급 브랜드일수록 사람과 다른 모습의 마네킹을 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얼굴 부분은 눈코입의 구체적인 묘사를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 때문이다. 인간은 인간을 닮은 존재를 보면 호감을 갖는다. 사람의 행동을 따라하는 강아지가 좋은 예다. 그러나 인간과 너무 비슷해지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는 지점이 생긴다. 인간을 최대한 똑같이 그리려 했던 3D 애니메이션 ‘폴라 익스프레스’는 오히려 섬뜩하다는 반응을 샀다. 이 골짜기를 넘어 사람과 거의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해진다면 다시 호감을 살 수 있지만 리얼 마네킹은 그 정도로 똑같지 못했다.

이미 일반 마네킹을 관중석에 배치한 시도가 나쁜 반응을 받았던 선례도 있다. 지난 4월부터 대만 야구팀 라쿠텐몽키스가 관중석에 마네킹을 배치했다. 각종 해외 매체가 흥미로운 시도로 받아들였지만, 국내 스포츠 팬들의 반응은 달랐다. 라쿠텐의 마네킹을 다룬 국내 기사 댓글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저 마네킹같은 건 따라하지 마라’ ‘리얼돌인가’ ‘밤에 가면 무섭겠다’ ‘하우스 오브 왁스(공포영화)가 떠오른다’ ‘엽기네’ 등의 댓글이다.

라쿠텐의 시도 중 국내 기사 댓글이 긍정적이었던 건, 인간과 완전히 다르게 생긴 로봇 응원단이었다. 국내 야구팬들은 과거 한화이글스의 로봇 응원을 연상시킨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로봇은 괜찮고 마네킹은 실었던 사례에서도 어설프게 인간의 모습을 따라한 가짜 응원단이 오히려 혐오감과 공포감을 불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스포츠 팬 중 일부는 대만의 일반 마네킹만 보고도 리얼돌을 연상했다. 최근 댓글을 통한 놀이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에, ‘리얼돌이네’라는 댓글 한 개가 인기댓글이 되면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리얼돌을 연상하게 된다. 그렇다면 리얼돌과 같은 외형의 마네킹이 성인용품을 연상시킨다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해외 선례에 대한 국내 대중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다는 점만 미리 확인했어도, 마네킹으로 위장한 리얼돌을 섣불리 관중석에 배치하는 실수는 피할 수 있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