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전주] 김정용 기자= 이동국이 전세계가 지켜보는 경기에서 골을 넣었다. 전북현대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의 득점을 보며 미들즈브러 팬들이 반가워하기도 했다.

8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개막전을 치른 전북현대가 수원삼성에 1-0 승리를 거뒀다. 교체 투입된 공격수 이동국이 선제결승골을 넣었다.

이동국은 마스크를 쓴 채 기자회견장에 등장해 “팬들이 없는 경기는 데뷔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경기하면서 낯설었다. 그래도 열심히 준비한 만큼 경기 할 수 있는 게 행복했다. 승패를 떠나 다시 축구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41세 이동국에게도 빈 경기장에서 뛰는 건 처음이었다. “팬이 없는 축구는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이 그리워지는 시간이었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같이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야 힘을 내 경기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이 사태가 빨리 진정돼서 하루빨리 팬들이 오셔서 응원 속에 경기하고 싶다.”

이동국의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시절 소속팀 미들즈브러 팬들도 이 경기 중계를 시청했다. 한 팬은 이동국의 이름을 새긴 미들즈브러 유니폼을 꺼내입었다는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동국은 “글쎄, 영국 팬은 많이 없을 것 같다"는 농담에 이어 "그분들께 생존신고 한 게 다행이다. 시작 전에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보다는 K리그 수준이 상위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동국은 골 세리머니 삼아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했다. 의료진에 대한 감사를 담아 엄지손가락을 드는 동작이다. 이동국은 “이 시국에 고생하는 의료진이 많다. 그들 덕분에 잘 이겨내고 있다 생각한다. 경기 전 누가 넣더라도 의미 잇는 세리머니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함께 준비했다”고 했다.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대해서는 “경기 전 라커룸에 몇 가지 지침이 왔다. 마스크 착용, 악수나 어깨동무 자제, 골 세리머니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런데 축구의 꽃은 기뻐하는 건데 그걸 자제해야 하는 건 아쉬웠다. 다같이 훈련하고 생활하고 있지만 시청자들 보시기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고, 이를 감수하면서 경기했다”고 말했다.

유럽의 축구선수들은 리그 재개를 불안해한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K리그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동국은 “이 사태 속에서도 우린 모여서 훈련해 왔다. 외국보다 우리나라가 슬기롭게 헤쳐 왔다. 훈련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게 감사하다. 한국의 의식이 수준 높았기 때문에 이런 위급한 상황도 좋은 상황으로 빨리 만들어냈다. 선수들은 공인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 속에 생활한다”며 대한민국 방역에 대한 감사와 신뢰를 밝혔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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