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프로스포츠가 사라진 봄, K리그는 인기 축구게임을 통해 팬들과 만났다. 유명인과 축구선수들이 직접 벌이는 축구게임 대결로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게임은 신규 팬을 끌어들이기 좋고, 기존 팬들의 활발한 소비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 스포츠 구단과 밀접하게 결합하곤 한다. 그러나 K리그는 축구 게임에서 비교적 인기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유저들은 유럽 스타 선수들이나 이미 은퇴한 ‘레전드’ 선수를 더 선호한다. K리그 선수는 능력치가 떨어지고 유저들에게 비교적 낯설다.

정상적으로 리그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직접 축구게임을 활용하는 것이 어려웠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리그 진행이 어려워지자 프로연맹은 게임을 통해 공백을 메우려 시도했다. 지난 3월 7일 윤태진, 배성재 아나운서가 K리그 개막전을 축구게임 대전으로 대신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이어 3월 22일에는 8개 구단을 대표하는 ‘게임 달인’ 선수들이 직접 참가해 ‘랜선 토너먼트’를 가졌다.

두 차례 경험을 바탕으로 벌인 ‘K리그 랜선 토너먼트 TKL컵(이하 TKL컵)’은 더 크게 흥행했다. 4월 18일과 19일에 걸쳐 벌어진 대회는 한때 동시접속자 2만 명을 넘기며 아프리카TV 동시간대 최고 인기를 끌었다. 누적 시청자는 787,439명이었다.

TKL컵은 상주상무를 제외한 K리그1 11개 구단 선수들이 모두 참여했다. 대회 전 인천유나이티드의 김정호는 유상철 명예감독의 캐릭터를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포항스틸러스의 송민규는 앞선 대회에서 울산현대와의 동해안더비를 패배했다며 설욕에 대한 의욕을 밝혔다. 김병지, 이주헌, 박종윤 등 축구 캐스터와 ‘두치와뿌꾸’ 등 게임해설 BJ들이 해설로 참여했다.

송민규는 포부대로 울산을 꺾으며 우승했고, 포항 서포터가 TKL컵 우승 축하 화환을 보내줬다. 팬들이 TKL컵을 주시했다는 걸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게임 속에서 K리그 선수들의 인기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벌어지고 있다. ‘FIFA온라인 4’는 지난 3월 26일 ‘팀 K리그 클래스(TKL)’라는 선수팩을 출시했다. K리그 선수 캐릭터가 외면당하는 이유였던 능력치를 크게 끌어올리고, 실제 얼굴을 구현해서 몰입도를 높였다. TKL이라는 이름을 선수 대회 이름으로 활용해 홍보의 시너지 효과를 노렸다.

프로연맹은 “e스포츠를 통해 K리그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팬층을 발굴하고자 한다. 현실과 게임을 통해 동시에 K리그를 즐기면 경기에 대한 몰입감이 높아지고, 구단과 선수들에 대한 친숙도와 소속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프로연맹은 지난해부터 e스포츠와 결합한 홍보를 늘려 왔다. ‘이달의 선수상’에 EA코리아의 후원을 받아 ‘EA 이달의 선수상’으로 이름 짓고 FIFA온라인 유저 투표를 선정에 반영했다.

지난해 K리그 연말 시상식에서는 FIFA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선수를 선정하는‘모스트 셀렉티트 플레이어’ 상을 신설했다. 수상자는 수원삼성의 홍철이었다. 홍철은 이게임에서 ‘가성비’가 좋은 선수로 인기가 높다.

프로연맹의 장기적 목표는 축구게임 운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프로연맹은 미국의 대표적인 농구게임 ‘NBA 2K’ 시리즈의 사례를 롤 모델로 삼았다. 미국프로농구(NBA)는 게임에 이름과 얼굴을 빌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각 구단이 직접 e스포츠 팀을 운영하면서, 팀당 5명의 프로 게이머가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게임 속에는 스테픈 커리, 르브론 제임스 등 NBA 스타를 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신규 생성 캐릭터들이 경기하게 해 독자적인 리그로서 가치를 높였다. 선수 선발 때 실제 NBA와 같은 드래프트 방식을 택한 것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사진= 포항스틸러스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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