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손흥민의 2019/2020시즌은 어느 때보다 파란만장했다. 진기록을 달성하며 한국 축구와 아시아 축구에 새로운 역사를 썼고,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명장면도 남겼다. 반대로 퇴장 등 오점으로도 중요한 시즌이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축구가 정지됐고 3분의 1 정도 남은 시즌이 재개될지 불투명한 가운데, 손흥민의 이번 시즌 주요 장면을 중간 결산한다.

# 9월 14일 크리스탈팰리스전: 시즌 1, 2호골 기록

출전정지 징계로 올 시즌 초반 2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손흥민은 9월에서야 첫 골을 신고했다. 손흥민의 시즌 첫 골 상대는 크리스탈팰리스였다. 팰리스는 손흥민에게 반가운 상대다. 2015년 9월 팰리스를 상대로 EPL 데뷔골을 기록했고, 지난 시즌에는 팰리스전에서 득점에 성공해 신구장 첫 골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올 시즌도 팰리스전은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됐다. 손흥민은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기록했고, 전반 23분에는 왼발로 환상적인 발리 슈팅을 날려 추가골을 터뜨리면서 시즌 1, 2호 골을 기록했다.

# 11월 4일 에버턴전: 안드레 고메스의 큰 부상으로 이어진 태클

잘 나가던 손흥민은 11월 초에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게 됐다. 경기 도중 안드레 고메스에게 태클을 했는데, 고메스가 손흥민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는 과정에서 발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손흥민에겐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손흥민은 죄책감에 그라운드에서 눈물을 쏟았고, 토트넘 구단은 큰 충격을 받은 손흥민에게 심리치료를 권했다. 당시 즉결 퇴장을 당했던 손흥민은 3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게 됐지만,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퇴장감이 아니었다며 판정을 바로잡아 징계가 철회되기도 했다.

# 11월 6일 즈베즈다전: 차붐 넘고 한국인 유럽무대 최다골 경신

손흥민은 위기에 강했다. 에버턴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곧바로 그라운드에 설 수 있을지 우려됐지만, 득점포까지 가동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츠르베나즈베즈다 원정에서 멀티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이날 유럽 통산 122골, 123골을 나란히 기록했는데, 한국축구의 ‘전설’ 차범근(121골)을 넘어서고 한국 선수를 통틀어 유럽 무대 최다골 보유자가 됐다.

# 11월 23일 웨스트햄전: 무리뉴 감독 체제, 첫 골의 주인공

마우리치오 포체티노 감독의 뒤를 이어 토트넘 지휘봉을 잡은 주제 무리뉴 감독은 웨스트햄유나이티드 원정에서 토트넘 벤치에 앉아 데뷔전을 치렀다. 무리뉴 감독에게 첫 골을 선물한 건 손흥민이었다. 델레 알리의 전진패스를 이어받은 손흥민은 드리블 돌파 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웨스트햄의 골망을 흔들었다.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첫 경기에서 개인 기량으로 만들어낸 득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과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는데, 웨스트햄 원정이 손흥민을 '무리뉴의 남자'로 만든 출발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 12월 2일 발롱도르 시상식: ‘발롱도르 22위’ 기록, 아시아 새 역사 썼다

축구계 최고 권위 시상식 발롱도르에서 손흥민이 실력을 인정받았다. 한국 선수를 통틀어 설기현, 박지성에 이어 세 번째로 발롱도르 후보에 포함됐다. 최종 순위 22위는 아시아 축구 역사상 최고 순위다. 기존의 아시아 최고 순위는 지난 2007년 이라크의 공격수 유니스 마흐무드가 기록한 29위였다. 

# 12월 7일 번리전: 보고도 믿기지 않는 장면, 70m 질주해 만든 원더골

발롱도르의 좋은 기운을 받은 손흥민은 12월 번리전에서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골을 터뜨렸다. 전반 31분 수비 진영에서 공을 잡은 뒤 혼자서 수비수를 모두 따돌리고 폭발적인 스피드로 70미터 가까이 돌파했고, 이후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로 마무리했다.

손흥민 당시 인터뷰에서 “옆에 줄 사람이 없길래 드리블해 들어갔는데 운이 좋았다”고 했지만, 운보다 실력이었다. 빠른 발과 드리블 돌파, 깔끔한 마무리 등 손흥민의 장점이 응집돼 있다. 스타 공격수 출신 방송인 게리 리네커도 “내가 꼽는 올해의 골”이라며 감탄했다.

# 12월 22일 첼시전: 퇴장으로 이어진 발길질

손흥민은 첼시전에서 불명예스런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좋은 경기력을 이어오던 상황에서 스스로 제동을 건 셈이다. 손흥민은 상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와 충돌해 넘어지는 과정에서 발을 쭉 뻗는 동작을 했고, VAR 판독 결과 상대를 가격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한 주심이 곧바로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감정 조절에 실패해서 나온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어왔다. 첼시전 퇴장으로 3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게 된 손흥민은 박싱데이 기간에 전력에서 이탈했고, 토트넘은 큰 전력 손실을 입게 됐다. 다만 손흥민의 동작이 퇴장감이었다는 점은 대부분 동의하는 바였으나, 추후 EPL 다른 선수들의 비슷한 행위가 징계 없이 넘어갈 때마다 '소환'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 2월 16일 애스턴빌라전: 멀티골까지 기록했는데... 팔 골절 부상으로 수술대

손흥민은 애스턴빌라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멀티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이 팔 골절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손흥민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팔 부상을 당했는데, 이후 통증을 참고 경기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은 최근 인터뷰에서 “경기 시작한 뒤 20~30초 뒤에 첫 동작에서 부상이 발생했다. 계속 뛰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불편함이 느껴지긴 했지만, 팔 때문에 뛸 수 없다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며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손흥민은 수술이 불가피해졌고, 한국으로 돌아와 골절된 부위를 접합하는 수술을 받은 뒤 현재 순조롭게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