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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김기동 감독, "30살 스틸야드에서 화끈하게 만나요~ 제발!" [K리그야 잘 지내? ⑯]
김동환 기자 | 승인 2020.03.23 15:46

[풋볼리스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K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경기장에서 팬과 만나야 할 선수들이 훈련장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풋볼리스트’가 대신 K리그를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 아, 정말 만났다는 건 아니고 원격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선수 등 K리그 구성원들은 다시 팬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기동타격대.' 지난 시즌 포항스틸러스에 붙은 별명이다. 시즌 중 최순호 전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김기동 감독에게는 부담이 되는 별명이었다. 위기의 포항을 이끈 그는 숨겨왔던 지도력을 뽐냈다. 잠시나마 강등까지 걱정했던 포항은 후반으로 갈수록 기염을 토해냈다. 최종 순위는 4위. 마지막 라운드에서 울산현대를 4-1로 잡고 전북현대의 ‘킹메이커’ 역할도 했다. 

2년차를 맞이한 김기동 감독은 새로운 마음으로 시즌 개막만을 기다렸다. 목표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 확보다. 하지만 개막이 미뤄졌고, 설상가상으로 떠돌이 생활까지 했다. 포항은 시즌 초반 팀 훈련장 잔디 공사에 따라 지자체 소유 천연잔디 경기장에서 훈련을 소화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여가 되지 않았다. 타 지역 잔디구장 섭외도 여의치 않았다. 다행히 자매 구단인 전남드래곤즈의 도움으로 훈련장 한 면을 받아 썼다. 태국, 제주, 광양으로 이어진 떠돌이 생활. 지금은 포항시의 도움으로 청산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개막과 함께 비상을 기다리는 김기동 감독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K리그가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졌다. 상상도 못한 일 아닌가?
아… (깊은 한숨) 아무도 예상하거나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처음에는 무관중으로 K리그가 개막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에는 유럽 대항전들도 무관중으로 진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J리그도 시작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급격히 모든 상황이 변했다.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개막이 미뤄져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축구팀 역시 사회의 구성원이다. 사회적인 부분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당연히 옳다. 그래도 허탈함은 있다. 지난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올 시즌은 첫 경기에 모든 것을 맞추고 집중하고 있었다. 어쩌겠나.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 같다. 

포항 선수단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경북 지역이라 더욱 상황에 대한 인식이 심각할 것 같다.
전남 구단과 전경준 감독의 배려로 광양에서 훈련할 수 있었다. 당초 18일 정도의 일정으로 떠났는데, 선수들이 힘들어했다. 태국 전지훈련에 이어 제주 전지훈련을 했고, 시즌 준비를 위해 마지막 힘을 내는 상황에서 일정이 연기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훈련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다시 먼 곳으로 떠나 타지 생활을 하며 훈련을 하니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했다. 광양에서 천연 잔디를 밟으며 훈련을 한 것은 다행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훈련 외에는 숙소 밖으로 절대 나가지 말라고 했다. 청정한 광양 지역에 혹시라도 피해를 주면 안된다는 생각이었다. 훈련장과 숙소만 매일 오가는 생활을 열흘 넘게 했다. 

모두가 심적으로 지쳤을 것 같은데?
그래서 4일 정도 일정을 줄여서 포항으로 복귀했다. 이후 5일간 휴식을 부여했다. 훈련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하며 지친 심신을 달래고 다시 축구화 끈을 동여매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휴식 후에 다시 훈련의 강도를 높였는데, 선수들의 달리진 눈빛을 볼 수 있었다. 의지가 엿보였다고 할까? 사실 처음 개막 일정이 연기되었을 당시에는 4월 4일 울산과의 개막전을 예상으로 초점을 맞추고 훈련을 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 이후로 미뤄질 것 같다. 그래서 바짝 끌어 올렸던 훈련 강도를 다시 낮췄다. 다른 팀들과 연습 경기를 할 수도 있지만 가급적 외부와의 접촉을 자제하라는 말도 있어 자체 경기로 경기력을 최대한 조절 중이다. 언제일지 모를 개막이 정해지면 일정에 맞게 훈련 강도를 조절하고 선수들이 개막 시점에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쉽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모두가 함께 노력 중이다. 

 

축구장 밖의 생활은 어떤가? 
모든 부분에서 조심스럽게 생활하고 있다. 아직 합숙을 하는 팀들도 있지만, 우리는 선수들이 상당히 합숙에 지친 상황이라 출퇴근을 하고 있다. 훈련장에 도착하면 발열을 체크하고, 훈련이 끝나면 다시 체크한다. 훈련장 밖에서는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했다. 마스크를 잘 착용하라고도 매일 말하고 있다. 예방이 중요하다. 누가 한 명이 감기에 걸리기라도 하면 비상이 걸릴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지속적으로 선수들 컨디션도 체크하지만, 경각심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적 마스크 5부제가 시행 중이다. 마스크는 잘 구하고 있나? 
나는 월요일이다. (※ 김기동 감독은 1971년생이다) 초기에는 마스크를 사려 약국에 갔는데 문에 ‘마스크 매진, 물어보지 마세요’ 라고 쓰여 있더라. 세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구하기 힘들었다. 면 마스크를 빨아서 사용했다. 다행히 구단에서 미세먼지 등을 대비해 미리 구매해 둔 마스크를 선수단에게는 지급했다. 다들 아껴서 쓰라고 했다.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니, 서로 돕고 배려하며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중 포항의 지휘봉을 잡았다. 진짜 김기동의 포항은 올 시즌부터인데?
진짜 김기동의 포항도 조금 늦춰졌다. (웃음) 중간에 지휘봉을 잡긴 했지만 그래도 시즌 초였다. 오히려 올 시즌을 더 잘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근에 외국인 선수들과 식사를 따로 할 기회가 있었다.  다들 올 시즌의 전망을 아주 긍정적으로 했다. 단순한 희망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을 통해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서로가 원하는 것, 추구하는 것을 공유하고, 장단점을 파악하는 기회였다는 것이 선수들의 생각이다. 새로운 포항이 아니라 연장선에 있는 포항이다. 지난 시즌의 긍정적 부분을 자신감으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동계훈련의 분위기도 상당히 좋았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넘쳤다.

물론 감독의 입장에서는 늘 장점 보다는 고쳐야 할 점이 먼저 보인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김기동의 포항을 뛰어 넘어 우리의 포항 아닌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팀이다. 선수들에게 ‘나는 자신있다’고 했다. 사실 지난 시즌 막판에 정말 잘 했다. ‘킹 메이커’도 했다. ‘우리의 포항’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감독으로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팀을 잘 이끌고 싶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고, 설레고,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된다. 
 
지난 시즌 막판까지 맹활약을 펼친 선수 중 한 명이 최영준이다. 재임대를 했는데, 주장 완장을 차고 '김기동의 6번을 받았다.
지난 시즌에 상당히 좋은 활약을 하고 원소속팀인 전북으로 돌아갔다. 선수들에게 작별 인사도 했다. 여러 사정이 있었다. 휴식기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포항과 전북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론을 내야 했다. 결국 이수빈과 맞임대를 했다. 신의 한 수였다고 본다. 이수빈은 전북에서의 생활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고, 또 실력을 쌓아서 올 것이다. 최영준은 포항에서 더 많은 성장의 기회를 얻을 것이다. 모두에게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최영준에게 주장 역할을 맡긴 것도 고민이 많았다. 선수단에 분명 변화가 있는 상황이었고, 만약 올 시즌에 처음 임대를 왔다면 주장 역할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임대를 통해 좋은 활약을 하며 선수단 전체에게 신뢰를 받는 선수였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는 선수이기에 나도 쉽게 최영준에게 주장을 맡길 수 있었다. 다행히 잘 하고 있다.

다른 팀에 비해 스쿼드가 두터운 편은 아니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에 대한 기대도 높을 것 같다. 
동계 훈련 기간에 제주유나이티드와 연습경기를 한 적이 있다. 제주 2군이 상당히 좋았다. 남기일 감독에게 “이야~ 스쿼드 좋다~ 좋아~” 이랬더니 “우린 22명이 모두 같은 수준이다”고 하더라. 놀리는 것 같았다. 포항도 물론 좋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22세 이하, 신인 선수들의 비중이 조금 높다.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동계 훈련을 통해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목표였고, 다행스럽게도 잘 진행되었다. 개막이 미뤄지며 경기 일정도 변화가 생기고, 체력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선수단을 잘 관리하고, 어린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가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감독의 욕심은 끝이 없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주어진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반대로, 우리가 보유한 선수들을 바탕으로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는 것도 감독의 역할이다. 선수에게 변화를 주문하면 오히려 기존의 장점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각자의 장점을 가장 잘 끌어내서 새 시즌을 준비하도록 노력했다. 올 시즌도 함께하는 일류첸코, 팔로세비치는 훈련 태도와 성실성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흡수력도 상당히 좋다. 사실 둘은 한국 축구에 놀랐다고 하더라. 생각했던 것 보다 빠르고,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수준 이상이었다고 했다. 지난 시즌을 통해 적응을 했으니 올 시즌은 더 좋을 것이다. 외국인 선수들 모두 자신감과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 

올 시즌 가장 힘을 내었으면 좋을 것 같은 선수는 누구인가?
지난 시즌 송민규가 반짝 빛났다. 올해가 2년차인데, 징크스 없이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냈으면 좋겠다. 어리고 성장이 기대된다. 잠재력이 큰 선수다. 또한 작년에는 김광석이 초반에 부상으로 이탈해서 수비가 어려웠다. 이번 동계훈련을 통해 베테랑의 역할을 잘 했다. 올 시즌에도 팀의 중심으로, 수비의 핵으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김기동의 포항이 보여주고 싶은 축구는 무엇인가? 
포항이 보여주고 싶은 축구는 명확하다. 지난 시즌에는 조급함이 있었다. 점유율보다 전방으로의 빠른 전개를 통해 마무리를 시도하는 것이 패턴이었다. 상황에 맞게 템포를 조절하는 부분이 부족했다. 올 시즌은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공격 전개시에는 마지막 슈팅까지 빠르게 템포를 이어갈 수 있는 축구를 구사하고 싶다.  

팬들의 기다림도 커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픈 말은?
포항의 축구가 살아 숨쉬는 스틸야드가 올해로 개장 30년을 맞이했다. 개인적으로는 나와 프로 생활의 동반자이기도 하다. 1991년 포항제철에 입단할 당시 개장했고, 내가 개장 경기에 출전도 했다. 의미가 깊은 스틸야드에서 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 새 출발이 더 기다려주는 이유다. 하루라도 빨리 우리가 준비한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 기다림이 이어져 아쉽지만, 그만큼 더 좋은 축구, 이기는 축구를 보여주겠다. 어서 기다림을 끝내고 화끈하게 재회하길 바란다!  

글= 김동환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김동환 기자  maes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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