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K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경기장에서 팬과 만나야 할 선수들이 훈련장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풋볼리스트’가 대신 K리그를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 아, 정말 만났다는 건 아니고 원격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선수 등 K리그 구성원들은 다시 팬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수원FC 이한샘과 가진 인터뷰는 축구보다 선행 이야기로 흘러갔다.

이한샘은 아산무궁화(현 충남아산프로축구단) 군복무 시절 부산 원정경기 전날 묵던 호텔에서 승부조작 제의를 받았지만 거절하고 신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한샘은 “전반 30분 안에 퇴장을 당하라면서 현금 5,000만원을 직접 꺼내 보여주더라고요. 무서웠죠. 하지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서둘러 자리를 떠 절차대로 신고했는데 그날 잠도 못 잤어요. 경찰 조사까지 받으니 아침이 됐어요”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한샘은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포상금 7,000만원을 받았다. 이 중 일부를 기부하며 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한샘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기부에 대해 자세히 말한 적은 없었어요. 구단에 찾아가 관계자분들과 상의를 한 뒤에 유소년 선수들을 돕기로 결정했어요. 축구화, 용품 등을 지원했는데 크게 돕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죠”라고 얘기했다.

“저를 영웅이라고 불러주시는 팬분들도 계세요. 좋게 봐주시는 건 좋지만 단지 저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는 거예요. K리그 1, 2 모든 선수들이 축구를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아닌 다른 선수들한테 그런 제의가 있었다면 그 선수들도 저랑 똑같이 했을걸요?”

이후에도 이한샘은 남몰래 선행을 이어갔다. 부모가 없는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생필품을 지원하고, 2~3개월에 한 번씩 다문화가정, 독거노인을 도울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에 익명으로 기부금을 보내고 있다.

“축구를 하다 보니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외로운 게 뭔지 알고 있죠. 그리고 어렸을 때는 조부모님 손에서 자랐는데, 추운 날씨에 리어카 끌고 다니는 어르신들 보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얼마 안 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기부를 시작했어요. 시즌이 시작하고 코로나가 사그라들면 어려운 아이들을 경기장으로 초대하고 싶어요. 축구공을 선물하고, 밥도 같이 먹으려고 해요. 아이들은 사랑받으면서 자라야하니까요.”

이한샘은 올시즌 수원FC 주장을 맡게 됐다. 이에 따라 마음가짐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한샘은 “예전 같았으면 외적인 부분보다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개인적인 컨디션을 더 신경 썼을 거예요. 이제부턴 선후배간의 관계, 선수들의 생활, 고민거리 등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저는 나이가 좀 있으니까 부주장 (조)유민이가 어린 선수들을 돌봐주면 좋겠죠”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들도 놓치지 않고 살피고 있다. 이한샘은 올시즌 수원FC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마사(일본)를 꼽았다. 이한샘은 “가진 게 많은 선수인 것 같아요. 우리가 역습이나 공격적으로 나가기보다 수비와 같이 연계하는 전술을 쓰는데 마사의 역할이 중요해요. 축구 외적인 곳에서도 모범을 보여주고 있어요. 일본인 선수지만 한국적인 규율도 잘 지키고 모범적인 선수죠. 승부욕도 강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거라고 봐요”라고 말했다.

이한샘은 2016, 2018시즌 K리그2 베스트일레븐에도 선정된 검증된 수비수다. 올해 목표는 시즌이 끝난 뒤 수원FC 동료들과 함께 빼입고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한샘은 “신인왕 후보에 올랐을 때와 상을 받았을 때 시상식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시상식을 경험해보는 것 자체로도 자존감이 높아지더라고요.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팀 동료들, 감독님과 함께 그 자리에서 참석해 행복한 연말을 보내고 싶네요”라고 웃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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