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K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경기장에서 팬과 만나야 할 선수들이 훈련장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풋볼리스트’가 대신 K리그를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 아, 정말 만났다는 건 아니고 원격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선수 등 K리그 구성원들은 다시 팬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정정용 서울이랜드FC 감독은 몇 달 전 예상과 달리 U20 월드컵 제자들을 한 명도 영입하지 않았다. 아니, 영입하지 못했다. 예상보다 잘 성장한 제자들이 각 소속팀에서 이미 자리를 잡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정 감독은 첫 프로 도전을 앞두고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정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서 오래 활동하다 지난해 폴란드 U20 월드컵 준우승으로 스타 감독 반열에 올랐다. 올해 첫 프로 도전을 감행한다. 현역 시절 실업팀 이랜드푸마에서 뛰었던 정 감독에게 서울이랜드는 친정팀 같은 곳이다. 정 감독은 서울이랜드에 성장동력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풋 : 코로나19로 다들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안전하게 시즌 준비 하고 계신가요?

정 : 저희는 어차피 클럽하우스가 청평이고 운동장도 청평이라 여기서 반 합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강원FC와 연습경기를 한 번 했습니다(한국프로축구연맹이 연습경기 자제 요청을 하기 이전이다). 우리가 전술적으로 하고자하는 것들이 경기력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만족합니다.

풋 : 사실 서울이랜드라는 구단에 대한 기대는 해가 갈수록 떨어져 왔습니다. 정 감독이 친정팀에서 프로 데뷔하는 게 ‘고생길’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있는데요.

정 : 그렇지 않아요. 그동안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건 알지만 구단이 많은 지원을 해 주고, 선수들도 새롭게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하나가 돼 있어요. 최근 우리 팀을 지켜본 사람들이 ‘달라진 게 많다’고 긍정적인 말을 해 주기도 하고요.

풋 : 팀에 변화가 있다는 말씀이죠? 프리시즌을 통해 서울이랜드를 변화시킨 게 있다면 뭔가요?

정 : 작년 영상을 봤는데 실점 상황에 드러나는 문제점들이 있어서 그걸 보완하려 했어요. 예를 들어 세트피스 실점이 많았고요.

풋 : U20 대표팀을 지휘하실 때는 세트피스 개선을 위해 ‘핵심정리 노트’를 나눠주신 적도 있는데요. 서울이랜드는 프로팀이고, 시간이 더 많으니 다른 방법을 쓰셨을 것 같아요.

정 : 노트는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상대에 따라 세트피스에서 지역방어를 할 수도, 대인방어를 할 수도 있거든요. 몇 가지 수비법이 완성단계에 있고요. 짧은 대회면 단 몇 가지 패턴만 가지고 치러야 하는데, 장기 레이스에서는 상황에 따라 한두 가지 계속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좋은 결과를 내려면 세트피스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죠. U20 월드컵 결승진출 때도 세트피스의 중요성은 매 경기 실감했어요.

풋 : 프리시즌에 신경쓰신 다른 부분은 뭔가요?

정 : 수비조직과 부분적인 조직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훈련을 할 때마다, 훈련 영상 분석을 할 때마다 그 문제점이 많이 좋아지는 걸 선수들이 느껴요. 그리고 우리 팀은 공격하러 나갈 때 밸런스가 깨지곤 했거든요.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될 때 돌아오는 템포도 늦었고. 빠른 공수전환을 강조하면서 선수들이 템포를 올리겠다는 의식을 갖고 훈련을 했어요.

풋 : 임대 영입으로 많은 선수를 수급했는데, 애제자라고 할 수 있는 U20 월드컵 멤버는 한 명도 없더라고요?

정 : 본선 멤버는 없지만 이번에 우리가 임대한 김태현은 본선 가기 전까지 같이 훈련했던 U20 대표팀 멤버죠. 폴란드 멤버들은 이제 각자 자기 팀에서 주축 역할을 해요. 그리고 U22 출전규정에 쓸 수 있는 좋은 카드잖아요. 사실 몇 명은 임대를 시도해봤는데 소속팀에서 안 들어주더라고. 그건 선수들이 그만큼 인정받는다는 거고, 지도자로서 보람을 느껴요.

풋 : 하긴 엄원상도 작년 K리그2보다 올해 K리그1에서 오히려 중용할 거라는 박진섭 광주 감독의 말이 있었습니다.

정 : 그렇지 않다면 우리 팀에 왔겠죠(웃음). 당연히 임대 신분으로 저와 함께하는 것보다는 소속팀에서 인정받는 게 우선순위죠.

(실제로 U20월드컵 멤버들은 해외진출을 달성한 이재익, K리그2에서 K리그1으로 이적한 황태현, 소속팀에서 비중이 커진 김주성과 엄원상 등 지난해 여름 이후 부쩍 성장했다.)

풋 : 청소년 대표 제자들에게 K리그에 대해 물어본 적은 없나요? 다들 프로 선배님이신데.

정 : 이제 저는 상대팀 감독이 됐잖아요. 저와는 연락을 안 해요. 대신 서울이랜드까지 함께 하고 있는 U20 대표팀 출신 코치들과는 많은 선수들이 연락을 주고받더라고요. 코치 선생님들이 ‘어제 XX와 연락했어요’라고 말해주곤 해요.

풋 : 어쨌든 현재 구축된 스쿼드는 만족스러우신가요?

정 : 그럼요. 우리 팀은 임대 비중이 높지만, 그 젊은 친구들이 자기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 해주고 있거든요. 이상민, 김태현, 이시영 등이죠. 그들과 기존 선수들이 신구 조화를 이루면 팀의 퀄리티가 올라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진 올해 콘셉트가 맞춰져가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기대도 되고요. 코로나19가 빨리 지나가고 팬들을 만나고 싶어요.

풋 : 화제를 모은 외국인 선수는 독일 청소년 대표 출신 리차드 수쿠타파수입니다. 최근 경력이 화려하진 않지만, 과거에 큰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인데요.

정 : 파수는 사실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마지막 연습경기를 할 때 90분을 소화할 정도로 체력이 향상됐어요. 그런데 개막전이 연기된 뒤 자체 훈련에서 부상을 입었어요. 그래서 연기가 두 배로 아쉬워요. 분명 잠재력을 갖고 있고.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많은 포인트를 담당할 선수입니다.

풋 : 이미 유명한 감독이 됐지만, 프로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기대감이 큰가요, 긴장감이 큰가요?

정 : 둘 다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빨리 시즌 시작해서 뚜껑 열고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지금 상황이 실전보다 스트레스가 적죠. 음, 비교해보니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풋 : 서울이랜드는 특히 홈 3연전 이후 계속 원정경기를 치러야 하는 스케줄이었는데, 개막 연기 때문에 유독 큰 타격을 입었어요.

정 : 힘 빠지죠. 잠실에서 잘 경기하려고 많이 준비했는데. 구단에서도 흥행을 위해 노력했고요. 만약 연속 원정경기로 시즌을 시작하게 되면 제가 준비한 전술을 다 바꿔야 할 수도 있어요. 지키는 축구를 하면서 승점을 따야 할 수도 있고, 경기력까지 추구할 수도 있고. 그런 면에서는 토너먼트인 U20 월드컵 경험이 도움을 줄 것 같아요.

풋 : 첫 만남이 늦어지는 K리그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정 : 코로나19 때문에 전국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우린 이겨내고 있는 중이잖아요. 축구단도 잘 준비하고 있으며, 시즌이 빨리 시작되길 원합니다. 축구장에서 달릴 시간이 빨리 다가왔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서울이랜드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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