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K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경기장에서 팬과 만나야 할 선수들이 훈련장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풋볼리스트’가 대신 K리그를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 아, 정말 만났다는 건 아니고 원격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선수 등 K리그 구성원들은 다시 팬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지난 시즌을 3위로 마친 FC안양은 구단 최고 성적과 동시에 최초로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겹경사를 맞았다. 안양의 김형열 감독도 “지난 시즌은 정말 행복했다”고 말한다. 안양은 지난해 K리그2에서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한 팀 중 하나다. 총 64골을 기록하면서 승격에 성공한 부산아이파크(73골)에 이어 최다 득점 2위에 올랐다.

그 중심에는 조규성, 팔라시오스, 알렉스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가 있었다. 조규성(14골)과 알렉스(13골), 팔라시오스(11골)가 전체 득점의 59%를 차지했는데, 공교롭게도 올 시즌을 앞두고 세 선수 모두 안양을 떠났다. 조규성과 팔라시오스는 각각 전북현대, 포항스틸러스로 둥지를 옮겼고, 알렉스는 K리그를 떠나 호치민시티(베트남)로 이적했다. 새 판을 짜야 했다.

김형열 감독은 ‘풋볼리스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고민이 굉장히 컸다. 어떤 감독이 좋은 선수들을 보내고 싶겠는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너무 가슴 아프지만 선수들을 보냈다. 올 시즌 팬들에게 새로운 모습의 안양을 보여드리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조규성을 떠나보내면서 특히 많은 고민을 했다”던 김 감독은 “마우리데스, 아코스티, 기요소프, 닐손주니어 등 외국인 선수들이 모두 새로운 선수들로 구성됐는데, 그중 정통 스트라이커인 마우리데스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외국인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생활도, 운동도 편하게 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마우리데스는 몸을 던질 정도로 의욕적이고, 하나를 시키면 둘을 하려고 하는 선수다. 몸 상태가 올라오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며 마우리데스가 조규성의 공백을 메워주길 내심 기대했다.

수비에 안정감이 더해졌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안양은 지난 시즌 실점도 득점 못지않게 많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K리그2 10개 팀을 통틀어 최다 실점 4위(52실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불안한 수비를 강한 공격력으로 커버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로인해 안양은 올 시즌 수비 쪽에 선수 이탈을 최소화했고, 부천으로부터 닐손주니어도 영입해 수비 보강을 이뤄냈다. 부천은 안양이 지난 시즌 한 번도 꺾지 못했던 상대다.

“순위와 경기력에 비해 실점이 많았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실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 인정한 김 감독은 “부천이 옆 동네다 보니까 경기를 많이 보는데, 닐손주니어가 눈에 확 들어오더라. 부천에도 필요한 선수일 거라 생각하고 체념했는데, 닐손주니어가 부천을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래서 구단에 닐손주니어부터 접촉해봤으면 좋겠다고 했고, 구단이 바로 영입을 시도한 덕분에 데려올 수 있었다”며 흐뭇해했다.

“공격 쪽에 다 빠져나간 상태지만, 수비라인은 내가 생각한 정도가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해 함께했던 선수들이 남아있는데다 닐손주니어까지 합류했기 때문이다. 수비 쪽을 좀 더 탄탄하게 다져놓을 생각인데, 공격 쪽에서도 작년만큼 골이 터져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얼마나 실력 발휘를 하느냐가 올 시즌 관건이다”

김 감독의 올 시즌 목표는 ‘안양 시민을 즐겁게 만들 수 있는 축구’다. 안양은 지난 시즌 가변석을 설치해 선수와 팬들의 접점을 늘리는 등 그라운드 안팎으로 매력적인 팀으로 변모하면서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019시즌 관중수를 2018시즌 대비 259.6%나 끌어올리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보다 높은 순위를 목표로 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된다. 이런 부담감을 선수들에게 티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웃어 보이면서 “그러나 나의 진짜 목표는 안양 시민들을 즐겁게 만드는 축구를 하는 것이다. 시장님이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올해도 작년 못지않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K리그2에 훌륭한 감독들이 많이 왔기 때문에 작년보다 바짝 긴장하고,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던 김 감독은 “선수들에겐 싸움닭이 되라고 했다. (거친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더 강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덤벼들고, 끝까지 싸우는 모습이 올 시즌 안양에 필요하다. 맞서 싸워서 패하면 그땐 내가 책임질 테니 그라운드 위에서 자신 있게 싸우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그로인한 어려움도 많지만, 김 감독은 그라운드 위에서 팬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김 감독은 “열심히 동계훈련을 준비했는데 코로나 문제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개막 시점이 정해져 있지 않아 훈련 강도를 정하는 것도 쉽지가 않다. 그래도 묵묵히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라면서 “안양 팬들은 정말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신다. 안양의 감독으로서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디 가서 떳떳하게 자랑할 수 있는 팀이 될 테니, 올 시즌에도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글= 유지선 기자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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