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K리그가 무기한 연기됐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경기장에서 팬과 만나야 할 선수들이 훈련장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풋볼리스트’가 대신 K리그를 만나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다. 아, 정말 만났다는 건 아니고 원격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 선수 등 K리그 구성원들은 다시 팬들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편집자 주>

박용지는 '군대 가길 잘 한' 최신 사례다. 지난해 상주상무에서 K리그1 12골 3도움을 기록했다. ‘군대에 가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이 박용지에게도 적용된 듯 하다. 전역 후의 행보가 주목됐다.  복수의 클럽이 그를 노렸다. 지난 1월 21일 전역한 그는 K리그1 구단들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K리그2의 대전하나시티즌의 유니폼을 입었다.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완벽한 민간인’으로 다시 태어난 박용지는 ‘완전히 새로운 팀’ 대전에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상주 시절의 좋은 경기력을 더욱 발전시켜 승격을 하고, 대전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1 무대를 누비는 것이 목표다.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기에는 기다림이 조금 필요하지만, 기다림의 시간 만큼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박용지의 각오다.   

- K리그가 코로나19로 인해 미뤄졌다.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
시즌 개막을 간절히 기다리며 팀에 적응하고 있다. 사실 원래의 개막 시점에 맞춰 선수들 모두 전체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는데, 개막이 미뤄지니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래도 컨디션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클럽하우스가 훈련에 잘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다. 인근 대학 팀과 갖는 연습경기, 자체 청백전 등을 통해서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 대전 훈련은 상당히 열성적인데, 마스크를 사러 갈 시간은 있나? 
구단에서 선수단을 위해 미리 확보한 마스크를 나눠주었다. 아껴서 쓰고 있다.(웃음) 선수단에서는 매일 체온도 확인하고 있다. 손 소독제도 곳곳에 비치됐다. 선수들도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지고 스스로의 개인 위생 관리를 하고 있다. 나도 손 소독제를 사서 가까이 뒀다. 훈련 시간 이후 개인 시간에는, 사람이 많은 곳에 가거나 하는 등의 행동도 조심하고 있다. 어디를 가던지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있다. 팬 여러분들도 마스크 착용, 손 씻기를 잘 하시길 바란다. 여하튼 빨리 상황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 리그 연기가 상당히 생소한데 선수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처음 리그 연기가 결정되었을 당시에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기에 당황스러웠다. 특히 모든 것을 개막 시점에 맞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움 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상황을 받아들이고, 걱정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조금 흐트러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팀 내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선수들이 가지고 그라운드를 다시 달릴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 '군대 물'은 좀 빠졌나? 남자는 군대에서 한가지는 배워서 나온다는데 축구 말고 군대에서 배운 건 뭔가? 누가 부르면 나도 모르게 관등성명을 외친다던가.
에이~ 이제 그런 건 없다. 개인적으로는 많이 빠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완전히 민간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많이 빠졌다. 군대에서 배운 값진 것은 규칙적인 생활, 정리정돈을 습관화했다는 것이다. 최근 상황 때문인지 개인 위생 관리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부분들이다. 책을 읽는 것도 습관이 됐는데, 축구 외적으로도 세상을 넓게 보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요즘 읽는 책은?) 재태크 관련 책을 읽는다. 부동산, 주식 등 구체적인 건 아니고, 아직 초보라 기초적인 책을 읽고 있다. 월급 잘 모으기 같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미래에 대한 준비라고나 할까.

- 상주에서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줬는데, 전역이 아쉽지 않았나? 
그런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웃음). 경기력은 계속 이어지길 원했고, 빨리 전역을… 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아쉬움은 없었다. ‘위병소를 나오며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 그래도 군대 시절의 가장 값진 수확은 경기력이다. 상주에서 36경기 12골 3도움을 기록하며 높이 날았다. 그런데 전역 후 2부리그의 대전을 선택했다. 다른 팀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여러 이유가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것은 대전이라는 팀 자체에 대한 매력이었다. 재창단을 통해 제시한 팀의 비전이 크게 다가왔다. 나도 전역 후 새롭게 마음을 잡고 시작하는 상황이었는데, 대전도 새로운 마음으로 팀을 꾸리는 상황이었다. 승격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팀인데, 나도 그 도전에 동참하고 싶었다. 매력적인 팀이라고 생각했다. 대전의 유니폼을 입고 승격을 하고, 대전의 유니폼을 입고 1부리그에서 뛰고 싶은 마음이다. 또한 황선홍 감독님 역시 최고의 공격수 출신이다. 그 분에게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 대전은 늘 그렇듯 젊은 팀이다. 새로운 팀에서 자신을 챙기기에도 바쁜 와중에,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하는 선배 역할까지 해야 한다
대전에 합류해서 가장 생소했던 점이 그 부분이다. 팀에서 고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낯설게 느껴졌다. 다른 선배들이 이끄는 모습을 보며 나도 배우고, 또 그런 모습을 통해 나도 경험을 후배들에게 공유해주고 있다. 동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많이 찾아서 전달하려 노력 중이다. 하나의 팀으로 더욱 강해지는 긍정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 대전에 합류했을 당시에는 친한 선수가 많지 않아 힘든 점도 있었다. 하지만 또래 선수들과도 점차 친해지고, 어린 선수들도 많이 도와줘서 지금은 잘 적응했다. 박진섭, 이슬찬, 최재현 등이 많이 도와줬다. 현재의 상황 때문에 워낙 선수단이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인지 이제는 새롭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팀에 완벽히 적응했다는 느낌이 든다. 

- 안드레, 바이오 등 외인 공격 자원들도 있지만 본인에게 부여되는 기대가 남다를 것 같은데? 
다들 ‘딱 지난 시즌만큼 보여줘라’는 말을 많이 한다.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상주에 가면 잘 한다’는 이미지가 있다. 나는 그 이미지를 뛰어넘고 싶다. 더 집중을 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게 된다. 다른 이들의 시선과 기대에 대한 의식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을 다지는 동기가 된다. 작년 보다 더 잘 하고 싶다. 군대에 있어서 잘 한 것이 아니라, 꾸준히 발전하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올 시즌이 더욱 기대되고 욕심이 난다.  

- 상주 시절을 보면 기존의 장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코칭스태프의 신뢰, 전술적으로 적절했던 활용 등이 주효했다는 시선도 있다
그렇다. 두 가지 부분을 바탕으로 스스로 자신감을 많이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득점 상황에서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득점을 노릴 수 있었다. 자신감, 마음가짐이 쉽지 않는데 올 시즌에도 그 부분을 잘 유지하면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앞서 본인이 언급했듯 황선홍 감독은 최고의 공격수 출신이다. 때문에 ‘공격수 박용지’ 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다.
황선홍 감독님은 훈련 시 정해진 것을 지시하지 않는다. 여러 상황이 전개되면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며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타일이다. 선수들이 조금 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많이 불어 넣어주고 있다. 기대감은 나 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체, 새로운 팀이 함께 하나되어 그리는 그림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다

- 승격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대전은 8승 11무 17패로 9위를 차지했다. 득점은 31득점에 불과하다. 리그 최저 득점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팀 전체가 재창단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한 팀이다. 선수들의 마음가짐 역시 다르다. 팀의 목표, 개인의 목표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팀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하나된 목표는 승격이다. 하나되어 높이 날아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픈 말은?
선수들도 팬들이 바라보는 곳에서 달리는 모습을 빨리 보여주고 싶다. 팬 여러분들도 아쉬움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팬들의 기다림을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대전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매일 노력 중이다.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이겨내서 빨리 축구장에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 

글= 김동환 기자

사진= 대전하나시티즌,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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